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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등록취소 위헌소송 지난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 미만을 얻어 등록 취소 통보를 받은 녹색당, 진보신당, 청년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제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두환이 만든 정당등록취소 조항 위헌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 취소된 정당의 동일 당명 사용 금지(정당법 41조)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총선결과 2% 미만 득표 정당의 등록취소(정당법 44조)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정당법에 들어온 것이 1980년 11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출범한 국가보위입법회의 작품이라며, 정당설립의 자유 침해, 결사의 자유 침해, 평등의 원칙 위반에 해당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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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정치제도는 참기 어려운 존재다. 오로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무관심하기는 어렵다. 정치는 어느 순간에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하고, 내 생활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기 때문이다. 내가 마시고 먹는 공기와 물, 먹거리에서부터 내가 일하고 살아가는 곳곳에 정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자녀가 살아갈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정치는 피할 수 없는 주제다.
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대안정당, 녹색당의 창당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제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정당법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조항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5개 이상 시·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정당을 만들 수 있었다.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이렇게 까다로운 요건을 요구하는 나라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불합리한 조항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풀뿌리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당원가입을 해서 지난 3월 4일 녹색당이 창당했다. 그리고 탈핵(탈원전), 탈토건, 더 인간적인 노동, 농업 중시, 생명권,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내걸고 4월 11일 총선에 참여해서 0.48%, 10만3811표를 얻었다.
지지율 2%에 미달하면 정당등록 취소, 4년간 당명 재사용 금지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법 44조에 따르면 득표율이 2%가 안 되면 정당등록을 취소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 다음날 녹색당은 정당등록이 취소되었다. 더 웃기는 것은 정당법 41조에 정당등록이 취소되면 4년 동안 같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녹색당이라는 조직도 그대로 남아 있고 당원도 그대로 존재하고 강령과 정책도 그대로인데, '녹색당'이라는 이름은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녹색당뿐만 아니라, 진보신당, 청년당 등도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득표율이 2%에 미달했다는 것이 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를 부정당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비록 소수의 표를 얻었더라도 정책 등을 통해 민주주의에 이바지하는 정당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등록을 취소하는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등록취소된 정당은 다시 다른 이름으로 창당절차를 밟을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행정절차만 유발할 뿐이다.
도대체 이런 법조항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가 궁금했다. 알아보니, 2%가 안 되면 등록을 취소한다는 조항은 전두환 전 대통령 때에 '국가보위 입법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에서 만든 것이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입법사례를 찾기 어렵다. 독일에도 이런 조항이 없다. 일본은 득표율이 2%에 미달하면 단지 정치자금 지원을 못 받을 뿐 정당의 등록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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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 녹색당 비례대표 1,2번인 이유진, 유영훈 후보가 <오마이뉴스> 총선버스에 올라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출마 이유를 밝히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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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신생정당이 첫 번째 선거에서 지지율 2%를 넘기란 쉽지 않다. 독일처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도 독일의 녹색당은 1980년 첫 번째 참가한 연방의회 선거에서 1.5%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당법에 따르면 이 정당은 등록취소되고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생정당은 총선이 끝나면 이름을 바꾸어야 하고, 이름이 바뀌는 만큼 인지도를 얻기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정당의 명칭은 정당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정당으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신생정당이 성장하려면 같은 명칭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정책과 노선을 알려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이런 과정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철저하게 신생정당의 성장을 막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조항도 등록취소 조항처럼 전두환 정권시절에 '국가보위 입법회의'를 통해 만들어졌다가 중간에 삭제된 조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2002년 3월 정당법을 개정할 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부활했다. 이 조항이 부활한 이유에 대해 국회 자료를 확인해 봐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기득권 정당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막기 위해 아무런 명분없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녹색당+'는 되고 '녹색당'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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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 떡갈나무 혁명을 만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 녹색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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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정당이 해산하는 경우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강제해산의 경우만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당법에서 '등록취소'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설립된 정당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고, 동일한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는 명백하게 위헌적인 조항이다. 현재 녹색당, 진보신당 등이 헌법소송을 통해 이 조항들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으므로 조만간 헌법재판소로부터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쨌든 녹색당 활동은 계속되어야 하므로, 현재 녹색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녹색당 더하기(녹색당+)"라는 임시명칭으로 창당준비위원회 신고를 한 상태다. 만약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연될 경우에는 잠정적으로 쓸 명칭을 정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보니 "녹색당+", "녹색당!" 등도 가능하다고 한다. 녹색당 뒤에 단어나 기호 하나만 붙여도 형식적으로는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 그냥 "녹색당"이라고 하면 될 일을 '기호를 붙이면 되고, 안 붙이면 안된다'는 웃지못할 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한국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비웃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편 이런 법조항을 만든 정치권이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새로운 정당은 만들지 못하게 하고, 만들어지더라도 등록을 취소하고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정치세계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다. 정치는 끼리끼리 해 먹는 것이라는 정치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7월 28, 29일에는 일본에서도 녹색당이 창당할 예정이다. 일본 녹색당은 700명 정도가 모여서 창당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5000명이 넘게 모여야 정당을 만들 수 있는데, 일본은 그런 제약이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일본은 득표율이 2%가 안 된다고 등록취소를 당하지도 않는다.
생애 첫 정당으로 녹색당( www.kgreens.org)을 선택하고 녹색당이 자리잡기 위해 1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다른 것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 이런 불합리한 정치제도만 없다면 녹색당을 만드는 일은 힘이 나고 재미있는 과정이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제도는 정말 문제다. 뜨거운 가뭄을 겪으며 새삼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지금, 한국에서는 전 세계적인 녹색정치의 흐름과 무관하게 녹색당을 녹색당이라 부르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정치의 변화를 바란다면 새로운 정치적 시도에 힘을 싣지는 못할 망정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