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김성근: 야왕은 한대화 동문: 배구의 신-치용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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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995회 작성일 2013-04-16 21:1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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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서 1999년까지 배구 담당 기자를 했다. 실업배구 시절이었다. 그 때도 신치용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화재가 최강이었다. 십수년이 흘러 그 배구 담당 기자가 데스크가 됐는데 여전히 배구판은 '삼성화재 천하'다. 그 중심에는 똑같이 신치용이 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실업배구 슈퍼리그 8연패, 2005년 프로 V리그 출범 이후 전 시즌 챔피언 결정전 진출및 통산 7회 우승. 2012~2013 시즌까지 V리그 6연패 달성. 이제 한국배구에서 신치용을 빼고는 무엇도 말하기 힘들게 됐다.
요즘 국내 프로 스프츠계에서 감독의 힘과 입지가 많이 줄어 들었다고 말한다. 감독다운 감독을 보기 쉽지 않은 시절이 됐다는 뜻인데 그래서 그에게 듣고 싶었던 것은 배구보다는 '감독론'이었다. 감독이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를 묻기에 신치용보다 적격자가 이 시대에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18년째 한 팀에 있으면서 1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국내 스포츠에서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 같다. 장수 감독의 비결은 무엇인가. 역시 우승인가.
물론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적이 안 되면 역시 안 된다. 그러면서도 선수 관리나 자기 관리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 한마디로 모범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감독으로서의 자기 역할이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 자기가 해야할 일, 안해야할 일을 구분 못해서 넘쳐서도 안 되지만 일도 제대로 파악못해서 모자라도 안 된다. 보통 선수가 감독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하는 측면이 있다. 감독은 권위가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감독이 선수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선수가 제일 무섭다. 선수 눈 밖에 난다는 것은 감독이 엉터리거나 감독답지 못한 행동을 할 때이다. 선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들의 신뢰를 잃어 버린다. 선수들이 '우리 감독 개판이야'하고 생각하면 끝이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감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독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선수들이 잘 하고 팀이 잘 나갈 때는 감독이 나설 필요가 없다. 하지만 팀은 언젠가 위기를 맞는다. 나는 '삿대론'을 자주 말한다. 배는 순풍이 불 때는 돛만 올려도 잘 나간다. 그러나 바람이 없거나 (암초 등에)얹힐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삿대다. 팀이 어려울 때나 흐트러질 때 역할을 해주는 게 바로 감독이다. 감독은 숙명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외롭지 않다면 무언가 감독을 잘못하고 있는 거다. 혼자 사색하고 고민하면서 외롭게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감독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
팀 컬러와 문화를 만드는 거다.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왔을 때 정말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시작할 때 기초를 잘 만들어야만 오랜 기간 단단한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몇 년 감독을 할지 몰랐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올바른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선수와 타협을 안했다. 아침 6시 30분에 몸무게를 잰다, 라면을 먹지 말아라, 휴대폰은 어떻게 관리한다 등 세부적인 팀 내 지침은 다 초창기에 만들었다. (이런 것에 비하면)훈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팀 문화에 대한 말이 나와서 그런데 삼성화재는 특출난 외국인 선수 덕분에 쉽게 우승한다고 폄훼하는 시선이 있다. 특별한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인가, 아니면 보통 선수들이 삼성화재만의 독특한 팀 문화 속에서 특출나게 변하는 것인가.
당연히 우리 팀만의 문화 속에 특출나게 된 거다. 삼성에 온 외국인 선수들은 처음에는 별 볼 일 없었던 친구들이었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선수라면 프리디를 들 수 있는데 오히려 그 선수는 실패했다. 가빈은 다른 팀이 먼저 테스트하고 안 쓴 선수였다. 안젤코는 처음 왔을 때 전문가들이 무늬만 용병이라고 비웃었다. 이번 시즌 레오도 다른 팀 선수에 비해서 몸값이 쌌다. 대부분 연봉, 지명도 등에서 세계시장에서 이름없는 친구들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교육시키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감독이 직접 그들과 마주치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사람 대 사람으로 하면 안 된다. 팀 컬러나 문화로 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가 그 팀만의 문화에 압도당해서 그렇게 따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다. 우리 팀 문화를 잘 따라와서 시즌 동안 잘 하니까 (결과적으로)좋은 용병이 됐다.
-팀 컬러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닐 텐데.
우리 팀 선수들은 타 팀과 다른 문화가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배구계에서 이제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리 팀 문화를 처음 경험해 보는 사람들은 선수들이 어떻게 그리 부지런하고 규율을 잘 지키느냐고 놀란다.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이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에)농구단도 같이 있는데 농구쪽 선수들이 '배구는 공산당이다, 신치용 감독은 독재자다'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농구단이 우리를 벤치마킹하려다가 포기했다. 다른 팀 선수들이 우리 쪽에 오면 적응하기 쉽지 않다. (사위인)박철우도 그랬다. 하지만 조금 있다 보면 그게 편하다는 것을 안다. 비록 처음에는 힘들지만 말이다. 그런 틀을 만들기 위해 (팀 초창기에)수 년을 투자했다. 이제는 잘 만들어져서 내가 큰 간섭을 안한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우리가 초등학생이냐'며 반발도 컸다. (시범 케이스로)선수 한 명을 잘랐다. 구단에서 선수층도 얇은데 하면서 만류했다. 그러나 배구 1년 하려면 안 잘라도 되지만 10년, 20년을 하려면 잘라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그런 것은 양보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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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프런트의 관계 설정도 감독에게 중요한 대목인데.
선수단에 팀 위크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팀 워크는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삼위일체의 팀 워크를 이뤄야만 한다. 세 축이 따로 놀면 그냥 각개전투가 된다.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 배려하고 신뢰하는 문화도 우리 구단의 자랑이다. 아마 다른 팀 프런트도 잘 알 것이다.
-현장과 프런트 가운데 누가 팀을 리드하느냐는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도 오래된 논쟁거리인데.
둘은 위계질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다. 서로 업무가 다르다. 배려하고 도와 줘야지 누가 위고, 누가 아래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보통 프런트에서 훈련 방법, 전술, 선수 기용같은 영역에 개입하게 되면 그 팀은 망가지게 돼 있다. 프런트가 (이런 문제로)선수와 직접 통하려고 한다면 어느 선수가 감독 말을 듣겠는가. 프런트가 경기 하기 전 미팅 룸에 와서 뭐라 뭐라 하는 것은 기본예의가 없는 짓이다. 그런 팀은 잘 될 수가 없다. 요새 (이런 류의)불행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 안타깝다. 절대로 서로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맞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의 권한이 땅에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팀 문화가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감독도 자존심을 지킬 필요가 있다. 우리 팀은 창단 때부터 구단주께서 현장은 감독이 알아서 하고, 프런트는 지원을 잘하라고 확실히 정리를 해 주셨다. 상호 존중이다. 감독도 (행정적인 일에)프런트를 배제하고 일을 추진하면 안 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요즘 들어보면 프런트가 선수들에게 감독의 진퇴 같은 것도 물어보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비극이다. 그 정도라면 감독 그만 해야 한다.
-프런트도 감독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풍조가 있는 것 같지만 그런 풍토가 생긴 것에는 감독들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맞다. (일부 프런트는)감독을 소모품 이상으로 생각 안 한다. 감독들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길들이려고 하는 의도에 길이 들여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처음 감독이 되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고, 성적이 뒷받침이 돼야 (목소리를 내는)순환이 되는 측면도 물론 있다. 좋은 팀은 우승만 많이 하는 팀이 아니다. 신뢰가 있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당하는 감독도 불쌍하지만 그리 하는 프런트는 더 불쌍하다. 기본적인 인격이 안 된 거다.
-그렇다고 그동안 프런트랑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닐 텐데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풀었나.
서로 충분히 대화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윗선에 직접 이야기해 판단하게 했다.
-윗선에 감독과 프런트 가운데 선택을 요구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인사는 최종적으로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화를 해도 의견 대립이 안 풀리면 마지막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위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 구단과 감독은 갑을관계다. 갑은 을을 보호해 줘야 한다. 하지만 프런트와 감독의 인간 관계가 갑을이 되면 안 된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프런트에게 감독을 을로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밖에서는 삼성화재를 감독 주도형 구단으로 보는데 동의하는가.
글쎄요. 우리 팀이 넘쳐서가 아니라 다른 팀이 제자리에 못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훈련체크하고 선수기용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고 프런트가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관여하면 말이 안 된다. 우리 팀은 (감독이나 프런트가)모두 제자리에 있다. 다른 팀에서 (프런트로)월권을 하는 사람이나 (감독으로)제 역할을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세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즘 점점 감독들 나이가 어려진다. 다 부리기 편한 사람 쓰는 거다. 감독의 자질이 아직 안 됐는데 부리기 편하다고 쉽게 데려다 쓴다. 검증도 안 해보고 시켰다가 탕탕 내친다. 내가 구단주라면 그런 것을 선택한 사람(단장)부터 날릴 것 같다.
-감독의 자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도력이라고 보통 생각을 많이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감독을 할 정도면 지도력에 대한 전문성은 다 있다고 본다. 오히려 인성이 제일 중요하다. 다 초등학교 때 배운 것들이다. 근면 성실 정직 등이다. 정도로만 하면 된다. 훈련 열심히 시키면 두려워할 것이 없고 딴 짓 안하고 똑바르게 하면 걱정할 게 없다.
-좋은 감독과 나쁜 감독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수 기량을 발전시키고 솔선수범하면서 정도를 지키면 좋은 감독이다. 그러나 좋은 감독도 실패는 한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나쁜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을 편가르기하고, 프런트에 아부해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고, 선수들 지도에 소홀하면 나쁜 감독이다. 나쁜 감독도 일시적으로 성공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례도 드물고 오래 가지 못한다. 가장 불행한 감독은 구단주에게 잘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배척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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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나 팬은 보통 감독 유형을 지장, 덕장, 용장 등으로 분류하는데 동의하는가.
글쎄, 그럴듯하지 않다. 그냥 언론에서 사람 스타일을 놓고 분류하는 것 아닌가. 감독은 상황에 따라 늘 변화해야 한다. 덕스럽게 할 때가 있고, 용스럽게 할 때가 있다. 잘 나갈 때는 '허허' 웃어주고 위기가 되면 깃발을 들고 '나를 따라 와라' 해야 한다. 한가지에 빠져 있으면 안 되고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지장 덕장 용장 위에 '운(運)장' ,'복(福)장'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에는 동의하는가.
(웃으면서)그것은 동의한다. 세상은 운이 따라야 한다. 또 운이 따라줄 때까지 버틸 줄 알아야 한다. 운동경기는 잘해서 이기는 경우보다 못해서 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실수 때문에 승부가 갈린다. 상대가 너무 잘해서 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운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운도 온다. 준비하지 못하면 운이 와도 운을 잡지 못한다. 버티면 운도 오고 기회가 온다.
-국내.외나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감독이 있었는가.
그런 것은 없었다. 한국전력에서 코치를 하면서 약팀이 할 수 있는 배구는 다 해봤다. 국가대표 코치를 하면서 지도에 눈을 떴다. 4년 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리그 등 각종 세계대회를 다 다녔다. 세계정상급팀들의 훈련을 유심히 다 봤다. 이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 경험 속에서 얻어냈다. 특정인을 모델로 한 적은 없다.
-감독직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가.
헬스장에서 한 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러닝 머신을 달리거나 맥주 한 잔 마신다. 정말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글래스에 소주를 가득 부어 한 잔 마시고 잠을 잔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 감독은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삼성화재 외의 팀을 지휘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건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내가 20년 가까이 한 팀을 맡았는데 다른 팀에 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 나부터 적응이 안될 것 같다. 나이도 들었는데 굳이 그러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훗날 신치용이라는 이름은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참 성실하고 정도를 걸어간 감독, 선수 중심으로 팀을 운영한 감독으로 기억되면 만족한다.
위원석 체육1부장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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