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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은메달-영광의 ^^^박영숙 -슬픈 가족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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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351회 작성일 2013-05-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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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선수권銀 박영숙

"하늘의 아빠,막내딸 보고계시죠"

기사입력 | 2013-05-29 09:36:57

FB3G1102
사진 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 아버지는 '어부'였다.
물 맑은 강원도 속초 대포항 앞바다,
번 배가 나가면 보름씩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첫딸을 낳고 다시 배가 불러온 엄마는 1988년 딸 쌍둥이를 낳았다.
한국탁구의 레전드 현정화 유남규가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던 바로 그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흑백TV다.
부모님은 자주 다퉜고, 엄마는 자주 집을 비웠다.
두살 터울 큰언니를 엄마처럼 의지하며 자랐다.


#. 홀로 된 아버지는 소문난 '딸 바, 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쌍둥이 딸들이 탁구에 재능을 보였다.
'왼손잡이' 동생이 먼저 탁구에 입문했다.
2분 먼저 태어난 언니가 '왼손'을 양보했다. 오른손으로 전향했다.
오른손-왼손 쌍둥이 복식조를 꿈꿨다.
넉넉잖은 살림이지만 딸들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은 늘 차고 넘쳤다.
자매를 서울의 동덕여중고-서울여상으로 떠나보낸 것도 아버지였다.

#. 2007년 쌍둥이 막내딸이 왼손 에이스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실업팀 한국마사회에 스카우트됐다.
복수의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아버지는 눈앞의 돈보다 딸의 의견을 존중했다.
단, 한가지 당부만은 잊지 않았다.
"영숙아, 먹는 데 돈 아끼지 마라. 선수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280원짜리 김치라면에 국수를 삶아 불려먹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냈다.

#. 2009년 중동 카타르에서 오픈대회를 준비하던 막내딸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를 접한다.
낯선 땅에서 큰언니로부터 받은 짧은 문자는
'아버지 돌…' 달랑 네글자였다.
새벽잠을 설치다 앞니가 빠지는 꿈을 꾼 터였다.
뇌종양으로 2년째 투병중이던 아버지,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약속했던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갔다.
한밤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는 눈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지난 18일 파리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쌍둥이 막내딸'
박영숙(25·한국마사회)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3년 주세혁 이후 10년만의 쾌거였다.
중국조와의 준결승전(4대1 승),
박영숙의 '전매특허'
묵직한 왼손 파워드라이브가 작렬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자 왕리친의 라켓이 잇달아 허공을 갈랐다.

'난공불락' 만리장성을 뛰어넘던 그 순간도,
초유의 남북대결이 이뤄진 결승전에서도
박영숙은 아버지와 함께였다.
유니폼 바지 주머니에 아버지의 사진을 고이 접어넣었다.
"대회때마다 아버지를 경기장에 못오게 했었어요. 더 부담된다고, 절대 오지 마시라고."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됐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아버지 사진을 챙기는 일은 습관이 됐다.

결승전 직전 긴장도 풀 겸 든든한 파트너 이상수(23·삼성생명)와 세리머니 얘기를 나눴다.
"난 드러누울 건데, 누난 뭘 할래요?"
이상수의 질문에 박영숙은 그냥 웃었다.
"각자 알아서 하자." 오랜시간 남몰래 꿈꿔온 세리머니가 있었다.
탁구 인생 최고의 순간,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주머니속 아버지 사진을 꺼내서 높이 들어올리고 싶었어요. 틀림없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으실 테니까."

북한 김혁봉-김 정조와의 남북 결승전,
초반 범실이 뼈아팠다. 페이스가 무너지며 2대4로 분패했다.
1993년 예테보리 대회 현정화의 단식 정상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상수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아버지 생각에 더 아쉬웠죠. 세리머니를 꼭 하고 싶었는데…."
속내를 털어놓는 눈빛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화법은 '돌직구' 드라이브처럼 직설적이다.
내숭 떨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이유 역시 명료하다.
"이번에 못한 세리머니를 인천에선 꼭 하고 싶어요.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박영숙에겐
더 많은 '아버지'와 '후견인'이 생겼다.
소속팀의 현정화 감독은 소주잔을 기울일 때마다
"영숙이, 영숙이"를 외친다.
7년간 단 한번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대회 '영숙이'의 플레이를 복기하며 가장 흐뭇해하고 가장 안타까워하는 스승이다.
박영숙에게 현 감독은 넘어야할 산이자, 반드시 더 잘해야 할 이유다.
가장 많은 시간 함께하는 박상준 한국마사회 코치 역시 든든하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여고 시절
"연습 잘하고 있어라, 내가 데리고 갈게"라며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다.
캄캄했던 카타르 공항에서 "이제부터 내가 아빠"라며 함께 울었던 스승의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쌍둥이 탁구선수 박명숙(수원시청)과
바리스타로 일하는 큰언니는 가족 이상의 분신이다.
알뜰히 모은 돈으로 세자매의 보금자리 전셋집도 마련했다.
"언니랑, 명숙이 시집갈 돈도 내가 다 만들어주고 싶어요.
남부럽지 않게 갈 수 있게… .
그럴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또래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명품백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렇게 비싼 백을 왜 드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돈 있으면 아빠 말대로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사먹어야죠."


박영숙에게 탁구는?
'아버지'인 동시에 '삶의 수단'이다.
유능한 어부였던 아버지는 그토록 아끼던 막내딸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떠났다.
 
 
 
 
 
 
 
 
 
 
 
 
 
 
 

세계탁구선수권銀 박영숙"하늘의 아빠,막내딸 보고계시죠"

기사입력 | 2013-05-29 09:36:57

FB3G1102
사진 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 아버지는 '어부'였다. 물 맑은 강원도 속초 대포항 앞바다, 한번 배가 나가면 보름씩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첫딸을 낳고 다시 배가 불러온 엄마는 1988년 딸 쌍둥이를 낳았다. 한국탁구의 레전드 현정화 유남규가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던 바로 그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흑백TV다. 부모님은 자주 다퉜고, 엄마는 자주 집을 비웠다. 두살 터울 큰언니를 엄마처럼 의지하며 자랐다.

#. 홀로 된 아버지는 소문난 '딸바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쌍둥이 딸들이 탁구에 재능을 보였다. '왼손잡이' 동생이 먼저 탁구에 입문했다. 2분 먼저 태어난 언니가 '왼손'을 양보했다. 오른손으로 전향했다. 오른손-왼손 쌍둥이 복식조를 꿈꿨다. 넉넉잖은 살림이지만 딸들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은 늘 차고 넘쳤다. 자매를 서울의 동덕여중고-서울여상으로 떠나보낸 것도 아버지였다.

#. 2007년 쌍둥이 막내딸이 왼손 에이스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실업팀 한국마사회에 스카우트됐다. 복수의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아버지는 눈앞의 돈보다 딸의 의견을 존중했다. 단, 한가지 당부만은 잊지 않았다. "영숙아, 먹는 데 돈 아끼지 마라. 선수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280원짜리 김치라면에 국수를 삶아 불려먹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냈다.

#. 2009년 중동 카타르에서 오픈대회를 준비하던 막내딸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를 접한다. 낯선 땅에서 큰언니로부터 받은 짧은 문자는 '아버지 돌…' 달랑 네글자였다. 새벽잠을 설치다 앞니가 빠지는 꿈을 꾼 터였다. 뇌종양으로 2년째 투병중이던 아버지,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약속했던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갔다. 한밤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는 눈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지난 18일 파리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쌍둥이 막내딸' 박영숙(25·한국마사회)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3년 주세혁 이후 10년만의 쾌거였다. 중국조와의 준결승전(4대1 승), 박영숙의 '전매특허' 묵직한 왼손 파워드라이브가 작렬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자 왕리친의 라켓이 잇달아 허공을 갈랐다.

'난공불락' 만리장성을 뛰어넘던 그 순간도, 초유의 남북대결이 이뤄진 결승전에서도 박영숙은 아버지와 함께였다. 유니폼 바지 주머니에 아버지의 사진을 고이 접어넣었다. "대회때마다 아버지를 경기장에 못오게 했었어요. 더 부담된다고, 절대 오지 마시라고."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됐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아버지 사진을 챙기는 일은 습관이 됐다.

결승전 직전 긴장도 풀 겸 든든한 파트너 이상수(23·삼성생명)와 세리머니 얘기를 나눴다. "난 드러누울 건데, 누난 뭘 할래요?" 이상수의 질문에 박영숙은 그냥 웃었다. "각자 알아서 하자." 오랜시간 남몰래 꿈꿔온 세리머니가 있었다. 탁구 인생 최고의 순간,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주머니속 아버지 사진을 꺼내서 높이 들어올리고 싶었어요. 틀림없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으실 테니까."

북한 김혁봉-김 정조와의 남북 결승전, 초반 범실이 뼈아팠다. 페이스가 무너지며 2대4로 분패했다. 1993년 예테보리 대회 현정화의 단식 정상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상수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아버지 생각에 더 아쉬웠죠. 세리머니를 꼭 하고 싶었는데…." 속내를 털어놓는 눈빛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화법은 '돌직구' 드라이브처럼 직설적이다. 내숭 떨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이유 역시 명료하다. "이번에 못한 세리머니를 인천에선 꼭 하고 싶어요.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박영숙에겐 더 많은 '아버지'와 '후견인'이 생겼다. 소속팀의 현정화 감독은 소주잔을 기울일 때마다 "영숙이, 영숙이"를 외친다. 7년간 단 한번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대회 '영숙이'의 플레이를 복기하며 가장 흐뭇해하고 가장 안타까워하는 스승이다. 박영숙에게 현 감독은 넘어야할 산이자, 반드시 더 잘해야 할 이유다. 가장 많은 시간 함께하는 박상준 한국마사회 코치 역시 든든하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여고 시절 "연습 잘하고 있어라, 내가 데리고 갈게"라며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다. 캄캄했던 카타르 공항에서 "이제부터 내가 아빠"라며 함께 울었던 스승의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쌍둥이 탁구선수 박명숙(수원시청)과 바리스타로 일하는 큰언니는 가족 이상의 분신이다. 알뜰히 모은 돈으로 세자매의 보금자리 전셋집도 마련했다. "언니랑, 명숙이 시집갈 돈도 내가 다 만들어주고 싶어요. 남부럽지 않게 갈 수 있게… . 그럴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또래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명품백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렇게 비싼 백을 왜 드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돈 있으면 아빠 말대로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사먹어야죠."

박영숙에게 탁구는 '아버지'인 동시에 '삶의 수단'이다. 유능한 어부였던 아버지는 그토록 아끼던 막내딸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떠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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