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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668회 작성일 2013-03-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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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칼럼] 조롱받는 神
 
 
 
 
 
 
등록 : 2013.03.18 19:18수정 : 2013.03.18 19:18
 
 
 
 
곽병찬 논설위원

한국 가톨릭이 단수로 추천한 종군신부 후보자를 국방부가 탈락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사나흘 뒤였다.
한 일간지 경제 섹션 머리에 펼쳐진 제목 하나가 눈에 쏙 들어왔다.
‘신도 이력서를 쓰고 싶은 직장’. 지금까지 상투적으로 쓰던 신의 직장, 신이 내린 직장 따위 표현의 연장이었다. 지시하는 대상도 가스·전기·상수도 등 공기업체로 다를 게 없었다.
웬만하면 ‘신(God)도 한국에선 안정적인 일자리 찾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구나’ 수준의 썰렁 개그로 받아넘길 수사였다.
하지만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대뜸 ‘우리나라에선 신이 이렇게도 조롱받는구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안정된 직장 이력서 들고 다니는 神,
 
양지바른 곳만 찾아다니는 봄날 애벌레 같은 神!
 
 
 
웃자는 일에 정색하고 대드는 것이 민망했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나라에서 신은 그저 광고 카피의 소품일 뿐이다. 선망하는 직종, 와인, 성형, 투기, 용모 따위를 받쳐주는 수식어로나 쓰인다. 신의 눈물, 신의 목소리, 신의 손, 신의 목소리, 신의 밥상 등.
그들은 판판이 놀면서 많은 급료나 탐하는 염치없는 존재다. 그 눈물은 값비싼 와인이 되어 식도락가의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존재다. 에스라인의 몸매, 심지어 유혹하는 교태를 강화하는 자극제로 소비되기도 한다.
 
 
 
 
 
원래 신의 눈물은 굶주린 아이, 병든 노인, 돌볼 이 없는 여인, 착취당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이고 기도였다. 예수가 갈보리 언덕에서 흘리던 눈물, 사문유관 속에서 싯다르타가 흘리던 눈물이 그것이었다. 이제 그런 신의 눈물도 그런 신도 사라졌다.
 
 
 
물론 세태의 부박함을 탓해야 하겠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종교인들을 따져야 할 것이다. 군종신부 면접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는데”라고 물은 것은 또다른 종교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전쟁과 분쟁을 일삼는 신이다.
지금도 4·3 학살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제주 주민들의 간절한 평화 염원을 종북으로 치부하는 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게 소신이라 해도, 그것을 이웃 종교인에게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알량한 군종장교가 그에겐 양심과 바꿀 수도 있는 자리였을지 모르나, 그것으로 타인의 배덕을 유혹해서야 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시험을 당하고도,
 
 
 
 
 
한국 가톨릭은 침묵했다.
 
 
 
 
그로 말미암아 그의 종도, 저의 신까지 지키지 않았다
 
 
 
 
.
권력이 무서웠나?
그러니 누가 신을 두려워하고, 그 뜻에 따르려 할까. 하긴 인도네시아 등
 
 
 
서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이 30여만 명의 인명을 앗아갔을 때
 
 
 
 
 
한 대형교회 목사는 ‘이교도에 대한 주의 심판’이라고 저주했었다
.
 
 
 
 
그 앞에서, 신의 존재를 묻고, 그 의미를 따지는 물음은 무의미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는
신을 더 용렬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원로 목사는 하나님을 팔아 치부했다. 아들은 회삿돈을 탕진하고, 아버지는 하나님의 금고에서 빼내 채워넣었다. 그런 원로목사를 사법처리하려 하자, 그를 고발했던 교회 장로들에게 출교 등 파문 조처를 내리고 있다. 신은 하늘에 있지 않다. 교회 금고 옆에 있다.
또다른 초대형 교회인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는
표절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다. 그렇게 유명해진 그가 사랑의교회에 발탁된 뒤, 안팎의 눈총 속에 2000억대 바벨탑을 짓고 있다. 도대체 그가 부르짖던 하나님은 어떤 신일까.
신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인 가치의 담지자였다. 도덕과 윤리, 사랑과 연민, 관용과 배려, 존중과 겸손, 평화와 진리에의 열정은 그 속성이었다. 때론 양심에, 때론 이성과 감성에 호소해 참된 삶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신의 속성이 우리 내면에 깃들 자리가 없다. 그들은 상품광고 카피 속으로 내몰렸다. 탐욕, 경쟁, 승자독식, 차별, 배제 따위를 확산시키는 모델이다.
미학자 죄르지 루카치는 말했다. “비극은 신이 관람하는 인간과 인간 운명의 놀이다. 신은 관람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 무대에 오르는 것은 신이다. 인간은 저들이 만든 신과 그 운명의 유희를 즐긴다. 이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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