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캡코45팀-경기 조작-그 내용 단독 보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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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822회 작성일 2012-02-18 10:59본문
[단독]“져주느라 고생?” 선수들 얘기 들으니
기사입력 2012-02-18 03:00:00 기사수정 2012-02-18 10:11:48
가담자 진술 재구성해보니
《프로배구 승부 조작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이 관련 사실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이후 17일 현재까지 소환 조사를 받은 전현직 배구 선수는 여자 현역 선수 2명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가담했던 선수가 소속 팀 관계자에게 털어놓은 범행 수법과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 또 다른 배구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승부 조작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재구성했다.》“○○○호실로 모여라.”
지난해 초 지방 도시의 한 모텔. 경기를 끝내고 원정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이 하나둘 그 방으로 들어왔다. 방 주인을 합해 모두 7명이었다. 선수들을 불러 모은 팀 동료 최모 씨는 커다란 쇼핑백을 안고 있었다. 그 안에는 현금이 가득했다. 최 씨는 “수고했다”며 자신을 제외한 선수 6명에게 차례로 돈봉투를 건넸다. 37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었다. 승부 조작의 대가였다.
A 씨는 이전부터 최 씨를 통해 프로배구에 승부 조작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런 일도 있나 보다’ 하고 지나갔다. 얼마 후 최 씨가 자신에게까지 그런 제의를 할 줄은 그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 브로커 선수 “특정 세트서 몇점 이상 따지 말라” 거래 제의 ▼
2010년 말 어느 날 최 씨는 은밀히 A 씨를 불러 같이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일은 쉽고 보수는 괜찮다고 했다. 최 씨의 요구는 간단했다. 특정 경기 특정 세트에서 자신의 팀 점수가 어느 정도 되면 더는 점수를 내지 말고 상대가 그 세트를 이기게 하라는 것이었다. A 씨는 이것저것 더 물었지만 최 씨는 너무 많이 알려 하지 말라고 했다. 불온한 호기심이 발동한 A 씨는 결국 최 씨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다시 그 모텔 방. 선수 몇 명이 최 씨에게 물었다.
“이 돈은 어디서 난 거야?”
“그냥 아는 사람에게 받았어.”
짧게 대답한 최 씨가 덧붙였다.
“그 사람 아까 체육관에 왔어. 우리가 경기하는 것 다 보고 이 돈 준 거야.”
‘우리가 어떻게 승부 조작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A 씨의 의문은 돈을 받은 뒤 말끔히 풀렸다. 당시 이 선수들이 속해 있던 팀은 웬만해선 상대 팀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져 주는 게 아니라 고의적인 실책 등으로 정해진 점수에 맞게 세트를 내 주면 그만이었다.
불법 사이트는 다양한 게임으로 베팅을 유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언더오버’ 게임이다. 듀스까지 가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배구 한 세트에서 두 팀이 낼 수 있는 점수는 25-23이 최다이다. 만약 불법 사이트 관리자가 언더오버를 40점으로 지정하면 베팅에 참여한 사람들은 언더(40점 미만)나 오버(40점 이상) 중 한쪽에 돈을 건다. 배구는 약한 팀도 웬만하면 15점은 얻는다. 베팅은 오버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 조작 세력은 언더에 베팅을 해 돈을 딴다. 사전에 모의했어도 돈을 따지 못하면 선수들은 대가를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했다. 그날 함께 방에 있던 B 씨는 며칠 뒤 홈 숙소에서 최 씨의 호출을 받았다. 잠시 후 그의 손에는 420만 원이 쥐여 있었다. 그날 경기의 점수 조작 대가였다.
검찰은 승부 조작이 일어난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3000만∼4000만 원이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담 인원은 그때그때 달랐다. 함께 경기를 하면서도 오늘은 누가 ‘낙점’을 받았는지 선수들은 몰랐다. 최 씨와 그에게 돈을 건네준 브로커만 누가 자신의 지시대로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다. 소위 ‘점조직’으로 운영됐다는 얘기다.
팀의 모든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그들과 함께 뛰었던 C 씨는 “제의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예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소환돼 조사를 받은 여자 선수 중 한 명은 남자 경기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한 선수와 연인 사이였다. 배구 관계자들은 그 남자친구가 승부 조작을 제의했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구지검은 17일 프로배구 관련 수사가 많이 진전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브로커의 신병을 확보해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전주(錢主)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 돈은 어디서 난 거야?”
“그냥 아는 사람에게 받았어.”
짧게 대답한 최 씨가 덧붙였다.
“그 사람 아까 체육관에 왔어. 우리가 경기하는 것 다 보고 이 돈 준 거야.”
‘우리가 어떻게 승부 조작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A 씨의 의문은 돈을 받은 뒤 말끔히 풀렸다. 당시 이 선수들이 속해 있던 팀은 웬만해선 상대 팀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져 주는 게 아니라 고의적인 실책 등으로 정해진 점수에 맞게 세트를 내 주면 그만이었다.
불법 사이트는 다양한 게임으로 베팅을 유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언더오버’ 게임이다. 듀스까지 가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배구 한 세트에서 두 팀이 낼 수 있는 점수는 25-23이 최다이다. 만약 불법 사이트 관리자가 언더오버를 40점으로 지정하면 베팅에 참여한 사람들은 언더(40점 미만)나 오버(40점 이상) 중 한쪽에 돈을 건다. 배구는 약한 팀도 웬만하면 15점은 얻는다. 베팅은 오버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 조작 세력은 언더에 베팅을 해 돈을 딴다. 사전에 모의했어도 돈을 따지 못하면 선수들은 대가를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했다. 그날 함께 방에 있던 B 씨는 며칠 뒤 홈 숙소에서 최 씨의 호출을 받았다. 잠시 후 그의 손에는 420만 원이 쥐여 있었다. 그날 경기의 점수 조작 대가였다.
검찰은 승부 조작이 일어난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3000만∼4000만 원이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담 인원은 그때그때 달랐다. 함께 경기를 하면서도 오늘은 누가 ‘낙점’을 받았는지 선수들은 몰랐다. 최 씨와 그에게 돈을 건네준 브로커만 누가 자신의 지시대로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다. 소위 ‘점조직’으로 운영됐다는 얘기다.
팀의 모든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그들과 함께 뛰었던 C 씨는 “제의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예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소환돼 조사를 받은 여자 선수 중 한 명은 남자 경기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한 선수와 연인 사이였다. 배구 관계자들은 그 남자친구가 승부 조작을 제의했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구지검은 17일 프로배구 관련 수사가 많이 진전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브로커의 신병을 확보해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전주(錢主)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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