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안보리 결의는 1994년 북폭 구상 버금
위기 자초한 김영삼 정부 답습 말아야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단골 대남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불바다’ 위협은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려 했다는 1994년 북핵위기 상황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년 넘게 영변 핵시설 사찰로 마찰을 벌였다. 1994년 3월15일 원자력기구의 사찰단 철수로 파국이 왔다. 나흘 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한 대표는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위협했다.
문제는 이것이 북한이 의도한 공개 위협이 아니었다는 거다. 이틀 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촉구했다. 이에 북한 쪽은 회담에서 ‘전쟁을 해서는 안되지 않냐’며 ‘전쟁이 나면 판문점에서 멀지 않은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고 말했다는 거다. 이를 우리 쪽이 그 부분만 공개했다.
불바다 위협은 즉각 반향을 일으켰다. 라면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전쟁위기가 고조됐다. 이 사태는 빌 클린턴 당시 미 행정부의 북핵 강경대응을 더욱 자극해, 영변 핵시설 폭격 구상으로까지 치달았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북폭 포기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도하지 않았던 불바다 발언의 효과를 경험했던 북한은 남북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매년 불바다 위협을 반복했다. “대남 선제타격이 개시되면 (수도권과 청와대는) 불바다가 아니라 잿더미가 된다”(2008년 3월30일 조선중앙통신 군사통신원), “씨도 없이 다 태워버리는 복수의 (수도권) 불바다를 보게 될 것”(2011년 12월 30일 국방위원회 성명), “청와대이건 인천이건 다 불바다에 잠기고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한다”(2012년 3월 4일 김격식 당시 북한군 4군단장, 현 인민무력부장), “서울 한복판(수도권)이라 해도 그 모든 것을 통째로 날려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2012년 4월 18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 5일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는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6일에는 <로동신문>에서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정현일 인민군 소장)이라고 다시 불바다 위협을 추가했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안에서 해병대원들이 야간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 주민들이 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정전협정 파기를 골자로 하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