임석규 정치·사회 에디터 |
전두환 추징금 vs. 박근혜 6억원--사회 환원 or, 국고 반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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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343회 작성일 2013-06-20 04:32본문
처음 그 뉴스를 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박 대통령이 전두환에게서 받았다는 6억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징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니
적극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이 의지를 실어준 것은 추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연상시키는 문제를 왜 직접 끄집어냈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6억원 문제가 불거지자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할 것”
이라고 한 이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박 대통령이 6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게 아니라 직접 건네받았던 당사자에게 반환한다면?
그러면 29만원뿐이라는 전두환의 공식 재산이 6억29만원으로 늘어날 테고,
국가는 그로부터 6억원을 추징하는 동시에 추징 시효도 3년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통령의 재산총액이 25억5861만원이니 6억원 반납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박 대통령이 혹시 이런 묘수를 염두에 두고 추징금 얘기를 꺼낸 건 아닐까?
그런데 박 대통령이 6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해도 당사자가 수령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유감스럽게도 상상일 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추징은?
범죄행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 물건에 상당하는 돈을 대신 빼앗는 것이다.
따라서 6억원이 전두환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돈이라고 볼 근거가 뚜렷해야 추징할 수 있다.
6억원은 박정희의 비자금일 개연성은 있지만 전두환 돈은 아니다.
설사 박 대통령이 전두환에게 돌려준다 해도 이를 추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차제에 6억원과 관련해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박 대통령은 추징금 문제와 관련해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과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다. 다만, 이는 자신의 6억원에 대해서도 한번쯤 던져봄 직한 질문이다.
그동안 30여년이 흘렀으니 ‘경황 없는 상황’은 이제 충분히 해소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두환 비자금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이
어느 때보다 적절한 반환 타이밍이라고 보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언급하면서 “고의적·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6억원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종합하자면
전두환으로부터 ‘그냥’, ‘감사히’ 받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현재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 수백억원에 이를 돈을 거저 받은 뒤에 증여세나 상속세를 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다.
그 6억원은?
1979년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자기앞수표 1000만원짜리 수십장,
500만원짜리 수십장 등 9억5000여만원 가운데 일부다.
금고에선 방위성금 기부자 명단도 함께 발견됐는데 이 때문에 6억원이 방위성금 가운데 일부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 나중에 사회에 다 환원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나중’이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대통령 임기 중인지, 임기를 마친 직후인지, 아니면 머나먼 장래의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회 환원’이란 말도 그렇다.
마치 개인 재산을 선심을 써서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6억원은 당연히 국고에 귀속돼야 할 엄연한 공금이다.
‘사회 환원’이 아니라 ‘국고 반납’, ‘국고 환수’라고 하는 게 옳다.
대통령의 말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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