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현대의 지도자는 현재 속에서 평가받고 단죄되어 미래의 질서가 되어야 한다. 역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자기방어이며 위장술에 불과하다. 정의는 계류되어서는 안 되며 불의보다 늘 선명한 신념이어야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가 되어 봉인 되기 전에 명확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다. 그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 우리가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한 사람이 있다.
12.12 군사반란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으로 죽음을 맞은 김오랑 소령이다. <김오랑>(2012.책보세)은 1980년 36세로 죽음을 맞이한 진정한 군인 김오랑의 생에 대한 기록이다.
동네 아이들과 칼싸움을 할 때마다 스스로를 임진왜란 때 왜군과 맞서 진주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김시민 장군이라 부르던 아이, 김오랑.
그는 1944년에 김해에서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을 경험한다. 호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용감하고 정의로운 아이였다. 부모를 공경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이었으며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존재들이 될까? 아니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 적어도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겠어. 반드시 부귀영화를 누리고 존경받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단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에 새겨지는 그런 사람… 김수로왕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보다 어떤 의미와 가치를 오랜 세월 후손들에게 미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야. 그렇게 깊게 새겨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어. 그러자면 우선 우리가 입고 있는 이 교복이 부끄럽지 않게 지금을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야겠지.” 55쪽
학창시절에도 교복이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을 다하고자 그의 다짐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재수 끝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김오랑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칠 군인으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그는 여느 상관과는 달랐다. 소위로 임관한 후에서 부대원들을 자신의 세심하게 살핀다. 부대원 간의 마찰이 생겼을 때에도 무조건 체벌이 아니라 반성문을 쓰게 한다. 베트남 참전에서도 부하를 우선적으로 아끼는 따뜻한 군인이었다. 연인에게도 한결같았다. 베트남에서 펜팔을 통해 사랑을 키운 여대생 백영옥과 귀국 후 결혼을 한다.
특전사 중대장을 맡을 당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박종규를 만나 친분을 다진다. 그와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백영옥의 발병으로 위기를 맞는다. 김오랑은 시력이 점점 악화되는 부인을 대신 해 살림을 하며 군인으로 삶을 돌아본다.
정병주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으로 발령을 받은 그는 자신의 의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1980년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고 친하게 지낸 박종규의 총에 맞아 어처구니 없이 죽는다.
지극히 평범할 수 있었던 그의 삶은 그가 군인이기에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아내 백영옥의 노력으로 그의 죽음이 얼마나 정의로웠는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12.12 군사반란의 주도자는 여전히 건재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건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한 참군인 김오랑이란 인물을 통해 우리 역사의 단면을 제대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