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영웅 이길 수도 있었던 지인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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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950회 작성일 2012-03-05 13:11본문
23일, 프로복싱 신인왕전 준비에 한창인 PS프로모션 이거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지인진 선수의 프로모터를 맡고 있었던 이 대표는 그 때의 일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마카오에서 하기로 하고 날짜까지 잡혔지. 슐레이만(WBC 회장)이랑 직접 통화도 하고 확답도 받았어. 근데…”
이 대표는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 말을 이었습니다.
“돌연 안한다고 하는거야. 지금이야 그 놈(파퀴아오)이 잘나가지만 그 때 붙었으면 결과야 모르지”
옆에있던 유명우 권투위원회 사무총장(전 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그렇죠. 그 때 인진이면 해볼만 했죠”
그들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존재감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지만 그 때 당시(2007년) 만해도 파퀴아오에게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포스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인진도 WBC 챔피언으로서 화려한 테크닉과 근성으로 주목받던 시기였습니다. 파퀴아오 등장이전에 정상에 군림하고 있던 에릭 모랄레스를 두드려 버린 지인진 선수는(결과는 아쉬운 판정패-이후 모랄레스는 가장 어려웠던 상대로 지인진을 꼽음) 해외언론으로부터 후안 마르케스나 파퀴아오가 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두합의까지 마쳤던 이 경기는 취소됐고 이후 이 대표는 다시 시합을 잡기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고 합니다. 경기를 한동안 못 뛰고 있던 지인진이 생활고를 호소해 훈련비까지 쥐어줘가며 시합이 잡히길 기다려 달라고 했다합니다. 그러나 지인진 선수는 베네수엘라의 복싱영웅 에드윈 발레로와 미국에서 경기를 잡아놓았지만 7월 돌연 WBC 챔피언 타이틀을 반납하고 K-1 출전을 선언합니다.
대진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돈과 시간을 투자했던 이 대표. 그 때 ‘아…내가 키우지 않은 선수 시합은 잡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합니다.
이 대표는 이 순간을 거론하며 “(한국 복싱에) 마가 끼었다”고 했습니다.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복싱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시합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WBC타이틀 반납으로 노챔프의 불명예를 갖게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인진과 파퀴아오의 시합이 성사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전문가들은 지인진의 스타일상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더라도 30만달러 이상의 대전료를 받았을 것이고, 생활고로 인한 K-1 출전은 없었을 것이며, 발레로나 마르케스 같은 거물급 선수들과의 매치가 줄줄이 잇다랐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혹시나 지인진선수가 이긴다면 파퀴아오는 지금의 전설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복싱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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