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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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2 김회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277회 작성일 2012-08-14 09:34본문
만약 독도가 일본 땅이 된다면, 일본의 우익들이 공로패를 주어야 할 한국인은 아마도 가수 김장훈 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한국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곳을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곳에 등대를 세웠고, 건물을 지었으며, 전투경찰 부대까지 파견해 상주시켜놓고 있다. 누가 뭐래도 그곳은 우리 땅이고, 우리가 명징하게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우리가 호들갑을 떨 필요가 대체 무엇인가?
중국은 주위 여러 나라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 문제를 놓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신경전을 벌이고, 최근에도 황옌다오(스카보러섬)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으며,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일본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북방 4개 섬에 대한 영토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에는 이밖에도 수많은 영토분쟁 지역이 있다. 그리스와 터키의 키프로스 문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문제,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떤 나라도 스포츠 경기장에 나타나 “황옌다오는 우리 땅”, “난사군도는 우리 땅”, “댜오위다오는 우리 땅”, “키프로스는 우리 땅” 식으로 피켓을 들지 않는다. 특히나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실효지배를 못하는 쪽보다 더욱 나서서 ‘자기 땅’이라고 지나치게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들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애국심이 출중한 것인가?
내가 내 돈을 주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샀는데 누가 자꾸 자기 폰이라고 우긴다. 자기가 잃어버린 모델이랑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구입영수증 같은 걸 보여줘도 끝까지 자기 폰라고 우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내 수중에 있고, 지금도 내가 잘 쓰고 있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내가 아는 한국사람 가운데 “독도를 일본에 줘버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이번에 박종우 선수가 (엉겹결에) 들고 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피켓은 한글로 적혀 있었다. 한국인들이 읽으라고, 한국인들이 보고 기분 좋으라고 만든 피켓일 것이다. 만약 우리 국민 가운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 ‘교육(?) 차원’에서 그런 피켓을 만들었다고 너그러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그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알리려 노력할 필요가 무에 있었을까? 그 애국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특별히 이득이 될 것이 없고 빌미만 제공해줄 행동을 왜 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우리만 즐기려는 피켓이었다고, 그러하니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IOC에서 좀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차라리 그렇게 여론이 흘러간다면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무작정 ‘뭐가 어때?’ 식이니 답답할 지경이다.
우리 땅을 우리 것이라고 했는데 뭐가 정치적이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서울은 우리 땅’이라는 피켓도 들면 안 되는 것이냐고 유치찬란한 비유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도 우리 땅이고 독도도 물론 우리 땅이지만, 독도는 어쨌든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효지배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냥 뭉개고 앉아있으면 되는데 뭣하러 우리가 그곳을 애써 ‘분쟁지역’으로 만들어주는가? 일본 봐라, 센카쿠에 뭉개면서 입 딱 씻고 있지 않은가?
◆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쿨하게!
스포츠라는 것이 평화와 통합의 순기능도 있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경향을 낳는 역기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스포츠 국제기구들은 그러한 역기능에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간단하게 말하면서도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다. 물론 스포츠에 국가적 자존심 같은 감정이 실리면 경기가 약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고, 상업적 흥행의 요인이 된다. 필자도 이번에 한일전 축구 결과를 보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경기의 내용도 좋았고, 특히 일본을 이겨서 좋았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뭘 더 들어 얹으려 하는가?
이번 사건에 대해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 일본의 욱일승천기를 운운하는 여론도 있는데, 관중들이 깃발을 휘두르는 것과 선수가 들고 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런 분명한 문제를 두고 “걔들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돼?”라고 해버리면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치한 꼴이 된다. 그저 쿨하게 “독도는 우리 땅 맞지만, 그 세리모니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건 맞다”라고 시인하고 끝내면 된다. 그리고 “득점 세리모니도 아니었고, 경기가 종료된 뒤에 흥분하여 들고 뛴 것”이라고 선처를 요구하면 된다.
2010년 창춘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가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잇장을 들었다가 대회조직위에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여 간신히 사태가 무마되었던 사실을 기억하자.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대체 무엇이었나? 우리만 통쾌하자고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원칙이다. 패자도 배려하여야 하고, 그래서 일체의 민감한 세리모니를 경계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노파심에 말해둔다. 칼럼 도입부에 가수 김장훈 씨 이야기를 했는데, 물론 나는 김장훈 씨의 독도 수호에 대한 숭고한 의지를 존경하고 지지한다. 그래도 가끔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번 사건에 김장훈 씨는 현명하게 처신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끝까지 그러한 합리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독도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말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이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회해보려 했다면…….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우린 ‘즐기자’!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한국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곳을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곳에 등대를 세웠고, 건물을 지었으며, 전투경찰 부대까지 파견해 상주시켜놓고 있다. 누가 뭐래도 그곳은 우리 땅이고, 우리가 명징하게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우리가 호들갑을 떨 필요가 대체 무엇인가?
중국은 주위 여러 나라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 문제를 놓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신경전을 벌이고, 최근에도 황옌다오(스카보러섬)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으며,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일본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북방 4개 섬에 대한 영토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에는 이밖에도 수많은 영토분쟁 지역이 있다. 그리스와 터키의 키프로스 문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문제,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떤 나라도 스포츠 경기장에 나타나 “황옌다오는 우리 땅”, “난사군도는 우리 땅”, “댜오위다오는 우리 땅”, “키프로스는 우리 땅” 식으로 피켓을 들지 않는다. 특히나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실효지배를 못하는 쪽보다 더욱 나서서 ‘자기 땅’이라고 지나치게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들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애국심이 출중한 것인가?
내가 내 돈을 주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샀는데 누가 자꾸 자기 폰이라고 우긴다. 자기가 잃어버린 모델이랑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구입영수증 같은 걸 보여줘도 끝까지 자기 폰라고 우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내 수중에 있고, 지금도 내가 잘 쓰고 있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내가 아는 한국사람 가운데 “독도를 일본에 줘버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 [자료사진] 경기가 끝난 후, '독도는 우리 땅' 피켓을 들고 세레머니를 펼친 박종우 선수 |
이번에 박종우 선수가 (엉겹결에) 들고 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피켓은 한글로 적혀 있었다. 한국인들이 읽으라고, 한국인들이 보고 기분 좋으라고 만든 피켓일 것이다. 만약 우리 국민 가운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 ‘교육(?) 차원’에서 그런 피켓을 만들었다고 너그러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그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알리려 노력할 필요가 무에 있었을까? 그 애국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특별히 이득이 될 것이 없고 빌미만 제공해줄 행동을 왜 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우리만 즐기려는 피켓이었다고, 그러하니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IOC에서 좀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차라리 그렇게 여론이 흘러간다면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무작정 ‘뭐가 어때?’ 식이니 답답할 지경이다.
우리 땅을 우리 것이라고 했는데 뭐가 정치적이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서울은 우리 땅’이라는 피켓도 들면 안 되는 것이냐고 유치찬란한 비유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도 우리 땅이고 독도도 물론 우리 땅이지만, 독도는 어쨌든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효지배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냥 뭉개고 앉아있으면 되는데 뭣하러 우리가 그곳을 애써 ‘분쟁지역’으로 만들어주는가? 일본 봐라, 센카쿠에 뭉개면서 입 딱 씻고 있지 않은가?
◆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쿨하게!
스포츠라는 것이 평화와 통합의 순기능도 있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경향을 낳는 역기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스포츠 국제기구들은 그러한 역기능에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간단하게 말하면서도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다. 물론 스포츠에 국가적 자존심 같은 감정이 실리면 경기가 약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고, 상업적 흥행의 요인이 된다. 필자도 이번에 한일전 축구 결과를 보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경기의 내용도 좋았고, 특히 일본을 이겨서 좋았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뭘 더 들어 얹으려 하는가?
이번 사건에 대해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 일본의 욱일승천기를 운운하는 여론도 있는데, 관중들이 깃발을 휘두르는 것과 선수가 들고 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런 분명한 문제를 두고 “걔들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돼?”라고 해버리면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치한 꼴이 된다. 그저 쿨하게 “독도는 우리 땅 맞지만, 그 세리모니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건 맞다”라고 시인하고 끝내면 된다. 그리고 “득점 세리모니도 아니었고, 경기가 종료된 뒤에 흥분하여 들고 뛴 것”이라고 선처를 요구하면 된다.
2010년 창춘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가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잇장을 들었다가 대회조직위에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여 간신히 사태가 무마되었던 사실을 기억하자.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대체 무엇이었나? 우리만 통쾌하자고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원칙이다. 패자도 배려하여야 하고, 그래서 일체의 민감한 세리모니를 경계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노파심에 말해둔다. 칼럼 도입부에 가수 김장훈 씨 이야기를 했는데, 물론 나는 김장훈 씨의 독도 수호에 대한 숭고한 의지를 존경하고 지지한다. 그래도 가끔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번 사건에 김장훈 씨는 현명하게 처신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끝까지 그러한 합리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독도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말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이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회해보려 했다면…….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우린 ‘즐기자’!
댓글목록
한준구님의 댓글
52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금후로도 자주자주 시간나시는 대로 글을 올려주시길 간청해 봅니다.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53회 한준구 올림
김회철님의 댓글
52 김회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쓴 글은 아닙니다
기사가 맘에 들어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준구님의 댓글
52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좋은 기사 자주 올려주시길 다시금 간청해 봅니다.
저는 서울에서 한동안 52회 동문과 바둑을 자주 함께 두고
52회 동문회 몇 번 사회를 본 적이 있어서 서울 52회 동문은 많이 아는 편입니다.
52회 동문 포에버!
김덕록,기희서,이두영, 송용갑,김성중,조성두,고길석,등등의 선배 제위와
신탄진 1년 선배 송경헌동문등을 잘 아는 편입니다.
자주 이곳 게시판에서 저의 글에도 댓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안팎 올려주시길 바라오며
52회 동문중에서 기고 잘하는 동문 몇 분 이곳에 들어오도록 인도 요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