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체육부 차장스크린
골프의 인기가 여전하다. 골프 시뮬레이터(golf simulator)로 불리는
스크린 골프는 실내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시스템으로 요즘 같은 혹한기나 폭설로 인해 골프장을 못가는 골퍼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제격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스크린 골프는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 아이템’으로 키우며 종주국처럼 돼 버렸다. 스크린 골프방은 전국에 5000곳 이상이
성업중이며, 매출이 연간 약 2조 원에 육박할 만큼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스크린 골프의 매력은 2만∼3만 원으로 2시간 정도면
18홀을 돌 수 있어 실제 필드에 가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덕에 인기를 얻고 있는 스크린 골프는 골프 인구를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게임의 요소가 가미된 스크린 골프는 골프에 관심이 없던 20∼30대 젊은 직장인층을 적극
유입해 왔고 이른바 이들 ‘스크린 족’ 상당수는 잠재적인 골프 인구로 흡수돼 골프 발전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는 현실 골프와는 아직까지 괴리가 있어 보인다. 스크린 골프 역시 여느 게임처럼 숙련도가 중요할 뿐 실제 필드에서 샷과는 너무
다르다는 평가다. 스크린 골프에서 줄곧 언더파를 치던 골퍼라도 실제 필드에 나가면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몇 해 전 스크린 골프 챔피언이
한 오픈대회에 출전했다가 꼴찌로 컷 탈락한 게 좋은 사례다.
룰과 매너도 문제다. 실제 필드에서는 ‘남을 위한 배려’로 룰과
매너를 중시한다. 예를 들면 복장부터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 하고, 앞 팀과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진행에
신경을 써야 하고, 벙커 샷을 한 다음 벙커를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는 골프
유경험자도 있지만 대개가 골프 초보자들의 이용이 많아 룰과 매너를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서너명이 즐기다보니 골프에 대한 룰과
매너를 배울 필요도 없고 가르쳐 주는 이도 없다. 이 때문에 스크린 나들이하듯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으로 골프장을 찾거나 진행이 유난히 느려 뒤
팀에 폐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골프장들은 이런 ‘스크린 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크린 골프 화면 중간에
광고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룰과 매너를 담은 화면은 찾기 어렵다.
골프는
자연에서 맑은 공기와 걷기를 통해
건강을 찾으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크린 골프방에 가면 5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샷을 할 때마다 고무 매트에서 나오는 가루나 분진은
실내 조명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설치된 환풍기나 공기정화기로는 먼지를 빨아들이기엔 역부족이어서 이용객들의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 달마다 매트를 교환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무 매트에서 나온 가루는 몸속에 들어가면 체내에 쌓여 배출도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고객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확인 결과 스크린 골프방은 실내 공기질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자치
단체나 보건 당국이 스크린 골프방의 실내 공기를 측정한 적도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