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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적 소설 빈곤속에 더욱 그리운 소설가 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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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484회 작성일 2013-03-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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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적 소설’ 빈곤에 더 그리워진 이문구

등록 : 2013.02.27 20:36수정 : 2013.02.27 20:36
<장한몽>과 <관촌수필> 같은 1970년대 대표작을 쓴 소설가 이문구 10주기를 맞아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린 ‘이문구를 생각하는 밤’ 행사에서 소설가 황석영씨가 고인을 회고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주기 ‘이문구를 생각하는 밤’

문인 50여명 참석 단출한 자리
그의 문학 기원과 유산 재확인
“문구 형 작품놓고 학기말 시험…
동리 선생이 스타일리스트 예견”
“토속소설 외면 문단풍조 아쉽다”
“1961년 서라벌예대 문창과(현 중앙대 문창과)에 입학해 보니 거기는 뭇 별들이 반짝반짝하는 곳이었습니다. 고교 시절 각종 백일장을 휩쓸던 쟁쟁한 꼬마 문사들이 집결했던 것이죠. 그런 가운데서도 이렇다 하게 내밀 만한 ‘명함’이 없었던 게 문구 형과 저였습니다. 그런데 김동리 선생의 창작 실기 시간에 희한한 일이 일어났어요. 동리 선생이 문구 형이 과제로 낸 습작품을 읽고 ‘이 학생은 장차 우리 소설문학의 대단한 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극찬하신 거였어요. 그것으로 그친 게 아니라 학기말 시험 문제가 바로 그 문구 형의 작품에 대해 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리 선생과 이문구가 스승과 제자의 차원을 넘어 가히 부자지간을 방불케 할 연을 맺게 된 계기가 그때였다고 생각합니다.”
26일 저녁 서울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의 미디어랩실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2003년 2월25일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1941~2003)의 10주기를 맞아 열린 ‘이문구를 생각하는 밤’이었다. 회고의 말을 맡은 소설가 한승원씨가 반세기 남짓 지난 대학 시절의 고인을 추억했다. 소설가 송기원·최인석·오수연·전성태·김종광씨와 시인 이시영·김사인·김정환·강형철·이정록씨, 평론가 구중서·최원식·서영인씨, 그리고 박석무 전 고전번역원장과 이부영 전 의원 등 50여명이 방을 가득 메운 채 귀를 기울였다.
일반에는 비공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소설가 황석영씨와 문학평론가 백낙청·염무웅씨의 회고담, 그리고 소설가 윤흥길·한창훈씨와 동시 작가 안학수씨의 작품 낭독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의 말처럼 “생전 문구 형의 성품에 어울리게 단출하고 소박한” 자리였지만, 이문구 문학의 기원과 의미와 유산을 재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염무웅씨는 행사가 열린 연희동이 바로 이문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편 <장한몽>의 무대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1960년대 중반 연희동 누님 댁에 기식하던 이문구가 공동묘지 이장 작업에 인부로 나가 일했던 체험이 <장한몽>의 내용을 이루었다는 것. 그는 “<장한몽>의 표면 이야기는 묘지 이장이라는 기괴하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전쟁통에 겪은 참혹한 과거사에는 이문구의 개인사가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한몽>과 <관촌수필> 같은 70년대 대표작을 쓸 무렵 이문구는 문인 사랑방 노릇을 하던 서울 청진동의 한국문학사에 근무하면서 전화를 받는 등의 업무를 보는 한편 들고 나는 손님들을 접대하고 심지어는 포커판에도 참여하면서 틈틈이 공책에 소설 원고를 썼다”고 소개했다.
윤흥길씨는 <관촌수필> 연작 중 ‘행운유수’의 한 대목을 낭독했다. 주인공 집안의 부엌데기 옹점이가 남로당 활동가였던 주인공의 아버지를 찾고자 불시에 급습한 순경을 상대하는 대목이었다. 어리다고 얕보았던 옹점이가 호락호락하지 않게 나오자 순경은 대뜸 “너 멫 살 먹었네?”라고 윽박지르는데, 그에 대한 옹점이의 대답이 의뭉스럽다. “멥쌀두 먹구 찹쌀두 먹구, 열두 가지 곡석 다 먹었슈.”
이어서 옹점이는 마침 발 아래 어슬렁거리던 검둥개의 뱃구레를 냅다 걷어차며 험한 욕을 퍼붓는데, 사실은 순경 들으라는 소리였으니 이러했다. “이런 육시럴늠으 가이색깃 지랄허구 자빠졌네. 주둥패기 뒀다가 뭣허구 이 지랄허여. 너 니열버텀 잘 굶었다. 생전 밥 구경을 시키나 봐라.”
다들 적어도 한두 번씩은 읽어서 익히 알고 있는 대목이지만, 낭송을 듣던 객석에서는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스승 동리의 예견마따나 한국 문학에 다시 나오기 어려울 스타일리스트이자 토박이 이야기꾼인 이문구가 요즘 독자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잊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나왔다. “젊은 평론가들이 외국의 최신 이론만 좇으며 작품을 이론에 맞추어 풀어내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이문구와 같은 토속적이며 현실 밀착형 소설을 외면하는 풍조가 아쉽다”는 백낙청씨의 지적이 대표적이었다.
‘이문구를 생각하는 밤’은 연희문학창작촌의 공식 행사로 그치지 않고 근처 식당과 술집으로 장소를 옮겨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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