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동시간이 부족한 50대 직장인은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회사 주변을 걷는 것이 좋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
|
|
1960년생인 김진환(가명·54) 씨는 지난달 받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과 당뇨 모두 위험 수준에 와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주변 동료와 친구들이 하나둘 고혈압이나 당뇨 약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직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떠올리며 김 씨는 검진 결과를 받은 직후 좋아하던 담배부터 단칼에 끊었다.
▲720만 베이비부머… 고혈압·당뇨 위험
바야흐로 ‘유병장수 시대’다. 병치레 없이 소수가 장수하던 시대에서, 병을 안고 다수가 장수하는 시대로 건강 패러다임이 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6·25전쟁 직후 출생한 1955년부터 1963년생 720만 명이 이제 모두 50대에 들어섰다. 전체 인구의 14.5%에 이르는 거대 세대군이다. 50대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급속히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가 이들 질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유병장수가 축복인지, 재앙인지가 결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 소득 증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만성질환이 2020년까지 전체 사망원인의 73%, 전체 질환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부모 부양 의무가 커진 동시에 경제위기로 자녀 취업이 늦어지면서 ‘샌드위치 부담’을 떠맡고 있다.
▲고열량·고나트륨 식단, 음주 등이 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대는 평균 2.4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고혈압 환자의 33.4%, 당뇨병 환자의 34.0%가 50대에 최초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50대에 병이 발생한 것이다. 고혈압의 경우 40대에서 환자 비중이 7.8%에 불과했으나 50대에서는 24.8%로 급격히 증가한다. 당뇨병 유병률도 50대가 13.8%로 40대(6.6%)의 2배에 이르는 등 50대가 만성질환의 시작점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50대에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고열량·고나트륨 위주의 식단과 음주, 스트레스 등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몸 안에 축적됐던 위험요소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짜게 먹는 식습관은 특히 고혈압, 심혈관계, 신장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국내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4배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30∼50대 남성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3배가 넘는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은 고열량 식사에 따른 비만도 만성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이다.
50대 비만 유병률은 성인 평균치(31.9%)보다 높은 35.7%로 이런 비만 체중은 고혈압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부신피질호르몬 증가와 맞물려 당뇨병을 유발하기 쉽다.
▲식습관 조절과 운동 시급
720만 베이비붐 세대의 혈당·혈압 관리 생활화가 시급하다. 성인의 적정 혈당량은 70∼130㎎/㎗(식전), 적정 혈압은 130/80㎜Hg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혈당·혈압을 체크해 발병 이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관련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이 지시한 약 복용 주기를 잘 따라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체중 조절이 제1과제다. 특히 당뇨병은 아직 발병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체중조절은 식습관 변화와 운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을 개선하고, 나트륨을 뺀 다소 밍밍한 식사를 권장한다. 음주와 흡연도 자제해야 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혈압을 높이고 관상동맥을 수축시키는 등 심혈관계에 특히 악영향을 끼친다. 또 최근 50대 직장인은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한 상태다. 과격한 운동보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한편 만성질환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로 발생하는 2차 감염에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폐렴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폐렴을 비롯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유광하(호흡기알레르기내과) 건국대병원 교수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폐렴에 걸리면 단순 치료를 넘어 입원하는 경우가 많고, 사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