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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 이것 투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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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4,062회 작성일 2013-03-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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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여름방학 중 맞은 무더운 일요일이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기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봉황대기 고교 야구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휴일의 오후를 보내던 참이었다. 천안 북일고 대 인천 동산고의 1회전 경기, 갑자기 해설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공습을 알리는 다급한 경보방송이 울려 퍼졌다.

"민방위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서울·인천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 상황은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적기가 인천지역을 공습 중입니다."

TV는 여전히 동대문야구장을 비추고 있었지만, 공습경보가 적기 내습에 의한 실제 상황임을 알리는 TV 자막과 함께 아파트 구내방송으로도 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날 지하실로 내려가며 마주쳤던 사람들의 굳어진 얼굴에서는 전쟁의 공포가 느껴졌다.

20여 분 후에야 공습경보가 중공군 미그 21 조종사의 망명 때문에 발령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날 야구 경기에서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을 서늘하게 짓누르던 불안감과 아득하게 귓가를 맴돌던 매미소리만은 30년이 다 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우리가 누리던 안온한 일상이 단 한순간에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1983년 8월 7일, 그날은 한국전 휴전 뒤 최초의 실전 공습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구라도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나와 내 가족이 일상을 영위하는 이 땅에서의 전쟁은 막연히 통계로 예측되는 사상자 숫자가 아니라, 곧 자신을 포함한 사랑하는 그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나'와 '내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기는 더욱 쉽지 않다.

1994년 미국 예측... 1주일에 군인 최소 1백만, 남측 민간인 5백만 이상 사망


그런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한반도 전쟁 피해 예측을 오래 전부터 데이터화하고 통계화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지난 1994년 이른바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정부가 실시한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내용이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 8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은 나흘 뒤엔 핵확산금지조역(NPT) 탈퇴 성명을 냈다. 이듬해 3월 9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북측 수석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9시 뉴스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면서 전쟁 위기는 고조됐으며, 북한이 4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한데 이어 6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 탈퇴 선언을 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1994년 5월 주한 미군사령관 게리 럭 대장은 한반도에서의 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워싱턴에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펜타곤에서는 당시 국방부 장관 페리를 비롯해 미군 수뇌부들이 한국전 계획을 최종 검토한 후, 그 결과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결론은 끔찍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외과 수술식 정밀공격(surgical attack)'할 경우 북한은 전면전으로 대응한다는 가정 아래, 전쟁 개시 24시간 안에 군인 20만 명을 포함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15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예비군 400만 명을 소집해 개전 5일 안에 전선에 투입하고 미군도 유사시 증원계획에 따라 130만의 병력이 한반도에 집결한다. 세계 최고의 화력과 병력이 한반도에 집결하면서 개전 1주일 안에 남북한과 미국을 포함해 군 병력만 최소 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측 민간인 사상자만 개전 후 1주일을 경과하는 시점에서 약 50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외과수술식 공격 성공해도 환자는 죽는다'는 역설

<워싱턴 포스트> 외교전문기자로 '1차 북 핵 위기'를 취재했던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럭 장군은 월남전과 걸프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할 경우 최신 무기의 어마어마한 성능으로 인해 8만 내지 10만 명가량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100만 명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미국은 전비로 1천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며, 재산파괴와 경제활동 중단으로 관련 당사국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국가들까지 지불해야 할 돈이 1조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475쪽

이 같은 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 수술은 성공한다 해도 환자는 죽어버린다는 것.

이런 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자 게리 럭 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가 백악관에 영변 핵시설 폭격을 중지해야 한다는 긴급 건의문을 보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에 특사로 급파하면서 극적으로 전쟁을 모면한 뒤 협상의 돌파구를 열 수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의 시뮬레이션은 핵무기의 사용은 배제된 것이었지만, 지난 2004년 10월 공개된 한 보고서는 더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미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정부 비밀문서와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 민간연구소가 입수한 비밀문서를 분석한 보고서였다(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방지, 동물보호, 천연자원 정보 공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비정부 기구인 NRDC는 지난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피해규모와 방사능 낙진의 분포 등을 꾸준히 예측해오면서,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NRDC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는 더 파멸적 결과 보여줘

CIA와 국방부 등 미국 정부 자료를근거로 작성한 NRDC의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 보고서는 미국 혹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의 피해 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에 사용된 틀은 한반도 각 지역의 인구밀도, 기장정보 등이 포함된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로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의 효과를 산출할 때 쓰는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 한반도 핵 사용 시나리오 미 NRDC가 2004년 작성한 '한반도 핵 사용 시나리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 NRDC

NRDC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를 상정했다. 하나는 미국이 '벙커버스터(Bunker Burster)' 폭탄으로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서울 용산지역에 핵공격을 하는 경우였다.

먼저 보고서는 NRDC는 북한 내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총 25곳의 군사기지 가운데 15곳을 골라 월별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했을 때의 피해결과를 예측했다. 그 중 평양 북서쪽 80Km 지점에 위치한 북창 공군기지는 총 48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투하되는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월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이다.

NRDC는 북서풍이 부는 가을 무렵(10월 17일 기준) 벙커버스터로 북창 공군기지를 공격했을 경우, 북한지역의 인구분포와 결합시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를 추산했다. 10월 17일 정오를 기준으로 5kt(킬로톤, 1kt는 TNT폭약 1000t의 폭발력에 해당) 규모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6000명, 100kt 핵폭탄이 터질 경우 10만 명, 400kt이 터질 경우 40만 명, 1.2Mt(메가톤, 1Mt은 TNT 폭약 100만t의 폭발력에 해당)이 터졌을 경우 1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NRDC의 분석결과다.

이 시뮬레이션이 북창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시점을 10월로 잡은 것은 남풍이 불어 방사능 낙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같은 시기 400kt 위력의 벙커버스터가 터질 경우에는 낙진이 휴전선을 넘어 춘천에서 강릉에 이르는 강원도 북부지역에까지 날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에서 핵폭발하면 사망자 62만~125만

NRDC는 또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터트리는 경우도 분석했다. 이 케이스는 미국이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격하는 경우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보고서는 15kt(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위력)급의 핵폭탄 1개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한미 연합사령부가 밀집한 서울 용산에 터트리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했다. 때는 임진강이나 한탄강이 결빙되어 북한 인민군 주력의 도강이 용이한 겨울로 북서풍이 불어오는 시기로 잡았다.

▲ 용산 상공 500m 핵폭발 NRDC는 용산 상공 500m에서 15kt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사망자를 62만명으로 추산했다.
ⓒ NDRC

첫째로 용산 상공 500m에서 15kt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핵폭풍과 열, 초기방사선 등으로 인해 반경 1.8km 이내의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되고 4.5km 이내의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만 62만(40만 명은 즉시 사망, 22만 명 추가 사망)이 넘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분석은 같은 위력의 핵폭탄이 각각 용산 상공 100m와 지표면에서 폭발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첫 번째와 비교해보면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 용산 상공 100미터 핵폭발 용산 100미터 상공에서 15kt급 핵폭탄이 터질 경우 NDRC는 사망자 수를 84만명으로 예측했다.
ⓒ NDRC

일반적으로 200rem(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의 방사선량에 노출된 사람의 경우 혈액 이상으로 피폭후 2주~6주 사이에 최대 90%가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지면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경우 강남구 일대에는 이 정도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게 되며 서초구와 동작구, 송파구 주민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과천, 분당, 성남, 광주 등 서울 이남 도시들도 방사선 100rem, 사망률 10% 수준의 낙진 피해가 우려됐다.

▲ 용산 지표면 핵폭발 NDRC는 15kt급 핵폭탄이 지표면에서 폭발했을 경우, 방사능 낙진 피해가 최대화되고 사망자의 숫자는 125만명으로 예측했다.
ⓒ NDRC

두 번째(100m 상공 폭발)와 세 번째(지표면 폭발)의 경우 사망자의 수는 각각 84만 명, 12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 수치는 단지 핵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이고, 여기에 도시가스 저장소와 주유소 화재, 건축물 폭파로 인한 잔해와 유리 파편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NRDC는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NRDC의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면 가슴이 저절로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Fog of War(전쟁의 안개)'란 말이 있다. '전장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이 말은 현대의 전장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짙은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공간임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61~68년 미국의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베트남전에 깊숙이 개입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다큐멘터리 <포그 오브 워>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너무 복잡해서 인간의 능력으로는 모든 변수를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이를 '전쟁의 안개'라고 부른다. 우리의 판단과 이해는 옳지 않았다. 우리는 쓸데없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그래서 기자는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쟁을 결심할 수 있어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역설했던 한 보수 언론인의 주장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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