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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高 同門-선배및 동문부친- 66세 이상 적극 강추?-70대의 위험한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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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746회 작성일 2012-11-3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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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경의 ‘100세 시대’]<4>70대의 ‘위험한’ 순정



한혜경 호남대 교수·사회복지학
얼마 전 연달아 만났던, 배우자 간병을 맡고 있는 70대 남자 어르신들의 인상을 한마디로 말하라 한다면 ‘순정남’이라고 하겠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순정 다 바치는 70대 남자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77세 P 씨였다.
P 씨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고 있고 의식마저 불분명한 아내(73)를 10년째 혼자 돌보고 있었다.
다행히 외부 정보에 밝고 주변의 도움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자마자 등급판정을 신청해 1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방문요양서비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4시간)와 방문간호(1주일에 1회)를 받고 있었다.


이 시간 외에는 P 씨 혼자 아내를 돌보는데 수발이 얼마나 극진한지 방문간호사가 “환자가 이런 상태로 10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 같다. 이 모든 게 할아버지의 지극 정성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더 대단한 것은 병든 아내를 돌보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아내 옆에서 쓰기 시작한 붓글씨로 각종 상을 휩쓸었고, 요즘엔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라고 한다. 수지침과 뜸 기술도 익혔고, 책(비망록)도 2권이나 출판했다.

P 씨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다 보니, 주변에서 요양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지만
P 씨는 “마지막까지 집에서 아내를 돌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아내가 집에 있어야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그에게 “요양시설로 매일 찾아가시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집하고는 다르지요. 안사람을 잠시라도 못 보면 못 견딜 것 같아요.”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등급판정 조사를 하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이나 재가(在家)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따르면
P 씨 같은 분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자에 대한 70대 남자 어르신과 여자 어르신의 태도가 매우 대조적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마지못해 의리 지키는 여자


남자 어르신 중에는 배우자가 누워 있는 침대 옆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면서 수발을 하는 등 정성을 다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앞에서 “내 몸도 힘들어 죽겠는데 저 인간 수발까지 해야 하느냐?”라고 넋두리를 퍼붓거나 노골적으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심지어 남편이 누워 있는 방에 들어오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순정을 다 바치는 남자 어르신’과 ‘마지못해 의리를 지키는 여자 어르신’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른 남녀 관계의 반전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70대 남자들의 ‘순정’이라는 게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순정남의 두 얼굴이랄까?

요즘 세간에 충격을 준 뉴스를 장식한 70대 남자 어르신들을 보라.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78세의 남편이다.
얼마 전에는 72세 어르신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열두 살 난 외손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뇌성마비 아들을 두고 고생하는 딸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은 살인이라는 강력범죄의 가해자이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동정심도 자아내는 게 사실이다.
끔찍한 행동의 이면에 ‘치매 아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라거나 ‘사랑하는 딸을 위해 외손자를 데리고 간다’라는 식의 ‘책임감’과 ‘사랑’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책임감은 과도할 뿐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 책임감이다.
‘파괴적’이고 ‘빗나간’ 사랑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든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서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사실, 아프고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성장의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남편이나 부모(조부모)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잘못된 논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뇌성마비 외손자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만났던, 20대 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 부모가 모두 똑같이, 매일 힘들기만 할 거라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지요.
그 할아버지는 그런 엄청난 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딸의 생각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자기만의 城에 갇힌 파괴적 사랑

우리나라 70대 어르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끈 집요함과 고집, 성실성을 가진 세대라는 점에서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결핍의 시기를 겪어 오느라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변화나 삶의 위기에 대해 성찰하는 ‘유연성’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하는 ‘사회성’이 매우 부족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 아무리 대단한 순정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랑은 누군가의 삶을 피곤하게 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70대의 ‘순정’이 위험한 이유이다.

한혜경 호남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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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경의 ‘100세 시대’]<4>70대의 ‘위험한’ 순정

기사입력 2012-11-29 03:00:00 기사수정 2012-11-29 22:03:16


한혜경 호남대 교수·사회복지학
얼마 전 연달아 만났던, 배우자 간병을 맡고 있는 70대 남자 어르신들의 인상을 한마디로 말하라 한다면 ‘순정남’이라고 하겠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순정 다 바치는 70대 남자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77세 P 씨였다. P 씨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고 있고 의식마저 불분명한 아내(73)를 10년째 혼자 돌보고 있었다. 다행히 외부 정보에 밝고 주변의 도움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자마자 등급판정을 신청해 1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방문요양서비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4시간)와 방문간호(1주일에 1회)를 받고 있었다.


이 시간 외에는 P 씨 혼자 아내를 돌보는데 수발이 얼마나 극진한지 방문간호사가 “환자가 이런 상태로 10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 같다. 이 모든 게 할아버지의 지극 정성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더 대단한 것은 병든 아내를 돌보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아내 옆에서 쓰기 시작한 붓글씨로 각종 상을 휩쓸었고, 요즘엔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라고 한다. 수지침과 뜸 기술도 익혔고, 책(비망록)도 2권이나 출판했다.

P 씨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다 보니, 주변에서 요양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지만 P 씨는 “마지막까지 집에서 아내를 돌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아내가 집에 있어야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그에게 “요양시설로 매일 찾아가시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집하고는 다르지요. 안사람을 잠시라도 못 보면 못 견딜 것 같아요.”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등급판정 조사를 하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이나 재가(在家)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따르면 P 씨 같은 분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자에 대한 70대 남자 어르신과 여자 어르신의 태도가 매우 대조적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마지못해 의리 지키는 여자


남자 어르신 중에는 배우자가 누워 있는 침대 옆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면서 수발을 하는 등 정성을 다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앞에서 “내 몸도 힘들어 죽겠는데 저 인간 수발까지 해야 하느냐?”라고 넋두리를 퍼붓거나 노골적으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심지어 남편이 누워 있는 방에 들어오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순정을 다 바치는 남자 어르신’과 ‘마지못해 의리를 지키는 여자 어르신’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른 남녀 관계의 반전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70대 남자들의 ‘순정’이라는 게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순정남의 두 얼굴이랄까?

요즘 세간에 충격을 준 뉴스를 장식한 70대 남자 어르신들을 보라.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78세의 남편이다. 얼마 전에는 72세 어르신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열두 살 난 외손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뇌성마비 아들을 두고 고생하는 딸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은 살인이라는 강력범죄의 가해자이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동정심도 자아내는 게 사실이다. 끔찍한 행동의 이면에 ‘치매 아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라거나 ‘사랑하는 딸을 위해 외손자를 데리고 간다’라는 식의 ‘책임감’과 ‘사랑’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책임감은 과도할 뿐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 책임감이다. ‘파괴적’이고 ‘빗나간’ 사랑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든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서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사실, 아프고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성장의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남편이나 부모(조부모)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잘못된 논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뇌성마비 외손자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만났던, 20대 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 부모가 모두 똑같이, 매일 힘들기만 할 거라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지요. 그 할아버지는 그런 엄청난 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딸의 생각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자기만의 城에 갇힌 파괴적 사랑

우리나라 70대 어르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끈 집요함과 고집, 성실성을 가진 세대라는 점에서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결핍의 시기를 겪어 오느라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변화나 삶의 위기에 대해 성찰하는 ‘유연성’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하는 ‘사회성’이 매우 부족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 아무리 대단한 순정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랑은 누군가의 삶을 피곤하게 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70대의 ‘순정’이 위험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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