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62)교수(현대한국연구센터장 |
도쿄대 고별강연한 강상중 교수
재일한인 첫 도쿄대 정교수 출신차별 이기며 15년 강단 생활 마쳐
가을부턴 세이가쿠인대학서 강의
한국말 더 배우려 어학당 계획도
“과거 회고보다 미래 말하고 싶다” “한국은 낳아준 부모, 일본은 키워준 부모입니다. 앞으로도 양국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재일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998년 일본 국립 도쿄대학의 정교수로 임용됐던 강상중(62) 교수(현대한국연구센터장)가 도쿄대를 떠난다. 물론 강단을 아예 떠나는 것은 아니다. 10월부터 사이타마현의 세이가쿠인(성학원)대학에서 다시 강의를 시작한다. 강 교수는 6일 도쿄대학 고별강연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다”고 지난 15년을 회고했다. 그가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정교수로 임용된 것은 재일한국인이 차별을 딛고 일궈낸 성취였기에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정년을 3년가량 앞두고 도쿄대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국립 도쿄대 교수라는 지위로 일본 사회에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힘도 많이 들었다. 이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한국인 차별 문제를 다뤄온 그에게 가해졌던 일본 우익의 적잖은 공격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강 교수는 “세이가쿠인대학은 한국의 대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30년 전 첫 출발하던 마음으로 돌아가 거기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0여년 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한국어를 잘 못해 ‘반쪽발이’란 욕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한국어를 더 잘하기 위해) 올해는 꼭 한국에 가서 1개월가량 어학당에 다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아베 신조 정권의 헌법 개정 추진과 영토 문제 강경 자세 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그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크게 승리하면 헌법 개정요건을 완화하는 헌법 개정에 이어, 제9조(평화헌법) 개헌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보수 정치세력이 일본 전후 체제가 지켜온 가치인 평화주의를 깨는 것은 일본 자신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지난날을 회고하기보다는 미래를 전망하고 싶다며, 이날 ‘동북아시아의 앞날’을 주제로 고별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북아시아라는 좁은 지정학적 시야를 벗어나 유라시아라는 큰 틀에서 국제관계를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는 유라시아 각국을 연결하는 허브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이를 위해 북-미 양자회담, 휴전체제에 관련된 미·중·남·북의 4자회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한 6자회담 등을 한국이 이끌어 한반도 긴장완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1950년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난 강 교수는 고물상을 하는 재일동포 부모 슬하에서 자라 와세다대학(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1972년 한국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 참가를 계기로 재일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동안 써오던 일본식 이름(나가노 데쓰오)을 버리고, 지금의 한국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전후 일본 사회, 차별 문제, 동아시아 국가관계를 다뤄왔다. 학문 연구 외에도 <고민하는 힘>(2009년), <살아야 하는 이유>(2012년)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는 내용의 에세이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출간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오모니>도 수십만부가 팔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