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 |
노후봉양 말만 믿고 자식에 재산 줬다간
낭패
부모들 “돌려달라” 소송 잇단 패소
법원 “효도계약 맺은 증거없다”
‘노후 봉양’을 하겠다는 자녀의 말을 믿고 재산을
증여했다가, 낭패를 보는 부모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소송도 해보지만, 재산을 돌려받기는커녕 또한번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말만 믿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남겨놓지 않은 탓이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한아무개(74)씨는 1997년 자신과 아들·며느리가 함께 살던 건물을 아들에게, 건물
부지는 2009년 10월 아들과 며느리에게 반반씩 증여했다. 땅을 증여하면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자신이 세상을 뜰 때까지 생활비를 주고,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 조건은 잘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한씨는 2011년 “며느리가 생활비는 고사하고 식사도 챙겨주지 않는
데다, 폭언을 일삼았다”며 며느리를 상대로 증여한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과 2심인 서울고법에서 내리
패했다. 재판부는 “증여계약이 부양을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였는지, 며느리가 시아버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대구지법도 이아무개(86·여)씨가 아들을 상대로 낸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소송
항소심에서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들·며느리와 함께 살다 며느리와 다툰 뒤 집을 나간 이씨는 “내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조건으로 유일한
재산인 토지를 증여했는데, 아들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아들이 이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조건으로
토지를 증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노후 봉양을 하겠다는 내용의 ‘효도 계약’을 맺었고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부모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태도다. 두 사건 모두 소송 비용까지 부모들이 부담해야 했다. 가사 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야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약속을 할 때는 관련 증거들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