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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생명을 자본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미래상을 밝히고 있다.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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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엔 잡스가 없다고요? 천만에요…천리마 알아보는 백락이 없을 뿐이죠.”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한국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독창성이라며 웃고 있다.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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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짧은 질문 긴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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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신문인,문학평론가
- 출생
- 1934년 1월 15일 (충청남도 아산)
- 소속
- 중앙일보 (고문)
- 가족
- 아들 이승무, 딸 이민아 (따님은 여론에 많이 소개됨)
- 학력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수상
- 2011년 제24회 기독교문화대상 시상식 문학 특상
2009년 제2회 한민족문화예술대상 문학부문상
- 경력
- 2011.03~ 가족친화포럼 고문
-
2.이어령(77) 선생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180분 동안 그의 열변 속 문화코드를 독해하느라 한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3.그는 前職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교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 많은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그냥 ‘선생’으로 불리길 원했다.
4.2011.9.7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선생’과 마주했다.
5.“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만유인력을 깨우친 천재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ㄱ.사과가 왜, 그 위에 가서 매달렸느냐 하는 거예요.
ㄴ.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왜 위로 올라갔느냐 하는 거예요.
바로 앞으로 인터뷰 내내 계속 제가 언급하게될
生命의 법칙입니다.
7.
ㄱ.어떻게 물고기가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오지 않고 역류합니까.
ㄴ.등용문처럼 폭포수를 역류하느냐 말이지요.
ㄷ.바람개비가 안 돌면 아이들은 자기가 뜁니다.
뛰면 바람이 생겨요.
ㄹ.생명을 가진 것은?
절대로 모방하거나 남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ㅁ.引力을 거슬러서 가장 높은 가지에 매달리는 사과,
그게 사랑이고 그게 생명입니다.”
8.이 선생은?
36억년 역사를 가진 生命을 통해
300년 동안 익숙해진
물질 자본주의의 물꼬를 바꿔야
한다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9.“생명을 우선순위에 놓으면?
ㄱ.노동은 작업이 되고-- 작업은 활동이 되고 --예술이 됩니다.
ㄴ.정치활동, 예술활동 이라고 하지
정치노동, 예술노동이라고 안 하잖아요.
ㄷ.생명이 수단이 아니라 보람이 되고 목적이 되는 거죠.
ㄹ.돈 버는 게 목적이라면 얼마나 우스워요, 산다는 게….
ㅁ.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고,
구걸을 해도 죽은 재벌보다 나은 법이죠.
ㅂ.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어떻게 生命자본주의로 만들어 가느냐,
ㅅ. 교육·경제·정치·사회·문화 전반의 틀을 바꾸는 운동이
정말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0.이어령 선생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을 떠올렸다.
ㄱ.“그때 뭘 보셨나요. 기쁨과 감동이었죠.
ㄴ.지금 김연아가 생산해내는 게 뭡니까. 금메달인가요?
기쁨과 감동을 주잖아요.
ㄷ.그런 감동은 술집에서 실컷 먹고 마신 뒤 느끼는 감동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거죠. 값으로 계산이 안 되잖아요.
ㄹ.기쁨이 價値가 되고 감동이 商品이 돼야 해요.”
11.그 연장에서 이어령 선생은? 생명경제를 논했다.
ㄱ.“죽은 것을 살리고 먹을 걸 주고, 일어나 달리게 하는 것,
아주 평범하게 말하면 경제란 게 그거 아닙니까.
ㄴ.이제 생명이 자본이 되는 시대입니다.
생명이 시장화하고 생산이 돼야 합니다.
ㄷ.韓國사람들이 ‘자식농사 잘 지었다’그러잖아요.
생명의 중요성을 본능적으로 가진 民族입니다.
12.그런데 요즘 보세요.
低출산시대? 그건 生命 자본이 사라진다는 거죠.
상실했다는 거예요.
생명자본을 다시 부활시키고
생명愛, 바이오필리아 를 일깨워야 합니다.”
13.이 선생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이 아닌 사회, 나아가 문명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새 생명이 잉태된 순간부터 세 살까지 아이를 잘 키우자는
운동과 캠페인을 벌이는 ‘3살 마을’의 고문이다.
14.저출산 극복이 한국 사회를 살리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
생명윤리와 창조적 정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머릿속에 꽉 차 있다.
15. 선생님의 화두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군요?
ㄱ.“36억년 동안 지구에서 생명들이 진화해 오고 지금까지 발전해 오는
원동력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거든요.
ㄴ.장소에 대한 사랑도 있고, 고향에 대한 사랑도 있죠.
ㄷ.이제 추석인데, 길이 막힌다고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게 다 생명에 대한 사랑이 있어 생긴 현상이니까요.
수백만명이 고향을 오가는 건 사랑이 있다는 거죠.
도로가 뻥 뚫리고 아무도 안 내려가면 그날로 끝인 겁니다.
16.과학자들이 블랙홀을 계산해낼 수는 있지만
생명에 대한 솔루션은 해내지 못해요.
뉴턴 도
아인슈타인 도,
스티븐 호킹 도 대단히 미안하지만
잘 못 짚고 있는 게…
지구는 우주에서 예외적인 별이라는 겁니다.
生命이 있기 때문이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어요.
깨뜨린 접시값은 gdp에 들어가겠지만
두 사람의 행복과 사랑은 gdp 소관이 아니죠.”
18. 李박사님?
資本이라는 콘셉트 自體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옛날엔 나무를 자르고 재단해야 자본이 됐어요.
지금은 죽이지 않고 나무라는 생명 자체가 훌륭한 자본이 된다는 거죠.
경치를 통해 감동을 주거나 아름다움을 주고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죠.
디지털로 표현되는 물질자본보다 아날로그식 생명자본이
더 유용하고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포착해내야 합니다.”
20.―生命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업그레이드입니까?
ㄱ.“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닙니다.
앨빈 토플러를 대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문명을 제 1, 2, 3의 물결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ㄴ.이런 문명론은 사실 대수로울 게 없어요.
문명은 숫자의 업그레이드로 오는 게 아닙니다.
ㄷ.일직선상에서 발전해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곧 제1의 물결이나 제3의 물결이 다를 게 없다는 걸 말하는 거죠.
물결은 한꺼번에 옵니다.
ㄹ.디지털 시대라고 아날로그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더 필요하죠.
ㅁ.그게 ‘디지로그’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아는 것,
이게 文明을 읽는 지혜입니다.”
21.이 선생은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단순사고라고 말했다.
문화와 역사는 동일선상 위에서의 변화가 아니며,
숫자로 이어져가는 업그레이드는 직선적 사고일 뿐이라는 것이다.
22.“인터페이스를 좀 변경해놓고 2.0이니 3.0이니 하죠.
아도비는 9, 10까지 나오고 있구요.
필요한 것은 융합과 통섭(consilience) 입니다.”
**통섭(通攝)--하버드대학에서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를 거쳐 좋은 조건으로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맹활약하는 56세의
최재천 교수가 처음 만들어낸 新造語 로서 많이 유행하고 있음!
23.이 박사님의 ‘통섭’은?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통섭이론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그에 따르면
에드워드 윌슨의 ‘컨실런스’(consilience)를 번역한 통섭은?
과학적 지성과 문화적 지성의 통합지(統合知)
를 주장하는 것인데,
사실은?
윌슨 자신의 전공인 生物學을 학문의 통합축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다.
24.“여러 종류의 음식물을 함께 어울리게 하는 ‘비빔밥문화’,
모든 걸 버무려 한입에 넣는 ‘보쌈문화’,
이렇게 섞고 버무리는 게 내가 말한 통섭입니다.”
25.이 선생은?
“나의 통섭이론 은?
원만하게
포용하고(圓)
버무리고(融)
만나고(會)
소통하는(通)
원융회통(圓融會通) 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26.그의 생각엔?
산업자본시대에는 산업윤리가 있듯
생명자본시대에는 생명윤리가 있다.
모든 것을 조작해 유물화하고 생명을 물질화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생명 자체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이다.
27.그의 生命觀 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자연에 적용된다.
“생명자본주의와 산업자본주의 가장 큰 차이는?
산업자본은 자연을 자본으로 삼지만
생명자본은 자연에서 배우는 것을 자본으로 삼는다는 거예요.
이것은 교육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일종의 지식자본입니다.
28.다음은 이박사의 말임
꿀벌들의 6각형을 보세요.
옛날에는 꿀벌은 훔치는 대상이지만
지금은 꿀벌에서 6각형의 지혜를 배웁니다.
6각형을 이용하면 생활의 질이 향상됩니다.
비행기 날개는 벌꿀 스트럭처에서 배운 것입니다.
29.축구장에 가면 축구하는 거만 보지 말고 네트를 보세요.
ㄱ.과거엔 4각 그물이었지만 이젠 전부 6각 모양의 그물입니다.
ㄴ.모기가 물면 아프지 않은데 주사를 맞으면 아프잖아요.
여기서 배워 요즘은 찔러도 안 아픈 주삿바늘이 나옵니다.
ㄷ.타조가 시속 100㎞로 뛰어도 왜 심장이 타지 않을까,
자동차 엔진은 이걸 연구 중이구요.
ㄹ.오줌마저 박테리아를 이용해 모두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바퀴벌레의 생존법을 연구하기도 하고.
ㅁ.3억년 살아오면서 배운 생명 기술하고
200~300년 산업기술은 비교가 안 되잖아요.”
29.글쓰기와 말하기로 평생을 살아온 이어령 선생은?
최근 詩集을 냈다.
“모든 학문이 생명을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학문의 이름도 달라져야죠.
인포메이션 테크놀러지(it)가 아니라
인포메이션 포에틱스(ip)라고 하고,
나노 테크놀러지는 나노 포에틱스,
바이오 테크놀러지는 바이오 포에틱스….
생명을 가진 게 詩人입니다.
생명의 표현이 포에틱스입니다.
그게 내가 詩 쓰는 理由입니다.”
30.이 선생의 ‘강의’는 계속됐다.
ㄱ.“에로스가 지배하는 사회는 봤지만
필리아가 지배하는 사회는 아직 못 봤어요.
ㄴ.프랑스혁명의 정신이 자유·평등·박애잖아요.
이 중에 자유와 평등은 구경해봤는데 박애는 못봤어요.
ㄷ.가장 중요한 게 박애, 필리아인데….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정의가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가 시입니다.”
31.어렵게 사회 현안으로 화제를 옮겼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을 꺼내자
이 선생은 이내 손사래를 쳤다.
50년 뒤, 100년 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과 거대담론을 연구하는
학자에게
그날그날의 정치현상에 대한 평론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32.“선거라는 것은?
정치인을 뽑아서 권력은행에 내 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