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논설위원
‘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
매혹적인 저음(低音)의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는
공식 데뷔곡이다.
1966년 17세의 소녀 문주란은?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그 전까진 전혀 들어볼 수 없었던 특이한 음색으로,
애절한 감정을 호소력 있게 표현한 이 노래를 통해
단박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역
방송국의 가요경연대회 1등을 차지한 일을 계기로
이런저런 무대에 서면서
다른 가수가 발표한 노래들을 부를 때부터
그의 음색과 가창력은 듣는 사람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본명이 문필연인 그가
서울로 진출해 ‘극장 쇼’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감탄한 유명 작사·작곡가도 적지 않았다.
1965년 당대의 인기 가수 성재희가 히트한
김인배 작곡의 ‘보슬비 오는 거리’를
문필연의 목소리로 들은 작사자 전우는?
자신의 단골 다방
‘문주란’을 예명으로 삼게 한 것으로도 전해온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와 짝을 이뤄 활동하며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백영호는 생전에
“문주란의 노래를 ‘극장 쇼’에서 처음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적도
있다.
백영호는?
이미자의 대를 이을 가수로 키우기 위해
문주란의 음색을 극대화하기 위한 데뷔곡도
작곡했다.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작사가 한산도가 가사를 쓴 트로트
‘동숙의 노래’다.
그 후
‘돌지 않는 풍차’
‘공항의 이별’
‘백치 아다다’
‘목마른 꽃사슴’
‘공항 대합실’
‘주란 꽃’ 등
명곡을 잇달아 내놓으며
1982년 일본 도쿄국제가요제의 최고
가창상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한때는 실연(失戀)에 절망한 자살 시도로 물의를 빚고,
은퇴와 컴백을 반복하기도 했으나,
아직도 ‘문사모’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그의 팬 층은 여전히 두껍다.
경기도 양평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노래해온 문주란이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 ‘끝이 없는 길’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갖는다.
45주년은 2년 전이지만
기념 공연을 하지 못한 아쉬움에 뒤늦게 마련한 자리다.
그의 말대로 “인기는 흘러가는 것”이고,
세월 또한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중·장년의 추억을 위한 공연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