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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논란-덕수궁 vs. 경운궁 학자 논쟁-최고 상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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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969회 작성일 2011-12-1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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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경운궁 명칭논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문화재심의위원회 거쳐 14일께 확정될듯
newsdaybox_top.gif 2011년 12월 04일 (일) 16:19:51 서문원 기자 btn_sendmail.gif press@sctoday.co.kr newsdaybox_dn.gif
   
▲ 2일 오후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덕수궁 지정명칭공청회가 뜨거운 열기속에 막을 내렸다. 경운궁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측과 덕수궁으로 유지하자는 측간의 설전이 끝나고 방청객 질문 및 자유발언시간까지 무려 4시간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2011년 12월2일
 
서울시 경복궁 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문화재청 주최 ‘덕수궁 명칭변경 공청회’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명칭변경을 찬성하는 측과 변경반대를 표명한 측을 대표하는 학자 두 명이 발제자로 나왔으며, 그 뒤 토론회에서는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등 찬반으로 나뉜 8명의 전문가들이 팽팽한 설전을 펼쳤다.
 
 
공청회 주최측 문화재청은 이날 배포된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9월 중순에 실시된 덕수궁 명칭변경 여론조사(9월 19~26일까지 8일간)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3008명 중 ‘경운궁 명칭변경’ 2,015명(67%), ‘덕수궁 명칭 유지’ 914명(30.4%)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경운궁 명칭변경을 주장하는 발제자 홍순민 교수와 토론자인 4명의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덕수궁은 조선왕조를 없애버리려는 일본제국의 외압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본래 명칭인 경운궁으로 변경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명칭변경을 반대하는 측은 (찬성론자들이) “역사환원주의와 과거사청산을 기반으로 한 욕망이 내재됐다”고 비판하며, “조선 초기 태조와 태종의 상왕 거처로 사용된 덕수궁을 일제 강점기 당시 고종황제가 일본에 의해 퇴위되고 기거한 곳이라고 명칭변경을 하는 것 자체가 근거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반대 발제를 한 이민원 교수는 이날 공청회가 끝난 뒤 본지 대표 이은영 발행인에게 “덕수궁을 경운궁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찬반대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라며 짧은 소감을 전하고 이번 공청회 결과(문화재청)를 14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쳐도 반대론을 계속해서 끌고 갈 것을 밝혔다.
 
*******
 
 
덕수궁 명칭변경, 찬반양론 설전
덕수궁이냐 경운궁이냐 논란 뜨거웠다
newsdaybox_top.gif 2011년 12월 03일 (토) 11:50:56 서문원 기자 btn_sendmail.gif press@naver.com newsdaybox_dn.gif
2일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는 현재의 덕수궁(德壽宮)을 원래 명칭인 경운궁(慶運宮)으로 변경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찬반양측간 날선 공방과 토론이 벌어졌다. 바로 문화재청이 주최한 ‘덕수궁(사적 124호)의 명칭 검토 공청회’다. 이 공청회는 예정시간 3시간30분을 넘기며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 2일 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 토론회에서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기자(맨왼쪽 2번째)발언을 지켜보는 공청회 사회자 송석기 교수(군산대학교). 이날 김태식 기자는 조선 태조때부터 상왕이 기거하던 궁인 덕수궁 명칭을 변경하는 근거가 뭐냐며 변경찬성론 측을 비난했다.
이날 공청회참석자로는 사회자 이석기 군산대 교수, 발제자 이민원 원광대 교수, 홍순민 명지대 교수, 토론자로 김도형 연세대 교수, 김인걸 서울대 교수, 김정동 목원대 교수,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서영희 한국산업대 교수,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이희용 전 경기예총 부위원장,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토론을 펼쳤다.
◆덕수궁이냐? 경운궁이냐?
“덕수궁은 일제 외압으로 야기된 잔재이므로 원래 명칭인 경운궁으로 변경하자”는 찬성 측과 “구한말 순종과 신하들이 만든 덕수궁 명칭은 일제잔재와 무관하다”는 반대 측간의 뜨거운 설전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이민원 교수(원광대 초빙교수/동아시아연구소장)와 명지대학교 홍순민 교수의 발제 순으로 시작됐다. 먼저 명칭변경 반대입장을 발제한 이민원 원광대교수는 “덕수궁의 이름을 경운궁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은 몇 가지 고려돼야할 사안이 있다” 며 “첫째 대한제국의 융희황제 순종과 당대의 신하들이 결정하여 올린 것을 우리가 변경해도 무방한가. 둘째 경운궁으로 불려진 기간이 3백년이라고 하지만, 실상 왕궁(혹은 행궁)으로 기능하고 지칭된 기간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재위까지 약 30년간(1594~1623)이며 고종 당시 1897년부터 1907년까지 10년으로 통산 40년 내외”라며 덕수궁으로 불리어 온 기간이 짧았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서울도 대한제국 당시 한양이나 한성으로 이름을 되돌려야 하는지 또 다른 허다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명지대학교 홍순민 교수는 저서 ‘우리궁궐이야기’(2010)를 통해 덕수궁명칭변경을 주장해온 역사학자다. 그는 발제문에서 “경운궁이라는 이름을 회복하면 대한제국 광무 연간의 역사, 외세에 둘러싸여 압박을 받으며 나름대로 그것을 물리치려 진력을 다하던 고종과 그 시대 사람들,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토대로 파괴한 일제식민지와 해방 이후 원칙 없이 흘러온 문화유산정책을 바넝하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그 좌표와 방향을 잡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며 찬성입장을 내놨다.  
 
   
▲ 4시간에 가까운 긴 공청회 끝까지 앉아 경청하는 시민.전문가들의 모습
 ◆명칭변경 토론이 끝장 토론
다음순서인 토론회와 질의시간은 덕수궁과 경운궁 명칭변경 찬반논란 보다 덕수궁이 ‘일제 잔재냐? 아니냐?’ 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적유물 명칭변경이 아닌 당시 역사적 배경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을 놓고 벌어진 공방전인 것이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도형 연세대 교수는 “덕수궁은 근현대의 아픈 정치의 현장이었다”라고 밝히고, “원칙에 따라 본래 궁궐의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도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지만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축적된 사건 또한 역사적이다”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다음 김인걸 서울대 교수는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과 추억하고 싶은 것의 차이’라는 주제로 발언하며, “경운궁은 임진왜란으로 갈 곳이 없던 선조가 찾아들었던 아픈 과거를 간직한 곳이고, 이곳에서 즉위한 뒤 경운궁이라 이름 붙여주었던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끌려와 인목대비에게 옥쇄를 바친 곳이기도 하다”라고 경운궁으로 불리어 온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구한말 일제가 고종을 폐위시켜 감금하고 ‘덕수’라는 호칭을 부여한 곳”이라고 지적하며.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불려 지금까지 ‘추억’의 장소로 ‘사랑’받기도 했으나, 덕수궁이란 이름은 치욕스런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제 제 이름을 불러줄 때가 됐다”고 찬성입장을 밝혀다.
이에 반해 김정동 목원대 교수(건축과)는 참석한 토론자와 다른 주장을 펼쳤다. 김교수는 ‘덕수궁명칭변경’ 반대를 표명하면서 “‘덕수궁 궁역’ 복원이 급선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로 1910년 2월에 제작된 <덕수궁 평면도>를 영상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김 교수는 “이 평면도에 따르면 덕수궁 궁역은 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 성공회교회, 구세군건물, 정동극장, 예원여중도 포함된다”라고 밝히며, “지금은 덕수궁 이름을 바꿀 때가 아니라, 덕수궁 궁역을 복원을 위해 궁역 찾기 중건공사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위 사진은 덕수궁 명칭변경을 찬성하는 학자전문가들이다. 맨오른쪽이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김인걸 서울대 교수. 그 옆으로 서영희 교수, 이희용 전 경기예총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전부 명칭변경 반대의견을 상기된 표정으로 경청중이다.
 ◆공청회 하이라이트 김태식 기자 vs 서영희 교수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기자는 “지난 9월 15일 문화재청이 덕수궁을 경운으로 명칭 변경한 방안을 추진키로 한 근거가 희박한데다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명칭변경을 반대했다. 이어 교과서 등에 덕수궁과 경운궁의 역사적 배경이 서술된 점을 들어 “학자들이 다뤄야할 일을 굳이 공개공청회까지 열며 재론할 필요가 있느냐”며 “몇 가지 역사지식을 더 갖췄다고 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역사지식이 전부인양 착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덕수궁명칭변경 찬성한 교수들을 비난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서영희 교수(한국산업기술대학교)는 “김태식 기자님보다 먼저 발언했으면 좋았을 걸 괜히 다음 토론자로 나왔다”고 운을 떼며 “1970년대 ‘광무개혁 논쟁’과 2004년 ‘교수신문 논쟁’에 이르기까지 역사학계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일반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그에 못 미치는 ‘망국책임론’에 머물러 있다”며 “경운궁으로의 명칭변경은 단순히 옛 이름을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망국의 역사가 아닌 경운궁과 덕수궁이 되면서 묻혀버린 대한제국의 여가를 복원하자는 얘기이며, 대중적 인식의 전환, 혹은 역사 교육의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며 앞서 김태식 기자 주장에 맞불을 지폈다.
◆덕수궁 호칭은 중국에서 유래한 제도
한편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덕수궁은 조선 초기 태상황(태조), 상왕(태종) 등이 기거하던 궁에 대한 보통명사, 곧 일반 호칭이다”라고 밝히며, “상왕(上王) 또는 태상왕(太上王)이 기거하는 궁을 덕수궁으로 부르는 제도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다” 고 설명했다. 덧붙여 “선조와 광해군이 잠시 머물렀던 행궁(덕수궁)으로써 훗날 1907년 7월 일제에 의해 강제퇴위당한 고종이 태황제가 되고 기거하던 곳이다” 라며 “1919년 1월 고종이 승하한 뒤로는 덕수궁으로 계속 불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며, “고의적인 외면인지 지시 부족인지 가릴 수 없지만, 조선, 대한제국의 관례에 비추면 덕수궁은 ‘이태왕’훙거 후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말아야 할 궁호다”라고 언급하며 덕수궁을 경운궁으로 명칭변경하자는 찬성 측이 입장을 피력했다. 
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은 “덕수궁은 朝鮮과 大韓, 우리 역사”라고 발언하며, “한편에선 덕수궁의 의미와 역할이 끝났기 때문에 경운궁으로 환원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경운궁으로 환원하자면 그에 타당한 건축물의 중건도 따라야하며 무엇보다 덕수궁명칭에 대한 논란보다 朝鮮과 大韓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날 토론회 뒤 자유발언 및 질의시간에는 문화재청 전직직원임을 밝히는 목을수 씨(71)가 토론발제자들에게 ‘덕수궁에서 경운궁으로의 명칭변경이 잘못됐다’며 <성종실록> 의 기록을 들어 ‘연경궁(延慶宮)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펼치는 등 공청회가 끝났음에도 시간을 연장해 일반시민 7명이 각종 질의와 자유발언을 하는 등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시민들 관심 또한 뜨거웠다. 
 
 
*********
 
[현장스케치]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에서 이런 일도?
덕수궁이냐 경운궁이냐 논란 뜨거워
newsdaybox_top.gif 2011년 12월 04일 (일) 16:35:35 서문원 기자 btn_sendmail.gif press@sctoday.co.kr newsdaybox_dn.gif
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펼쳐진 덕수궁 명칭변경 공청회 자리는 보도 자료와 관련책자가 모자랄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인 발제부문은 이민원 교수와 홍순민 교수가 진행했다. 대부분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 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 토론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김태식 연합뉴스 기자.
3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되고 취재기자들 중 본지와 조선일보 기자만 남고 대부분은 취재를 마치고 떠났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본지대표는 ‘공청회 하이라이트는 토론’이라고 언급했지만 ‘설마 그럴 리가’하는 생각으로 지켜봤다.
이날 토론참석자 8인중 가장 눈에 띈 전문가는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다.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기자는 발언 중 간헐적으로 ‘육두문자’를 써가며, “덕수궁은 중국 남송시대 고종이 25년간 사용한 거처로서 조선의 태조와 태종이 상왕이 되고 사용된 곳으로, 구한말 고종이 강제퇴위 뒤 사용한 이유도 조선 태조처럼 상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완용의 형 이윤용과 일제외압으로 빚어진 덕수궁 명칭변경 주장은 억지”라며 찬성 측 입장을 반박했다. 
김태식 기자는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덕수궁 명칭변경움직임은 과거사 청산부터 하자며 일말의 합리성도 근거도 없는 주장’이라며 “찬성론자들의 입장은 역사환원주의와 과거사청산을 기반으로 한 욕망이 내재됐다”고 지적했다.
이때부터 졸고 있거나 차분히 지켜보던 시민들이 토론회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입구에서 영상촬영 중 “드디어 터졌다”라고 수군 댈 만큼 지루했던 토론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서영희 교수는 “김태식 기자 다음 순서로 나온 죄”라고 운을 떼고, “앞선 발제에서 이민원 교수가 발언한대로 ‘1907년 일제에 의해 고종이 강제로 퇴위 당한 뒤 궁내부 대신 이윤용이 이러한 고례를 전거로 올린 궁호’라면, ‘덕수’(德壽)라는 명칭 자체에 거부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교수는 “덕수궁이라는 궁호를 일본측이 직접 정한 것이 아니라해도 일본에 의한 강제퇴위가 고종에게 ‘덕수궁 태황제’라는 칭호를 올린 계기가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덕수궁’이라는 명칭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라고 환기시키며 김태식교수와 이민원 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3시간 30분으로 예정된 공청회가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난뒤 자유발언 및 질의 시간에서는 방청석 곳곳에서 질문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김태식 기자가 토론중 발언했던 ‘명성황후 호칭 폄훼’ 비난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시민발언중 목을소씨(72)가 “덕수궁명칭변경을 경운궁이 아닌 연경궁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렇듯 많은 논란과 관심속에 진행된 덕수궁명칭변경 공청회는 주최 측인 문화재청이 자료영상으로 입구에 설치한 카메라 런타임이 3시간 50분을 가리키면서 막을 내렸다. 입구를 나오는 8명의 토론자와 2명의 발제자들은 아쉬운 듯 ‘장소를 이동해 따로 대화하자’고 말하는 등 할말이 많은 채로 공청회를 마쳤다. 
 
**********
 
 
[한마당-국민일보-손수호 논설위원]
 
 
@제목: ‘덕수궁’이 어때서?
 
  • 2011.12.06

‘바꾸자’는 말에는 대체로 좋은 이미지가 따른다. 변화는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여기에 반대하면 낡은 가치를 옹호하는 셈이 된다. 거기에 ‘민족정기’가 붙으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 민족 앞에 가슴 뛰지 않는 자 많지 않다. 그런데 ‘민족정기를 위해 무엇을 바꾸자’고 하면? 이거 대단하다.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사적 제124호 덕수궁(德壽宮)의 이름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민족정기를 위해 경운궁(慶運宮)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난 주 열린 공청회에서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역사를 보는 시선에 따라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지엄한 통치공간이냐,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고종의 노후 거처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덕수(德壽)’는 한자가 말해주듯 ‘덕이 높고 오래 산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때 덕수궁이라는 이름의 궁정이 있었고, 조선 2대 임금 정종이 태상왕으로 물러난 태조 이성계를 위해 개성에 지은 궁궐도 덕수궁이었다. 1907년 즉위한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자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덕수궁으로 바뀐 것은 전통에 따라 자연스레 이루어진 일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 일제가 강제로 고종을 폐위했다거나, 순종이 경운궁을 버리고 창덕궁으로 옮기는 과정이 억지였다거나, 고종이 덕수궁에 남아 울분의 세월을 보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고종이 죽고 난 뒤에는 덕수궁이라는 이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대한제국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걸맞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고종이 머물면서 통치한 기간은 10년여,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재위까지 30년을 합쳐도 궁궐로 쓰인 기간은 40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기간은 100년이 넘는다. 이름을 바꾸면 교과서부터 지도, 표지판까지 모조리 바꾸어야 하는데, 거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여기에다 덕수궁에 서린 국민들의 추억도 바꾸어야 한다.

덕수궁 이름을 쓰면 민족의식이 약화된다고 보는 시각 역시 무리다.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바뀐 과정을 배우면서 더 큰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세월을 오랫동안 지켜본 덕수궁! 그 이름을 지키는 것이 바꾸는 것보다 의미 있다고 본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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