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올림픽과 꼴불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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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4,014회 작성일 2012-08-11 13:26본문
◇ 10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심도 게임의 일부
유달리 한국 선수들이 오심에 멍든 런던올림픽이다. 허나 어쩌랴. 심판의 오심 가능성조차 인정하고 게임에 참여한 것을! 펜싱에서 신아람 선수가 마지막 1초의 오심 때문에 졌다 하여 온 국민이 이 더위에 열불을 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어떤 종목이든 경기에 임할 때에는 심판의 오심조차도 따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평소에 갖춰졌어야 했다. 따지고 보자면 주심의 잘못도 아니다. 때로는 현장 교통순경의 수신호가 신호등에 우선한다. 시계보다는 주심의 지시를 더 중시하였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선수는 울어서도 퍼질러 앉아서도 안 된다. 억울하지만 이왕지사 “기계는 고장날 수도 있고, 사람인 이상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며 대범하게 툭툭 털고 나왔더라면 본인은 물론 국가의 품격까지도 업그레이드시켜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그랬었다면 전 세계인들이 오심(사건)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신아람이란 한 인격체에 주목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만 냥을 벌기도 한다. 이기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오는 것이 중요한 시대도 지났다. 져주기로 게임 몰수당하고 쫓겨나오는 수치스런 사건 하나에 한국이 딴 모든 메달의 빛이 바래 버렸다. 스포츠에서 메달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더한 감동이 있다. 하여 때로는 동메달이 금메달보다 더 값질 수도 있고, 승자보다 패자가 더 멋진 감동을 선사할 수도 있다. 메달에 상관없이 어떻게 경기에 임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우연과 필연, 실수와 행운이 교차하며 4년마다 되풀이되는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찾는다. 경기에 참가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심지어 꼴찌에게도 인생 역전시킬 행운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게 올림픽이다. 평소 운동하는 틈틈이 선수는 물론 감독과 코치들에 대한 인문학 교양강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행운을 놓치지 않고 거머쥘 수 있다. 그래야 같은 메달도 더 빛나게, 즉 부가가치를 높일 수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에겐 남다른 품격이 있다.
장수가 직접 칼을 뽑았다면 이미 진 것
전쟁에 나가는 최고의 지휘관에게는 당연히 그 지위에 해당하는 멋진 검(劍) 한 자루가 하사되게 마련이다. 장수의 상징이기도 한 그 칼은 매우 화려하고 크다. 옛 그림에 보면 항상 병졸이 껴안고 따라다닌다. 현재 전국 박물관에 남아있는 멀쩡한 칼들은 대부분 이 칼들이다.
우리나라 엉터리 영화나 사극에서는 절대무공을 자랑하는 장수(주인공)가 언제나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고 전투에서는 직접 칼을 빼어들고 적들을 도륙하는 장면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실제 전쟁에서는 이런 장면 없다. 지휘관은 각자의 지위에 따라 진의 뒤쪽에 위치해서 병사들을 독려하게 마련이다. 특히 최고 지휘관은 진의 맨 뒤 높은 곳에 자리잡는다. 당연히 칼은 고사하고 그 어떤 무기도 들고 싸우는 일이 없다. 가장 안전한 곳에서 전장을 살피며 전투를 지휘하기 때문이다.
적의 화살이 날아올 정도의 거리에서라면 무슨 정신으로 작전을 짜고 군사를 지휘하겠는가. 장수가 직접 칼을 뽑아 적을 베야 할 정도면 이미 끝난 전투로서 죽은 목숨이니 그 칼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박물관에 남아 있을 리 없다 하겠다. 그러니 직접 피를 묻힌 칼들은 대부분 부러지거나 이빨이 빠져 다시 대장간으로 보내졌다고 보면 된다.
볼수록 화만 돋우는 게임
하니 마니 하다가, 억지로 진행되던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공천헌금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차마 정쟁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치졸한 싸움. 허구한 날 부정, 부패, 고발, 배신, 트집잡이로 날 새우는 나라, 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사건 하나를 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판을 엎었다 뒤집었다 한다. 헌 갓장이 티 뜯듯 하고 있으니, 기껏 어물전 열어놓고 꼴뚜기 장사하는 꼴이다.
어차피 본 게임도 아닐 것 같은 민주통합당 역시 올림픽에 가려 김빠진 일정 채우느라 더운 날에 진만 빼고 있다. 고작 백신 하나 개발해서 수만 배로 부풀려 구국의 영웅인 양 떠드는 솜사탕장수만 때아닌 대목을 맞고 있다. 이 땡볕에 뭣 하러 지지고 볶고 쫓아다닌담? 어차피 불임정당, 언제 먹어도 안서방이 먹을 건데. 주식 올라 돈 벌고, 책 팔아 돈 벌고. 장외 그늘에 누워 배실배실 웃으며 영화나 보면서 공부하는 척, 새치기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왕서방 아닌 안서방 주가만 올라가고 있으니 왕코미디다. 이번 올림픽에서 게임 몰수당한 져주기 배드민턴 경기만큼이나 재미없다.
승복할 줄 모르는 국민은 단합할 줄도 모른다
문(文)의 나라 특징은 승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승복하는 그 순간부터 되레 원수가 된다. 조선 사대부 문인들이 그랬다. 선비는 왕한테 우겨도 죽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귀양이다. 죽이지 않으니 끝까지 우길밖에. 힘없는 선비 죽였다간 나중에 폭군 혹은 쪼잔한 임금이었다는 소리 듣기 때문이다. 선비는 귀양 보내도 달리 뒤탈이 없다. 혹여 사약(賜藥)이라도 내려올까 열심히 임향시(任向詩)를 지어 바치면 그때 풀어주거나 불러주면 된다.
간혹 왕에게 우기다 죽임을 당하기라도 하면 나중에 충절로서 가문의 영광이 된다. 하여 끝까지 우기는 것이 선비의 절개인양 받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선비 정신에는 지고는 못 사는 근성이 배어 있다. 당연히 지고도 졌다 하지 않고 끝까지 우겨야 한다. 결국 낯가죽 두껍고 질긴 놈이 이긴다. 하여 일상에서 염치 차리는 것조차 어느덧 체면 깎이는 일로 치부된다.
조선 시대 내내 귀양 간 문신(文臣)은 부지기수지만, 귀양 간 무신(武臣)은 없다. 왕의 마음에 안 드는 무장은 승복을 하든 안하든 바로 그 자리에서 죽였다. 귀양 보냈다간 그곳에서 난을 일으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딱 한 번 있는데 바로 백의종군했던 ‘바보 이순신’이다. 다행히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남이장군처럼 모반죄로 능지처참을 당했을 것이다.
장수의 칼은 아군을 베기 위한 것
국가가 망하는 것은 적이 강해서라기보다 내부 분열 때문이었음은 역사가 수없이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권 교체가 어느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언제나 집권당이 스스로 부패했기 때문이었다. 원수가 따로 있으랴.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이다. 토사구팽? 팽(烹)은 사냥 후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개도 개 나름. 훈련이 안 되어 사냥에 방해되는 몹쓸 개들부터 먼저 삶아야 할 것이다.
장수의 칼은 전장에 나가 직접 적을 베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아군을 벨 때 사용하라는 칼이다. 즉 지휘용이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거나, 배신하거나, 무기를 빼돌리거나, 군량미를 착복하거나, 도망가는 자를 베는 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품위를 지켜야 할 때 자신을 찌르라고 주는 칼이기도 하다. 적을 베는 칼이 아니라 부하와 자신을 다스리는 칼이다. 유능한 지도자라면 그 칼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선비의 품격, 신사의 품격
그때그때마다 바꾸면 그건 룰이 아니다. 불리해도 지켜야 하는 것이 룰이다. 억울하게 져도 승복하는 것이 게임이다. 우기기 잘하는 민족이 실은 가장 비겁한 민족이다. 떼지어 우기는 것은 단합이 아니다. 유리하면 뭉치고 불리하면 흩어지는 사람을 지사(志士)라 하지 않는다. 모리배(謀利輩)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고집을 가장한 비겁한 선비 나라가 아닌 당당하고 멋진 선비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도 신사의 나라가 되어 보자는 말이다. 올림픽을 금메달로만 즐기지 말고 품격, 즉 국격을 겨루는 장으로 봐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눈치나 술수로 몇 단이니 하지 말고 품격으로 승부하기 바란다.
승자든 패자든 올림픽에 나가 싸우고 돌아온 모든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자. 참고로 한국인들은 박수를 턱 아래에서 치는 바람에 마지못해 치는 줄 오해 받는 일이 많다. 간이 약한 사람,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친다. 박수라고 해서 다 같은 박수가 아니다. 소리만 요란하다고 박수가 아니다. 글로벌매너에선 머리 위로 들어올려서 치는 것이 정격(正格)이다. 기립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치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 관리도 되고 심신도 건강해진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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