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한번 우승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고 했었는데 오죽하겠어요.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준우승만 13번 기록했던
(문화일보 11월18일자 36면 ‘오랜만입니다’ 참조)
마침내 그가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것도 13번의 타이틀전 결승 중 무려 12차례나 발목을 잡은 ‘황제’ 조훈현(58)을 상대로 우승해 기쁨이 더 컸다.
서 9단은 2011.12.27일
제2기 대주(大舟)배 시니어 최강자전 결승에서
前期 챔피언 조훈현 9단에게 17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었다.
평소 대국 직전에도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서 9단은
이날만큼은 달랐다.
오히려 웃길(?) 정도였다.
그는 대국 전에 “그동안 끊임없이 정상을 노렸지만 전부 실패했어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조 9단은 여전히 강하지만 그동안 나도 많이 늘었어요”
라며 각오를 다졌다.
초반 실리는 조 9단이 챙기며 바둑이 어렵게 풀려갔다.
하지만 서 9단은 대세력 작전을 펼치다 마침내 중반에 상대의 중앙 대마를 잡아내며 승리를 거두었다.
서 9단은
“문화일보에 제 얘기가 크게 나간 뒤에 기(氣)를 받아 우승한 것 같다”
며 “평생 앞길을 막아섰던 조 9단을 이겨
만감이 교차한다”고 감격했다.
1972년 입단한 서 9단은
조훈현-서봉수 양강체제(70년대 중반이후 80년대 후반까지)
를 깰 수 있는
‘도전 5강’-서능욱,김수장,백성호,강훈,장수영 - 중
선두주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좌절했다.
‘서능욱이 우승을 한번도 못한 것은 바둑계의 불가사의’
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