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에서 이런 오류를 찾아 바로잡은 사람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신승욱(40·사진)씨다.
신씨가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에서 바로잡은 오류는 175개나 된다. 2003년부터 학원강사 생활을 시작한 신씨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백과사전, 전 학년 역사교과서 등을 살펴보다 교과서 오류를 발견했다.
신씨는 “역사교과서의 이념 문제만 부각되는데, 그 전에 정확한 사실을 서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가 지적한 교과서 오류는 연도, 용어 등 단순 사실을 틀리게 적은 것과, 같은 사안을 교과서마다 다르게 서술해 놓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중·고교 국사교과서 ‘17~18세기 세계지도’에는 당시 러시아 영토였던 알래스카가 2009년까지 미국 영토로 표시됐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1867년에 샀다. 또 2008년까지 쓰인 고교 국사교과서에서는 대관과 간관을 함께 부르는 ‘대간’이란 용어가 ‘대간, 간관’으로 서술됐다.
검정교과서인 7차 교육과정 고교 선택과목 한국근현대사, 세계사도 출판사마다 서로 다른 내용이 많았다. 같은 갑신정변 주역의 사진을 두고 중앙교육진흥연구소와 두산동아의 근현대사 교과서 사진 속 인물의 설명 순서가 달랐다.
역사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오류가 있는 내용이 시험문제로 나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홍경래의 난’ 당시 의주는 점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학교 국사교과서 지도에는 2009년치까지 점령한 것으로 나왔다.
이 지도는 지난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14번 문제, 2009학년도 수능
국사 7번 문제 지문에 쓰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행 교과서 개발 과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과서 개발 시간이 짧은데다 이를 심사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개발 뒤에는 개별적인 지적이 아니면 오류가 밝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주백 연세대 에이치케이(HK) 연구교수는 “일본은 교과서만 담당하는 전문 조사관이 있어 깊이 있는 검증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방대한 양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검증하기 어렵다”며 “전문가를 확충하고 교과서 개발·검증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교과서가 발행된 뒤에는 인력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오류를 찾아내기 어려워 언론이나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를 거쳐 수정했다”며 “올해부터는 현직 교사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