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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高 同門--경향 각처의 **현역 공무원들 필독 요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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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791회 작성일 2012-07-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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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세상]




@제목: 공무원들은 왜 어려운 말을 좋아할까


 
이건범 | 작가·출판인

 

 

 

최근 공공영역에 쓸데없이 외국어를 남용한 두 가지 일이 벌어졌는데, 이를 수습하려는 태도와 철학이 정반대로 나타나 흥미롭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간편한 복장을 허용한 서울시의 ‘쿨비즈’ 정책과 중학교 1학년부터 수·우·미·양·가 성적표기를 A·B·C·D·E로 바꾸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이 있었다.

두 정책 모두 뜻은 좋다. 서울시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도로 맞추면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직원들이 지칠 테니까 일부 민원 부서 외에는 반바지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복장으로 일을 해도 좋다며 적극 권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우·미·양·가’라는 성적 표기가 일제 잔재로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머리를 베어오는 성적에 따라 매기던 점수 표기라 이를 바꾸겠다고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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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좋은 의도가 다 ‘쿨비즈’ 따위 영어로, 로마자로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영역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면 자칫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뿐더러 공공과 민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공공이 민간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장 사소하게 저지를 수 있는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당연히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다.



그런데 이 항의에 대응하는 두 기관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서울시는 곧 공공언어 다듬기 위원회를 소집하여 네 가지 대체어를 고르고,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와 협력해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쿨비즈’ 대신 ‘시원차림’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두 기관 모두 처음 정책 관련 용어를 만들 때 언어와 민주주의의 관계, 공공언어의 파급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소수 공무원이 결정했겠지만, 서울시는 시민에게 배우고 함께하는 반면 교과부는 관료적 권위주의로 뒷걸음치고 있다.
 



쿨비즈나 A·B·C·D·E 성적표기만 해도 국민의 실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난다. 하지만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용어들도 많다. 선별적 복지를 취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은 소득이 낮거나 장애가 있거나 가정이 무너진 경우에 속한다.


이런 환경 탓에 이분들의 교육수준이 비교적 낮고 또 낮은 교육수준이 어려움을 더 키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이용해야 할 복지상품권 제도를 ‘바우처 제도’라고 이름 붙여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고, 이제 바우처는 어린이집 등의 보육기관으로까지 퍼졌다. 일반인도 잘 모르는 이 말이 우리나라 복지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와 민주주의의 문제가 단지 외국어 남용 때문에만 생기지는 않는다. 우리말 같은 데도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이 또 우리를 괴롭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괄수가제’다. 2012년 7월1일부터 일곱 개 질병에 전면 적용한 포괄수가제 도입 여부를 놓고 텔레비전에서 토론을 할 때 나도 중간부터 본 적이 있다.


무려 한 시간 넘게 토론을 봤지만, 난 포괄수가제가 무언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답답하게 그 뜻을 추측해야만 했다. 알고 보니 포괄수가제는 ‘의료비 정액제’, 또는 ‘진료비 정찰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았다. 우리말 같지만 거의 외국어나 다름없는 어려운 말이다.

공공영역에서 정책을 만들거나 이를 알리는 사람들은 머리를 써야 한다. 상품의 이름을 짓고 책의 제목을 정하는 일은 상품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책의 내용을 쓰는 일만큼 엄청난 고민을 쏟는 일이다. 차별성을 얻기 위해 손쉽게 외국어를 갖다 붙이지만, 그건 내용을 알리거나 매력을 일으키기에 그리 적합하지도 않거니와 다른 상품이나 책과 혼동을 일으키는 부작용마저 부른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짠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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