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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대중 독재-대중 가요-지나친 간섭,규제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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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095회 작성일 2012-08-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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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영됐던 MBC <놀러와> '쎄시봉 특집'에서 '불 꺼진 창'의 금지곡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가수 조영남씨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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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이라도 더위를 잊게 할 만한 재미있는(?) 퀴즈 풀이. MBC <놀러와> '쎄시봉 특집' 편을 본 독자에게는 더욱 익숙할 이야기들이다. 그럼 문제 시작∼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이장희의 '그건 너'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이유에서, 조영남의 '불 꺼진 창'은 창에 불이 꺼졌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는 물고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배호의 '0시의 이별'은 통금이 있던 시절 0시에 이별하면 통행금지 위반이란 이유로..."

 

그렇다면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 킴'이 금지곡이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① 키 180cm 이하 남자는 루저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으므로 ② 김씨 성을 가지지 않은 남자는 키가 작다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③ 키가 작은 남자에게 우울함과 허무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④ 단신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폴레옹이 집권 직후 파리오페라단에 손을 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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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서출판 '한울'이 펴낸 <독재자의 노래>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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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한울 출판사가 펴낸 <독재자의 노래 :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는가>. 나폴레옹,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마오쩌둥, 김일성, 박정희, 카스트로 등 '내로라하는' 독재자들이 음악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가 제자·후배들과 함께 집필한 책이다.

 

사단법인 음악사연구회 소속 회원이기도 한 이들이 8편의 글을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독재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통제와 폭력은 물론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활용하며, 대중의 취향을 동일화하는 전략도 취하는데, 음악이 독재자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란 것이다.

 

그 '여기'는 나폴레옹의 예를 보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왜 집권하자마자 파리오페라단에 손을 댔는지, 왜 오페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파리오페라단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는 한편 나머지 도시 오페라 극장들은 대대적으로 퇴출시켰는지, 그 이유를 책은 이렇게 적고 있다.

 

"수많은 전투에서 거둔 나폴레옹의 영웅적 승리에 크게 고무되어 있던 파리 청중들에게, 오페라 작품 속의 영웅과 나폴레옹을 연결시키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영웅적 주제의 작품이 오페라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황제 자신이 무대에 오르는 효과가 있었고, 그로써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나폴레옹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확실히 도드라지는 '김일성의 노래'

 

이처럼 <독재자의 노래>는 나폴레옹 외에도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마오쩌둥 등 음악사와 독재가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조명한다. 물론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인간의 정신세계와 직접 맞닿아 있는 음악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의 노래'는 확실히 '세계적'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로 대변되는 북한 선수들의 판박이 소감, 그 음악적 연원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정교한 '노래'를 대변하는 것이 국가적인 차원의 전통음악 변용이다.

 

"판소리는 너무 옛날 것이기 때문에 흥미가 없습니다. 남도창은 양반들이 갓 쓰고 당나귀를 타고 다니던 시절에 술이나 마시면서 앉아서 흥얼거리던 것인데 우리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남도창을 민족 음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부 동무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책 본문, 1964년 7월 김일성 교시)

 

전통 음악 고유 음색인 탁성을 없애는가 하면, 전통 국악기를 대대적으로 개량하고, 전통민요보다는 창작민요 탄생을 유도한다. 이와 같은 전통음악 변용의 제1목적이 김일성의 찬양과 우상화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독재자의 노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희석됐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타 독재자의 경우보다 훨씬 정교한 음악적인 세뇌가 이뤄진 셈이다.

 

박정희의 노래... '씩씩하면서도 명랑하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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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노래 악보. '씩씩하면서도 명랑하게'에는 다 이유가 있다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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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박정희의 노래'는 오히려 다소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시대 강력하게 근절하고자 했던 왜색성"이 되레 '새마을 노래'와 '나의 조국'으로 대변되는 애국가요에서 되살아난다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이 노래들은 각각 일본 요나누키 장음계(도-레-미-솔-라)와 요나누키 단음계(라-시-도-미-파)를 바탕으로 한 군가풍 2박 계통의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박정희의 노래'에서는 여타 '독재자의 노래'의 정형성이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명랑성'이다. 저자는 "1930년대 파시스트 체제하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명랑성"이라며 "나치 체제하에 제작된 총 영화 중 명랑영화로 지칭된 코미디나 뮤지컬이 절반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이런 특성이 우리나라에서는 '희한한 방식'인 "씩씩하면서도 명랑하게"로 투영됐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반공주의, 개발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등의 이데올로기적 장치 모두를 아우르는 상위 담론으로 전면에 부각되고 강조됐던 것이 근대화"였고, 이에 따라 전국민은 군대와 같은 조직의, 근대적 신체로 거듭나야 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근대적 신체에 센티멘털리즘, 처연함, 애상적 등의 감정과 정서는 '절멸'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엄과 민족의 긍지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가사와 곡은 방송하지 아니한다"거나 "퇴폐적, 허무적, 염세적 또는 자포자기적인 음악은 금한다"는 당시 한국방송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은 독재자에게는 당연한 '이퀄리브리엄(균형)'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함돼 있어서... 출판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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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무언가를 지시하는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 시대를 잘 보여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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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무언가를 지시하는 '음악'으로 가득차 있었다. 군대 나팔소리처럼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는 애국가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렸으며 '국민체조 시∼작, 헛, 둘, 셋, 넷"이라는 소리인지 음악인지 모를 무언가에 맞춰 '건강한 육체'가 깨어나야 했다. 쓰러지는 아이들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던 애국조회에서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국기에 대한 맹세를 다짐해야 했고..."

 

특히 이 책이 '박정희의 노래' 편에서 강조하는 것은 '독재자의 노래'에 대한 검증이 여전히 '미완'이란 점이다. 당시 구축된 제도들이 여전히 강력한 재생산 도구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의 체험들이 여전히 현재의 일상과 생활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을 <독재자의 노래>가 출판 과정에서 스스로 입증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이다.  이 책을 엮은 민은기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같이 출판을 준비해왔던 출판사가 인쇄 직전에 출판을 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다"며 "서럽고 억울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의미 있는 기획으로 다가갔고, 굉장히 오래 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도, 거부감이 상당해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음악은 굉장히 추상적인 예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묘하게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독재자의 딸'을 흘러간 레퍼토리로 치부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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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함과 씩씩함을 근대적 신체의 덕목으로 강조했던 박정희 시대. 모든 감정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퀄리브리엄>과 닮음꼴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난생 처음으로 음악을 듣고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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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정답을 돌아볼 차례. "단신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키다리 미스터 킴'이란 노래가 금지곡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동시에 그런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들은 '독재자의 노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음악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은 양날의 검"이란 민 교수의 단언은 더욱 섬뜩하다. 최근 유럽 주요 언론들은 박근혜 의원의 대선 출마 소식을 전하며 '독재자의 딸(Daughter of dictator)'이란 표현을 썼다. 그 표현이 새삼 서늘하게 다가온 것도 그래서다.

 

'독재자의 딸'을 흘러간 레퍼토리로 치부하는 그들이 바로 '독재자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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