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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 붕어 1600주년-선문대 이형구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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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4,248회 작성일 2013-04-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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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 기자가 만난 사람] 



광개토대왕 붕어 1600주기 기념대회 추진 



이형구 동양고고학연구소장

        

“광개토대왕의 영광은 과거 아닌 미래”

늘상 그의 손엔 가방 하나가 들려져 있다. 풍납토성이 백제왕성이라고 주장하며 동분서주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방속엔 역사자료와 연구자료들로 가득했다. 장소를 불문하고 만나는 이들에게 가방을 펼쳐보이며 이야기가 시작되면 ‘작은 세미나’가 되기 일쑤였다. 기존 학계는 그에게 능욕에 가까운 모멸감을 줬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역사학자로서 사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만큼 가치있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의 손을 들어줬고 풍납토성은 백제왕성으로 제 얼굴을 드러내게 됐다. 16년 전의 일이다. 지난주 그를 다시 만났다. 불룩한 가방을 든 모습은 예전 그대로되 가방은 세월을 머금어 헤진 모습이다. 그의 풍모에도 세월이 내려 앉았다. 이번엔 가방속 내용물이 바꿨다. 광개토대왕비문 연구자료로 가득했다. 만나자 마자 자료들을 꺼내놓으며 열변을 토했다. 동양고고학연구소 이형구 소장( 68· 전 선문대 대학원장)의 이야기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이형구 소장. 그는 “한·중·일 3국의 평화관계는 바른 역사인식에서 비롯된다”며 광개토대왕 비문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금년이 고구려 광개토대왕 붕어 16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정부는 물론이고 학계에서 조차도 기념행사나 특별전을 마련하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에서 그동안 수집해 놓은 광개토대왕비 탁본 전시와 기념학술대회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는 요즘 기념전시와 학술대회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광개토대왕이 11월(음력10월)에 붕어했기 때문에 내달중에서 어디서든지 해야 할 판이다.

“광개토대왕을 기념하지 않는 것은 엄연하고 영광된 우리역사를 외면하는 꼴입니다. ‘동북공정’이다 ‘임나일본부’다 ‘독도문제’다 하면서도 우리나라 영토를 가장 많이 넓힌 광개토대왕 1600주기를 기념하는 일에 대해서는 정부도 어느 기관도 무관심 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 두 군데서 학술세미나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은 역사에 오명을 남기는 일이라고 정부나 관계기관에 그렇게 간절하게 기념행사를 개최하자고 간청해도 요지부동입니다.”

일본은 지금도 광개토대왕비 가짜탁본(일명 쌍구가묵본)을 가지고 조선남부를 정벌하여 임나일본부불 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만주에 스파이 정찰대를 보내 비문을 조사하고 변조까지 자행했습니다. 만주와 한반도 점령의 당위론을 위조된 역사로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제국시대 일본 육사출신의 정찰대원들은 최고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본국의 어용역사학자들과 합작을 했지요. 이같은 사실은 이미 고인이 된 재일사학자 이진희씨가 밝혀냈지요.”

그는 이진희씨 등 광개토대왕비문 연구자들이 어렵게 수집해 놓은 자료들과 연구성과들이 흩어지고 멸실되지 않도록 한데 모으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냥 방치해 두면 일본측에 넘어가든가 쓰래기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광개토대왕박물관’을 만들어 모으고 보존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최근들어선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가짜 비문 탁본들이 국내로 유입돼 일반 소장은 물론 국내 공공기관에 버젓이 내걸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후대 연구자들이 가짜를 가지고 우리 역사를 연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비문연구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박물관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고구려사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동북공정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 중심에 광개토대왕비도 위치하고 있다. “동북공정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광개토대왕비문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했습니다. 2003년엔 중국사회과학원 출판사에서 1580주기를 맞아 연구총서를 냈습니다. 꾸준한 연구자료 축적을 중국사 편입의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광개토대왕에 대한 우리 국사 교과서의 푸대접도 못마땅하다. “언급된 내용이 달랑 두세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교과서에서는 두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임나일본부를 기정 사실화 한 날조 탁본을 근거로 기술하고 있지요.”

광개토대왕비 주변에서 수습된 고구려 기와 무늬 탁본.

1995년 그는 광개토대왕비 탁본 특별전을 국립문화제연구소 주관으로 덕수궁에서 열었다. 다음해인 1996년 일본 국립동경박물관은 광대토대왕비 탁본전을 열고 도록도 출간한다. “그동안 공개 하지 않던 쌍구가묵본을 갑자기 전시를 했습니다. 아마도 한국 탁본전에 대한 대항의 성격이 농후했습니다.”

그는 광개토대왕비문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사이고 미래사라고 강조한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두 나라의 미래 세대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취 할 수 있는 태도의 토대라고 할 수 있지요.”

국립대만대학에서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고고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베이징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 이 소장은 국내에서만 공부한 학자들과 달리 한·중·일의 역사를 통시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역사나 문화를 주변국과 떼어서 본다는 것은 자칫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싶기 때문이다.

“풍납토성이 백제왕성이라는 것은 중국의 전국시대와 서한시대 도성 축성 양식에서 추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삼국사기와 고고학 자료를 통해 선 위치를 파악했지요. 역사연구에서 편협된 시각은 금물입니다. 실사구시 정신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이 소장은 광개토대왕비를 일본이 조작하고 왜곡했다는 사실도 이같은 자세로 규명하고 있다.

광개토대왕비 인근 고구려 유적에서 탁본한 인물상.

“고구려왕의 공적비에 왜(倭)의 활동을 9번이나 기록한 것만 보아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고의적으로 왜의 전공인 것처럼 왜에 유리하도록 조작 왜곡한 것입니다. ” 그는 비문의 주어를 왜로 조작한 흔적들을 서예사를 전공한 부인(박노희·65)과 함께 글자체를 통해서 규명했다. 비문에 조탁을 하거나 회를 바른 흔적에서 글자체가 유독 어설픈 곳을 발견해 냈다. 또한 비문의 글씨체가 중국과는 다른 고구려의 고유체임을 부수적으로 알게 됐다. 백제와 신라,일본의 글씨체에 영향을 준 글씨체다. .

일본의 주장은 역사적 상황과도 맞지를 않는다. “당시 왜는 그야말로 하나의 해적 집단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의 역사서나 년표에 ‘일본군’이 반도에 출병하여 백제와 신라를 복속시켰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비문의 날조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지요.” 사실 일본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고구려가 망한 이후다.

일본은 여전히 조작한 가까 탁본을 일본 국내 도서관은 물론 해외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배포해 일본이 백제 신라를 수백년 동안 점령한 것 처럼 선전하고 있다. “우리가 광개토대왕비를 제대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먼저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리고 나서 일본의 잘못된 역사서술의 시정을 촉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는 독도문재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해외홍보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일시적이고 즉발적인 대응보다는 학술연구 등 지구력있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일어는 물론 영어나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로 번역, 해외에 알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이와같은 일은 비록 독도문제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글들도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에 배포해야 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을 ‘한국학번역원’으로 확대 운영한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만이 ‘국립편역원’을 두고 국내외 번역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거울삼아도 될 것 같습니다.” 광개토대왕을 기리지 않는 것은 우리 역사를 버리는 행위라는 노학자의 열변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해준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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