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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863회 작성일 2017-03-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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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사회적 위상 어제와 오늘]


비난과 선망 사이…넌, 어디쯤 서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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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공무원들만 편하게 사는 나라다.”

“국민들이 공무원들보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초 퍼블릭IN 첫 호에 실린 대한민국 공무월 리포트 ‘연봉 5892만원 42세 7급…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기사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댓글에는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일부 댓글에는 “업무에 비해 월급이 과도하다”거나 “민원창구의 불친절이 여전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9급 공무원 시험에 23만명이 몰리는 등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돈 없고 백 없는 ‘흙수저’들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다리’가 공무원시험이기 때문이다. 비난과 선망 사이에 선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서울신문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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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공복’ 공무원 “뻔뻔한” 그렇지만 “필요하다”

서울신문이 사회관계망 분석 도구인 소셜메트릭스 인사이트를 통해 최근 1개월간(2월 2일~3월 2일) ‘공무원’이 언급된 인터넷 게시물 10만 8080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관심이 높은 단어 1, 2위가 ‘시험’, ‘공무원시험’이었다. 최근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취업준비생의 3분의1인 23만명이 몰리는 등 연초부터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시험 일정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시험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3위는 국민, 4위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름이 언급됐고, 5위는 대통령이 차지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복지공무원, 소방관, 경찰, 교사 증원 등을 포함해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해 이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6위는 경찰, 7위는 사회, 8위는 복지, 9위는 대한민국, 10위는 채용 등이 차지했다.

긍정·부정 연관어의 경우 부정적인 연관어로 ‘가난하다’(1위), ‘뻔뻔한’(4위), ‘지나치다’(6위), ‘불법’(8위), ‘범죄’(10위)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필요하다’(5위), ‘안전’(9위) 등 긍정적인 연관어도 비교적 높았다. ‘가난하다’는 단어가 이례적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공무원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지칭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무원들이 가난한 국민들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자영업자 김모(49)씨는 “공무원들이 말로는 ‘공복’이라고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에 휘둘린 공무원들을 보면서 큰 실망을 했다. 공무원들이 정권보다는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는 “5년 전에 명퇴(명예퇴직)를 하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면서 “대학 다니는 아들에게도 실력만 된다면 대기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시험을 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률이 높기는 하지만 소위 ‘스펙’을 갖춰야 입사가 가능한 기업들과 달리 실력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고, 승진도 사기업에 비해 공정한 편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서울신문

# “결혼시장에서 공무원 신분 수직 상승”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공무원의 상징처럼 따라붙던 ‘박봉’이란 말이 사라졌다. 부부가 공무원이면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특히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국가가 보장하는 공무원연금은 때론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무원이 민간과 비교되는 분야도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공무원의 정시 퇴근과 비교적 자유로운 연차 사용 등 라이프스타일을, 30대는 보장된 육아휴직을, 50대는 연금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결혼 상대자로도 공무원은 1순위로 꼽히는데 부모 가운데 공무원이 있으면 0순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결혼시장 직업등급표는 공무원도 급수에 따라 세세하게 등급을 나누었다.

5급 공채 재경직 합격자는 A플러스 바로 아래인 A등급으로 삼성전자 직원보다도 저만치 위다. C등급인 7급 지방직도 결혼시장에서는 대기업 직원보다 한 단계 높은 대우를 받는다.

50대 중앙 부처 공무원은 “과거 선을 볼 때 공무원은 전문직 종사자와 금융업 종사자, 대기업 사원에 이어 한참 아래 취급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공무원의 신분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경제가 어렵다 보니 그나마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관 출신은 “1990년대 중반에 선을 보러 다니던 고시 동기에 따르면 특급은 부모가 국회의원, 중앙 부처 장관급, 4성 장군, 10대 기업 사장단, 주요 대학 총장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있어야 하고, 행시 합격자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왜 외무고시 출신은 없느냐고 중매쟁이에게 따졌더니 행시 옆에 괄호 쳐 놓고 ‘원하면 구해 줌’이라고 적혀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해외 근무가 많은 외시 출신과 결혼하면 배우자가 고생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에게는 알게 모르게 여러 특혜가 따른다. 자동차를 살 때는 10만원 할인도 받고, 신용대출 금리는 5급 사무관이 2.71%로 낮은 편이다. 매달 또박또박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소득은 실제보다 1.3배의 체감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청탁금지법에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접대받는 특권층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공직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10년 전 재정경제부 등에서 일하다 대학교수로 이직한 A씨는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된 듯한 기분이 들어 공직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 부처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자기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며 “청와대, 국회에서 계속 부르는 통에 바쁘게 움직이는 거 같지만 쓸모없는 회의와 같은 생산성 없는 일에 치여 실속 있게 내 시간을 못 썼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경제 부처 국장직을 그만둔 B씨는 “조직에서 마련해 준 공공기관이나 유관 협회 쪽으로 가면 공무원 때보다 더 눈치를 보고 ‘을’로 지낼 수밖에 없다”면서 “보수는 아무래도 공무원 때보다 더 많이 받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종 부처 과장 직급을 박차고 나온 C씨는 “청탁금지법으로 많이 희석됐지만 그래도 각종 접대와 ‘갑’으로서의 사회생활은 공무원이 누릴 수 있는 최대 특권”이라며 “민간인이 되고 나선 페이스북에 맘껏 ‘좋아요’를 클릭하고 정치적 의견에 대해서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고 말했다.

7급으로 공직을 시작한 비고시 공무원 출신 대기업 임원 D씨는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싶어 공직을 떠났다. 그는 “기업은 실적이 없으면 대리도 잘리지만 공무원은 법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다 보니 ‘왜 이걸 내게 시키지’, ‘조금만 일하면 안 될까’라고 생각한다”면서 “주어진 ‘페이퍼 워크‘(보고서 만들기)만 하다 보니 똑똑했던 친구들이 창의력이 말살되고 책임감이 없어지는 것을 지켜봤다”고 비판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E씨는 경력을 인정받아 계약직 사무관으로 들어왔지만 5년 만에 이직을 결심했다. E씨는 “전문성을 발휘하려고 경력직으로 들어왔지만 아랫사람 부리듯 일을 시키고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업무는 한정돼 있었으며 승진을 포함해 유리벽이 너무 많아 투명인간처럼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5년 뒤에는 다시 공모로 직을 뽑는 상황이라 언젠가는 나갈 거라는 배타적 분위기와 압박이 많았다”고 전했다.

경제 부처 국장 출신인 F씨는 “‘관피아 퇴치’로 공무원의 퇴직 이후 재취업에 규제가 심해졌고, 공기업이건 민간기업이건 자리가 없다”며 “예전에는 공무원 보수가 박해도 나중에 퇴직하면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그런 기대를 안 한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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