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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우리의 50년을 먹여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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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839회 작성일 2012-02-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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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02 23:08 | 수정 : 2012.02.03 19:02

icon_img_caption.jpg 문갑식 선임기자
 
 
 
 
 
 
 
 
 
 
 
 
 
 
 
 
 
 
 
 
 
 
 
 
 
 
 
 
 
날벼락 같은 명령이었다. "카빈m2, m1자동소총, 경기관총, 60밀리 박격포, 대인지뢰, 3.5인치 로켓포를 개발해 12월 31일까지 시제품(試製品)을 내시오!" 1971년 11월 9일자 공문이니 남은 시간이 고작 50일이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굽듯' 무기를 만들어야 했다. 당시 우리 공업은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다. 방산(防産) 분야는 더 한심했다. 총열을 가공할 수 있는 브로칭(broaching)머신이 국내에 딱 한 대뿐이던 시절이다. 그렇다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나자빠질 수도 없었다. 다름 아닌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였던 것이다.

전 연구원이 밤샘하며 '번개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던 그해 12월 add에 다시 대통령의 친필메모가 전달됐다. "사거리 200㎞의 지대지 유도탄을 개발하라!" 번개사업보다 더 뚱딴지같은 과제였지만 이 땅의 우직한 과학자들은 그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해내고야 만다. 1974년 12월, 1단 무유도(無誘導)로켓 '홍릉1호'가 창공을 갈랐다. 1978년 9월 26일엔 '백곰'이 충남 서산군 안흥 앞바다 목표에 명중했다. '백곰'뿐 아니라 대전차로켓 6발, 다연장로켓 구룡 56발, 중거리 무유도로켓 황룡 4발도 이날 바다에 포말을 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세계 7번째 유도탄 자체개발국이 된 한국 최초의 1단 무유도로켓의 이름이 왜 '홍릉(洪陵)'이냐는 것이다. 사연의 무대는 1965년 5월의 청와대 접견실이다. 그해 5월 18일 방미(訪美)를 앞둔 박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불러 환담하며 이렇게 자랑했다.

"작년에 스웨터를 2000만달러어치나 수출했으니 얼마나 대견합니까?" 그 말에 최형섭 박사가 슬쩍 핀잔놓았다. "참 기특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것만 만들어 수출하겠습니까. 일본은 이미 전자제품을 10억달러나 수출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기술개발의 힘입니다!"

1966년 탄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산실은 바로 그 자리였다. 그게 한국과 다른 후진국들의 운명을 갈랐다. kist의 제안으로 경부고속도로 428㎞가 건설됐다. kist의 청사진에 힘입어 삼성은 1969년 전자산업에 눈을 돌렸고 오늘날 세계 1등기업이 됐다.

박 대통령이 강기천 해병대사령관에게 이런 전화를 건 뒤에도 kist가 있었다. "강 장군, 연병장 내놓을 수 있겠어요?" 그 자리에 지금 포항제철이 서 있다. 박 대통령이 정주영에게 "임자, 배 좀 만들어야겠어"라고 권유한 이면에도 kist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조선(造船) 최강국을 예약한 셈이다.

kist는 과학기술처 발족(1967년), kaist(1971년), 대덕단지(1973년) 설립의 견인차였으며 add·선박연구소·전자통신연구소·생명공학연구소에 인재를 내보내는 모태(母胎)가 됐다. add가 1호 무유도로켓을 '홍릉'이라 부른 건 kist에 바치는 헌사(獻辭)였던 것이다.

10일 그 kist가 창립 46주년을 맞는다. 생일을 앞두고 만난 오건택 경영지원본부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정권에 따라 거버넌스(governance)를 흔드니…요즘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외우고 삽니다." 못난이들의 특기가 업적 망치기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대권후보들이 하나같이 향후 50년을 먹여 살릴 '과학대통령'감과는 거리가 먼, 예능·선동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그와 헤어지던 시각, 밤하늘이 온통 눈(雪)폭풍이다. 하늘도 우리의 딱한 처지를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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