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서야 좌,우익이 보인다-포스텍 석좌교수 이진우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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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770회 작성일 2012-08-14 21:17본문
“이념-정책 실종된 ‘콘서트 정치’는
정치의 몰락 불러”
기사입력 2012-08-13
‘중간에 서야 좌우가 보인다’ 책 펴낸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 지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안철수 현상’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20, 30대 젊은이 사이에 정치열풍을 일으켰다.
이 정치열풍은 ‘콘서트’와 연결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주도한 ‘청춘콘서트’와 나꼼수 멤버들의 전국 투어 토크콘서트다. 그런데 “이제 콘서트는 끝났다”고 경고하는 철학자가 있다. 최근 출간한 신간 ‘중간에 서야 좌우가 보인다’(책세상)에서 정치적 이념이 실종된 이런 ‘콘서트 정치’가 정치의 몰락을 초래할 ‘정치의 패션화’라고 비판하고 나선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전 계명대 총장·56)다. 》
니체와 하버마스, 그리고 자유에 천착해온 철학자가 권하는 ‘건강한 중도’란 뭔지, 우리 정치풍토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듣고 싶었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이 교수를 만나러 대구로 향했다.
―정치에 대한 책을 쓴 계기는….
“정치인들을 ‘좌빨’(좌파 빨갱이) ‘수꼴’(수구 꼴통)이라고 부르는 언어적 담론은 극단화됐지만 실제로는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별로 없다. 좌파가 진보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뭔지, 우파가 뭘 보수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른바 ‘정치의 패션화’가 생겨난 원인은….
“지금 겪고 있는 사회 정치 문제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부터 시작됐다. ‘닥치고 경제’라는 경제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우리 의식을 장악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숙해지고 복지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을 놓친 것이다. 쌓여가던 국민의 불만이 지난해 무상급식 이슈로 폭발했고 대중은 잇단 토크콘서트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치는 정치이념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데 감성을 강조하면 이념, 가치, 정책이 사라져버린다. 좌우가 이념과 정책으로 대결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안 원장이 끼어드니 대중의 관심이 ‘인물’로 가버린다. 이념과 정책 대결구도가 희석되면 뿌리가 약한 국내 진보진영에는 오히려 타격이 될 수 있다. 광복 이후 지속된 보수 독점의 정치문화를 깨야 할 시기인데 그러다 안 원장이나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질 경우 진보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기회마저 날아간다.”
“극단적 대립구도에서 극좌와 극우는 서로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간에 서면 좌우가 모두 잘 보이니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 서로 포용할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상식이 안 통한다’는 말은 중도문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중도문화가 없으니 좌우파끼리의 토론이 불가능하다.
―그럼 당신은 어느 쪽인가.
“건강한 중도문화를 제창한 사람으로서 밝히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이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려면….
“정치인들이 구체적 정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도록 국민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 국민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들도 포퓰리즘에 휩쓸린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무상급식’을 주장하면 급식뿐 아니라 보육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소외 계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 하는 인물 중심 담론만으론 안 된다.”
대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 지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안철수 현상’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20, 30대 젊은이 사이에 정치열풍을 일으켰다.
이 정치열풍은 ‘콘서트’와 연결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주도한 ‘청춘콘서트’와 나꼼수 멤버들의 전국 투어 토크콘서트다. 그런데 “이제 콘서트는 끝났다”고 경고하는 철학자가 있다. 최근 출간한 신간 ‘중간에 서야 좌우가 보인다’(책세상)에서 정치적 이념이 실종된 이런 ‘콘서트 정치’가 정치의 몰락을 초래할 ‘정치의 패션화’라고 비판하고 나선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전 계명대 총장·56)다. 》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는 복합적인 현대사회에서 한 사람이 진보냐 보수냐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경제에서는 진보적으로 분배를 우선시하면서도 여성 문제에서는 보수적으로 가부장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사안별로 점수를 매겨 자신의 정치적 지형도를 판단해 보도록 지표를 만들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 교수는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정치의 패션화에서 탈피해 치열한 좌우 이념경쟁이 필요하며 극좌와 극우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쪽을 포용하는 건강한 정치적 중도문화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니체와 하버마스, 그리고 자유에 천착해온 철학자가 권하는 ‘건강한 중도’란 뭔지, 우리 정치풍토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듣고 싶었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이 교수를 만나러 대구로 향했다.
―정치에 대한 책을 쓴 계기는….
“정치인들을 ‘좌빨’(좌파 빨갱이) ‘수꼴’(수구 꼴통)이라고 부르는 언어적 담론은 극단화됐지만 실제로는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별로 없다. 좌파가 진보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뭔지, 우파가 뭘 보수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정치의 본질인 이념과 정책의 대결은 실종되고 좌익진영과 우익진영이라는 진영적 사고만 남은 것이다. 좌우가 서로 ‘대결’은 안 하고 ‘대립’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갑자기 한국사회에 정치담론이 풍성해졌다. 이를 좌우파의 이념과 정책을 성찰할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에 펜을 들었다.”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른바 ‘정치의 패션화’가 생겨난 원인은….
“지금 겪고 있는 사회 정치 문제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부터 시작됐다. ‘닥치고 경제’라는 경제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우리 의식을 장악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숙해지고 복지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을 놓친 것이다. 쌓여가던 국민의 불만이 지난해 무상급식 이슈로 폭발했고 대중은 잇단 토크콘서트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콘서트로는 잠깐 속이 시원해지고 위로를 받는 데 그친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책 ‘안철수의 생각’에도 정치인이라면 제시해야 할 세부 정책은 없더라. 안 원장은 국민적 관심을 잘 활용하면서도 아직 출마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정치를 감성화 패션화하는 일등공신이다.”
―정치의 패션화가 얼마나 위험한가.
“정치는 정치이념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데 감성을 강조하면 이념, 가치, 정책이 사라져버린다. 좌우가 이념과 정책으로 대결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안 원장이 끼어드니 대중의 관심이 ‘인물’로 가버린다. 이념과 정책 대결구도가 희석되면 뿌리가 약한 국내 진보진영에는 오히려 타격이 될 수 있다. 광복 이후 지속된 보수 독점의 정치문화를 깨야 할 시기인데 그러다 안 원장이나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질 경우 진보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기회마저 날아간다.”
―책에서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구원의 메시지를 들고 왔다고 주장하는 메시아가 정치지도자가 될 경우 오히려 정치적 파국을 부를 뿐”이라고 썼다. 안철수 회의론인가.
“그렇다. 대선이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출마 여부도 밝히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 이념과 정책을 검증받을 시간이 늦춰지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메시아적 종교운동은 대부분 파국으로 끝났다. ‘안철수 현상’이란 그가 기존 정치인과 다를 것 같다는, 국민의 희망과 절망이 만들어낸 정치적 현상이다. 하지만 현실적 조건에서 그가 ‘다름’을 실현할 수 있는지 철저히 모색하지 않으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에 속았듯이 또 속을 수도 있다.”
―대안으로 제시한 건강한 중도란 뭔가.
“극단적 대립구도에서 극좌와 극우는 서로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간에 서면 좌우가 모두 잘 보이니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 서로 포용할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상식이 안 통한다’는 말은 중도문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중도문화가 없으니 좌우파끼리의 토론이 불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좌우파 정치인끼리도 어떤 영역에선 서로 공감하고 합의해 새 법안을 발의한다. 그러기 위해선 좌우파가 서로 부딪칠 수 있는 중간이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내가 주장하는 중도란 좌우의 분명한 정치적 성향과 입장을 바탕으로 한 ‘경향적 중도파(inclined middle)’다. 여기서 중도파는 극좌보다 중도에 가까운 ‘중도좌파’, 극우보다 중도에 가까운 ‘중도우파’로 구분된다. 단순히 좌도 우도 아닌 중도는 미적지근할 뿐이다.”
―그럼 당신은 어느 쪽인가.
“건강한 중도문화를 제창한 사람으로서 밝히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이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려면….
“정치인들이 구체적 정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도록 국민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 국민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들도 포퓰리즘에 휩쓸린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무상급식’을 주장하면 급식뿐 아니라 보육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소외 계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 하는 인물 중심 담론만으론 안 된다.”
대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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