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선혜(36)씨 |
대관령음악제 참석위해 내한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평창 공연뒤 철원 옮겨 콘서트
“고향분들 흥얼거릴 노래 준비”
‘아시아의 종달새’로 불리며 유럽 오페라 무대를 누비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36·사진)씨가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7월24일 고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26일 저녁 강원도 춘천문화예술회관과 27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테너 김우경, 바리톤 니콜라이 보르체프 등과 함께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노래한다.
특히 30일에는 고향인 철원 화강문화센터에서 헨델과 로시니의 오페라 아리아뿐 아니라 ‘새야 새야 파랑 새야’, ‘엄마야 누나야’, ‘고풍의상’ 등 한국 가곡으로 콘서트도 꾸밀 예정이다.
“대관령음악제도 중요하지만 처음으로 고향 철원에서 연주회를 열게 되어 무척 설레고 기쁩니다. 대관령음악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어떻게 고향에서 공연할 생각을 한번도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까지 마치고 나왔기 때문에 사실 아주 많은 추억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제 아버지의 고향이고
그분이 지금 묻혀 계시는 곳이기도 해서(울컥),
여름 휴가철에 아버지를 찾아 뵈러 가는 고향이죠.
제가 굉장히 어렸을 때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걸 기억하는 고향분들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24일 임씨는 <한겨레>에 “고향 철원에서 작은 페스티벌 하나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런 꿈이 싹트게 하는 공연이 될 것 같다”며 “이번 공연에서 고향분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클래식 팬들은 그가 26일 춘천과 27일 평창에서 테너 김우경, 바리톤 니콜라이 보르체프 등과 함께 벌이는 <천지창조> 공연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하이든이 밀턴의 <실락원>을 바탕 삼아 작곡한 <천지창조>는 헨델의 <메시아>와 더불어 최고의 성가곡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임씨는 2003년 여름 독일에서 작곡가 안드레아스 슈페링과 처음 <천지창조>를 노래했고 유명 음반사인 낙소스음반에서 시디로 녹음해서 많은 상을 받았다.
“제가 독일어로 노래한 첫 음반이었고 저를 유럽무대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죠. 그때 동양 여자가 주역인 가브리엘과 에바 역을 맡은 것이 화제가 되었어요. 더욱이 그 음반에 대해 ‘독일어 발음과 표현력이 뛰어났다’는 평을 듣고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하이든은 저를 행운아로 만들어준 작곡가이기에 하이든 곡에 더 애착이 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이번 <천지창조> 공연에 참여하는 바리톤 니콜라이 보르체프는 2006년 지휘자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가운데 저와 함께 오페라 <돈 조반니>를 공연했고 그 공연은 유럽에 생중계될 만큼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또 “테너 김우경씨와 지휘자 성시연씨는 굉장히 친하고 좋아하는 음악가여서 같이하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1998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유학하던 중 23살에 고음악(르네상스·바로크·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음악)의 거장 필리프 헤레베헤에게 발탁되어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고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헤레베헤와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파비오 비온디, 조반니 안토니니 같은 고음악 거장들의 공연에서 독창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2009년부터 매년 5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임선혜의 희망나눔 콘서트’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