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학(51회) 민청학련 비상대책위원회 실무‧기획위원 질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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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4 김용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2,858회 작성일 2011-08-03 10:52본문
검찰이 최근 민청학련 사건 관련 재심에서 이례적으로 '항소'를 제기했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섰다가 '간첩' 혐의를 받았던 민청학련 사건은 다른 재판들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과거사 청산'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 6월 송운학 등 3명의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에 불복한 것이다.
"검찰, 갑자기 유신헌법ㆍ긴급조치 옹호하는 까닭은?")
민청학련 사건 당시 서울대 문리대학 3학년생이었던 송운학 씨는 최근 구성된 '민청학련 비상대책위원회'의 실무ㆍ기획위원이기도 하다. 송 씨는 청와대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상대로 검찰 항소의 정당성을 따져 물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원일치로 국회의 입법권 행사가 없었던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대법원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가 현행헌법은 물론 유신헌법에 비추어 위헌이라 판시했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령의 폐지를 이유로 위헌심사신청을 여러 차례 각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처벌당했던 피해자들이 긴급조치의 반민주성을 사법부에 끈질기고 절박하게 호소한 것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과거사 정리과정에서 하나씩 둘씩 거두어 왔던 소중한 성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인혁당 사건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간첩사건이 모진 고문으로 날조된 조작사건임을 국가기관이 공식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사법부가 잇달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 확인과 판결 등은 선량한 국민으로서 가혹한 고문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에 사법부가 임의성을 인정함으로써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 쓴 채 장기간 투옥되었던 피해자들에게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공공연한 사법살인의 제물이 되어 무고하게 목숨을 빼앗긴 채 원혼이 되어 아직도 한반도를 떠돌고 있을 희생자들에게 그 모든 것이 조작된 날조사건이었다고 이제 와서 백배사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귀한 생명을 결코 되살릴 수 없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비극을 초래한 '가혹한 고문' 및 '고문 후 법정진술의 임의성 인정'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의 긴급조치 제1호 위헌판결 역시 박정희 유신독재, 전두환 군부독재 치하에서 되풀이되었던 이들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는 하나의 강력한 쐐기가 됨은 물론 피해가족이 겪었던 고통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특히, 그 원통함을 고스란히 떠안고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서 한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사법피살자들의 유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국민이 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을 침범하여 위헌이라 판시했느냐는 극소수의 문제제기에 동조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치를 본능적이고도 직관적으로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법살인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비판받았던 대법원이 보여준 일련의 후속조치와 행동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즉, 대법원은 최상급법원으로서 과거에 선고한 긴급조치 제1호 관련 유죄판결 또는 면소판결 등 옛 판례를 모두 폐기했다. 또, 국민기본권의 최후 보루로서 지켜야 마땅했던 직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철저하게 자기비판했다. 특히,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과 국민에게 역사상 최초로 머리 숙여 깊이 사죄했다. 그리하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점점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민적 신뢰와 공감, 성원과 지지 등에 힘입어 금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긴급조치 제1호는 물론 제4호 역시 동일하게 위헌이라 판시했다. 즉, 위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법률 제정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현저하게 제한하는 등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가 모두 위헌이기 때문에 유언비어 유포(제1호)와 긴급조치 비방(제4호) 역시 각각 무죄라는 것이었다. 또, 이들 판례에 근거하여, 지난 6월 3일 서울중앙지법(제22 형사합의부)이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가 모두 위헌이며, 내란예비음모는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는 법정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다면서 권진관, 서창석, 송운학이 청구한 재심판결에서 민청학련 관련자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를 선고했다.
사필귀정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민청학련 재심에서 긴급조치 부분은 면소를, 다른 부분은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불완전하지만 포괄적인 무죄판결과 달리 지방법원에서 '긴급조치 위헌 등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역사상 최초로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즉, 박정희 1인 독재 영구집권 체제를 강요했던 유신헌법 선포로부터 거의 40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긴급조치에 위헌무효라는 사망선고를 내리고, 목숨을 걸고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민청학련의 모든 행위가 긴급조치 위반이나 내란예비음모가 아니라 정당한 민주화운동이었음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국민에게 면소란 유무죄를 가릴 재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뜻을 갖고 있다. 특히, 민청학련과 같은 조직사건 관련자가 아닌 일반국민 개개인이 면소판결을 받게 되면, 민사배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형사보상을 받는 것마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즉, 당사자가 받은 고통과 가족이 받은 피해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길이 거의 봉쇄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사법부가 내린 일련의 올바른 판결은 우리 사회가 보다 높은 수준의 민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또, 이에 기초하여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화해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제 비로소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 각급 사법부가 모두 일제히 위헌적 긴급조치에 엄중하게 원인무효라는 철퇴를 가함으로써 민청학련 등 최소 약 700여 명으로 추정되는 70년대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가 법률상 전과자의 멍에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40여 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내려진 무죄판결이 지난 날 부모님과 형제자매 및 처자식 등 가족과 친지들은 물론 동시대인으로서 대부분의 국민이 직간접으로 겪은 정신과 영혼의 상처 등은 물론 소신과 감정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고통을 깨끗하게 치유할 수는 없다. 아니 상당수의 동료와 가족이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 등에 시달리다가 끝내 맺히고 맺힌 포한을 풀지 못하고 이미 세상을 하직했다. 공안검찰과 정보기관 등에서 악명을 드날렸던 몇몇 책임자급에 대한 단죄와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재심수용과 검찰의 항소포기로 확정된 무죄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각종 형태의 고통에 작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다. 또, 이를 계기로 징벌적 수준의 손해배상은 아니지만 적절한 치유와 진정한 국민적 통합의 길이 열릴 것이다. 아니, 이러한 치유와 통합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야만 한다.
사실,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대상자 확인증을 교부했다 할지라도 관련자를 법률상 전과자의 신분으로 남겨둔 상태에서 우리 사회가 민주국가라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반민주 행위자를 처벌하지는 못할망정 헌법을 개정하자는 의사표시를 유죄로 엄벌했던 암울한 과거와 대다수 국민이 겪었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 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달성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사명감에서 51인의 민청학련 관련자가 제1차로 청구한 재심에서 전국 각지의 사법부가 48인에게 내린 부분면소‧부분무죄 판결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포괄적인 무죄선고로 받아들이고 환영했다. 그리하여 민청학련 관련자가 제2차로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최근 대법원과 고법이 판결한 긴급조치 위헌 무죄 결정은 민주국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공소담당 : 박모 검사)은 재판기록 관리부실이라는 정부의 귀책사유로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 위 3인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기는커녕 이러한 길을 정면에서 가로막고 지난 6월 9일 갑자기 항소를 제기했다. 이는 동일사건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루어진 항소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검찰은 심리가 일찍 끝난 동일사건 재심에서 내란예비음모 관련 무죄를 선고받은 27인을 포함하여 긴급조치위반 관련 면소를 선고받은 48인(서울: 30인, 광주: 12인, 대구 9인)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법의 보도로 착각하고 녹슨 칼을 빼어들고 풍차에 달려들어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돈키호테를 연상했다. 왜냐하면, 전국 각지의 검사가 항소를 포기한 것과 달리 담당검사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검찰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었던 검사동일체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법집행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실제로는 상명하복을 미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위선에 불과하다는 불신이 퍼져나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 전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검찰이 항소했다. 그러므로 이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것보다 검찰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역사적 진실에 반하여 무리하게 이루어진 항소가 곁가지로 구색을 맞추는 과정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이 망가지고 법집행의 형평성이 현저하게 유린되는 등 커다란 파탄이 드러나고, 심지어는 불신이 퍼져나가도 이 모든 피해를 검찰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검찰이 가혹한 고문 이후 이루어진 법정진술에 임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는 등 반인권조직으로 매도당할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획책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유신헌법이 민주적이며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망언마저 서슴지 않고 유신독재를 정당화시키는 한편 가혹한 고문과 사법살인 등으로 얼룩진 추악한 박정희 정권의 만행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 그것은 적어도 검찰 내부에 긴급조치 위헌 무죄판결에 불복하는 세력이 온존하고 있거나 또는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외부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뜻한다. 이들은 대법원이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를 확정할 때까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무언가 배후에서 은밀하게 공작하면서 적극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를 부채질하거나 계류 중인 몇몇 위헌심사 신청사건에서 '긴급조치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도록 획책할 수 있다.
이러한 배후공작과 책동 등은 크게 두려울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줌도 안 되는 불순세력의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허망한 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정권차원에서 공공연하게 긴급조치 '합헌확인소송'이라도 제기하면서 민주세력을 상대로 도전해 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반민주 세력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며, 이 나라의 안정이 몹시 흔들리고 미래의 발전이 매우 위태롭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긴급조치 위헌판결 등에 대한 불복은 검찰 내외의 극소수 불순 극우반동세력의 은밀한 획책일 수도 있고, 정권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거대한 계획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분쇄해야 마땅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하고도 무모한 도전이다. 이에 검찰의 항소이유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상 정당하게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관이며, 이 기관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긴급조치가 면소처분대상이라고 적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조치는 헌법재판소가 판정해야 할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그 어떤 효과적인 반론도 제시하지 못한 채 서울중앙지법이 월권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민주시민이라면 거론하는 것부터가 부끄러운 반민주, 반인권으로 얼룩진 유신독재의 가혹한 고문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예컨대, 유신헌법은 두 차례의 국민투표를 거쳐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적인 헌법'일 수 있다고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치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등 '당시의 안보상황과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결을 거친 것 이상의 국민적 동의'를 받았던, '합헌적이고, 합법적이며,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긴급조치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만 잠정적으로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위헌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당시 수사기관이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던 군사재판은 합법적일 수 있고, 관련자들이 이 법정에서 검찰(군법무관) 작성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지 않고 시인했으므로, 내란예비음모 역시 사실이며, 유죄라고 강변하는 등 반인권적 의식의 극치마저 노출하고 있다. 그밖에도, 당시 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은 민청학련과 무관한 별도조직이며, 그 구성원들에게 가혹한 고문이 있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면서 권진관과 서창석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부적법한 일일 수 있다는 억지마저 늘어놓고 있다. 또, 고(故) 박두칠의 유가족이 청구한 재심을 사법부가 수용하자,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즉각 항고한 바 있다.
이처럼, 검찰의 항소 이유는 일고할 가치도 없는 역사교양의 무지와 일종의 궤변에 불과하여 이 글에서 굳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검찰의 항소가 당사자의 증언, 학계의 연구 성과, 과거사 청산을 담당하는 여러 국가기관의 판정, 각급 법원의 판례 등을 모두 뒤엎거나 뒤집고 있다는 것만을 간단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긴급조치 위헌 등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라는 우리 사회의 합의에 불복하는 검찰의 항소는 유신독재로 불행했던 비극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적 여망을 짓밟은 반역사적, 반민주적, 반인권적 폭거로서 검찰이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지탱하던 핵심세력 중의 하나였던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조금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여야합의로 국회의결을 거친 법률에 따라 과거의 비극을 치유하고자 출범한 '의문사위원회'와 '과거사위원회',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공식 확인과 판정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수많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대상자의 엄청난 희생과 헌신, 고통과 피해 등에 대한 지독한 모욕이며, 명예훼손이자 인격모독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항소, 항고 등 최근에 이루어진 검찰의 공무집행은 공소담당검사 또는 서울지검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공소권을 독점한 정부기관이 국가를 대표하여 행동한 엄연한 법률 행위로서 무언가 정권차원의 움직임에 따른 조치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과거의 군법무관이 민간법정에 다시 출두한 것이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박 모라는 공소담당검사가 재심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즉, "누군가를 만났더니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말했다", "과거의 재판기록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시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의 임의성과 관련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 "원래의 형량대로 선고해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금년 2월 서울고법의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 위헌 판결에 대해 검찰이 상고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사정을 총괄했던 민정수석 권재진(현 법무부 장관 내정자) 또는 서울지검 책임자인 한상대(현 검찰총장 내정자) 등 누군가 고위층의 묵인과 방조 및 성원 등이 없었다면, 또는 정권 차원의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공소담당 평검사가 무슨 이유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미화하고 군사재판을 정당화하려고 발 벗고 나서겠는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말했다는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혹시, 정권 차원에서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무언가 배후에서 은밀하게 공작을 부리고 있거나 또는 긴급조치 합헌확인 소송을 공공연하게 제기하려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러한 우려와 의혹 등을 전달하고 해명과 조사, 문책과 시정 등을 요구하고자 했으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면담이 거부되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공개 질의한다.
1. 긴급조치 위헌판결 등에 불복하는 검찰의 항소이유가 민청학련 등 반유신민주화운동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인가? 민청학련 등 긴급조치 관련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는 위헌무죄 등 전부무죄인가? 일부면소, 일부무죄인가? 내란예비음모 등 전부유죄로서 법적 전과자에 불과한가?
2. 검찰의 항소가 청와대의 정책전환 및 정치적 의지 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 내란예비음모 및 KSCF 등과 관련하여 법집행의 형평성 등을 유린하면서까지 이제 와서 갑자기 관련자를 선별하고 분리하여 항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법부의 재심개시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경찰과의 밥그릇 싸움에서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개발독재 시대의 폭압정치를 미화하고 정당화시킴으로써 유력한 미래의 권력자에게 자발적으로 과잉충성을 바치거나 은근한 추파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상 조사하여 관련자 엄중 문책함은 물론 법집행의 형평성 유린 즉각 시정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3.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위헌이라고 판시하지 않은 한 계속하여 발생할 우려마저 있는 국가기관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 재심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긴급조치 위반자는 물론 80년대의 민주세력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법률상 전과자라는 멍에를 깨끗하게 벗겨줄 기회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가?
청와대는 위 3가지 공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각종 의혹을 해소함은 물론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대립을 조기에 종식시켜야만 할 것이다. 법무부 역시 민주화시대에 역행하여 유신독재를 무리하게 합리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검찰을 올바르게 지휘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항소권 남용 등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중 문책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법 집행의 형평성 유린을 즉각 시정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빌미를 초래한 헌법재판소 역시 각성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위헌심사 신청 자체를 각하하면서 면소대상이라 판시함으로써 검찰이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법적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계류 중인 몇몇 위헌심사신청에 대한 심리에 착수하여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국회청문회 등 검증과정에서 권재진, 한상대 등 고위공직후보자의 유신독재와 긴급조치 및 검찰항소 등에 관한 입장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든 민주세력이 연대하여 반민주적 과거로 되돌아가고자 시도하는 청와대의 무모한 도전을 반드시 분쇄하고야 말 것이다. 그렇다. 이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공연하게 무력을 동원하고 군사개입을 감행해도 공감을 받을 정도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것이 정당한 보편적 인권이자 민주사회의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그 누구도 이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민청학련 사건 당시 서울대 문리대학 3학년생이었던 송운학 씨는 최근 구성된 '민청학련 비상대책위원회'의 실무ㆍ기획위원이기도 하다. 송 씨는 청와대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상대로 검찰 항소의 정당성을 따져 물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원일치로 국회의 입법권 행사가 없었던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대법원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가 현행헌법은 물론 유신헌법에 비추어 위헌이라 판시했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령의 폐지를 이유로 위헌심사신청을 여러 차례 각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처벌당했던 피해자들이 긴급조치의 반민주성을 사법부에 끈질기고 절박하게 호소한 것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과거사 정리과정에서 하나씩 둘씩 거두어 왔던 소중한 성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인혁당 사건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간첩사건이 모진 고문으로 날조된 조작사건임을 국가기관이 공식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사법부가 잇달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 확인과 판결 등은 선량한 국민으로서 가혹한 고문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에 사법부가 임의성을 인정함으로써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 쓴 채 장기간 투옥되었던 피해자들에게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공공연한 사법살인의 제물이 되어 무고하게 목숨을 빼앗긴 채 원혼이 되어 아직도 한반도를 떠돌고 있을 희생자들에게 그 모든 것이 조작된 날조사건이었다고 이제 와서 백배사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귀한 생명을 결코 되살릴 수 없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비극을 초래한 '가혹한 고문' 및 '고문 후 법정진술의 임의성 인정'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의 긴급조치 제1호 위헌판결 역시 박정희 유신독재, 전두환 군부독재 치하에서 되풀이되었던 이들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는 하나의 강력한 쐐기가 됨은 물론 피해가족이 겪었던 고통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특히, 그 원통함을 고스란히 떠안고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서 한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사법피살자들의 유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국민이 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을 침범하여 위헌이라 판시했느냐는 극소수의 문제제기에 동조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치를 본능적이고도 직관적으로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법살인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비판받았던 대법원이 보여준 일련의 후속조치와 행동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즉, 대법원은 최상급법원으로서 과거에 선고한 긴급조치 제1호 관련 유죄판결 또는 면소판결 등 옛 판례를 모두 폐기했다. 또, 국민기본권의 최후 보루로서 지켜야 마땅했던 직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철저하게 자기비판했다. 특히,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과 국민에게 역사상 최초로 머리 숙여 깊이 사죄했다. 그리하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점점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민적 신뢰와 공감, 성원과 지지 등에 힘입어 금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긴급조치 제1호는 물론 제4호 역시 동일하게 위헌이라 판시했다. 즉, 위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법률 제정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현저하게 제한하는 등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가 모두 위헌이기 때문에 유언비어 유포(제1호)와 긴급조치 비방(제4호) 역시 각각 무죄라는 것이었다. 또, 이들 판례에 근거하여, 지난 6월 3일 서울중앙지법(제22 형사합의부)이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가 모두 위헌이며, 내란예비음모는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는 법정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다면서 권진관, 서창석, 송운학이 청구한 재심판결에서 민청학련 관련자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를 선고했다.
사필귀정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민청학련 재심에서 긴급조치 부분은 면소를, 다른 부분은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불완전하지만 포괄적인 무죄판결과 달리 지방법원에서 '긴급조치 위헌 등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역사상 최초로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즉, 박정희 1인 독재 영구집권 체제를 강요했던 유신헌법 선포로부터 거의 40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긴급조치에 위헌무효라는 사망선고를 내리고, 목숨을 걸고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민청학련의 모든 행위가 긴급조치 위반이나 내란예비음모가 아니라 정당한 민주화운동이었음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국민에게 면소란 유무죄를 가릴 재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뜻을 갖고 있다. 특히, 민청학련과 같은 조직사건 관련자가 아닌 일반국민 개개인이 면소판결을 받게 되면, 민사배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형사보상을 받는 것마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즉, 당사자가 받은 고통과 가족이 받은 피해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길이 거의 봉쇄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사법부가 내린 일련의 올바른 판결은 우리 사회가 보다 높은 수준의 민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또, 이에 기초하여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화해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제 비로소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 각급 사법부가 모두 일제히 위헌적 긴급조치에 엄중하게 원인무효라는 철퇴를 가함으로써 민청학련 등 최소 약 700여 명으로 추정되는 70년대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가 법률상 전과자의 멍에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40여 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내려진 무죄판결이 지난 날 부모님과 형제자매 및 처자식 등 가족과 친지들은 물론 동시대인으로서 대부분의 국민이 직간접으로 겪은 정신과 영혼의 상처 등은 물론 소신과 감정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고통을 깨끗하게 치유할 수는 없다. 아니 상당수의 동료와 가족이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 등에 시달리다가 끝내 맺히고 맺힌 포한을 풀지 못하고 이미 세상을 하직했다. 공안검찰과 정보기관 등에서 악명을 드날렸던 몇몇 책임자급에 대한 단죄와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재심수용과 검찰의 항소포기로 확정된 무죄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각종 형태의 고통에 작지 않은 위로가 될 것이다. 또, 이를 계기로 징벌적 수준의 손해배상은 아니지만 적절한 치유와 진정한 국민적 통합의 길이 열릴 것이다. 아니, 이러한 치유와 통합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야만 한다.
사실,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대상자 확인증을 교부했다 할지라도 관련자를 법률상 전과자의 신분으로 남겨둔 상태에서 우리 사회가 민주국가라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반민주 행위자를 처벌하지는 못할망정 헌법을 개정하자는 의사표시를 유죄로 엄벌했던 암울한 과거와 대다수 국민이 겪었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 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달성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사명감에서 51인의 민청학련 관련자가 제1차로 청구한 재심에서 전국 각지의 사법부가 48인에게 내린 부분면소‧부분무죄 판결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포괄적인 무죄선고로 받아들이고 환영했다. 그리하여 민청학련 관련자가 제2차로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최근 대법원과 고법이 판결한 긴급조치 위헌 무죄 결정은 민주국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공소담당 : 박모 검사)은 재판기록 관리부실이라는 정부의 귀책사유로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 위 3인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기는커녕 이러한 길을 정면에서 가로막고 지난 6월 9일 갑자기 항소를 제기했다. 이는 동일사건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루어진 항소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검찰은 심리가 일찍 끝난 동일사건 재심에서 내란예비음모 관련 무죄를 선고받은 27인을 포함하여 긴급조치위반 관련 면소를 선고받은 48인(서울: 30인, 광주: 12인, 대구 9인)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법의 보도로 착각하고 녹슨 칼을 빼어들고 풍차에 달려들어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돈키호테를 연상했다. 왜냐하면, 전국 각지의 검사가 항소를 포기한 것과 달리 담당검사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검찰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었던 검사동일체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법집행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실제로는 상명하복을 미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위선에 불과하다는 불신이 퍼져나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 전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검찰이 항소했다. 그러므로 이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것보다 검찰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역사적 진실에 반하여 무리하게 이루어진 항소가 곁가지로 구색을 맞추는 과정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이 망가지고 법집행의 형평성이 현저하게 유린되는 등 커다란 파탄이 드러나고, 심지어는 불신이 퍼져나가도 이 모든 피해를 검찰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검찰이 가혹한 고문 이후 이루어진 법정진술에 임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는 등 반인권조직으로 매도당할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획책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유신헌법이 민주적이며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망언마저 서슴지 않고 유신독재를 정당화시키는 한편 가혹한 고문과 사법살인 등으로 얼룩진 추악한 박정희 정권의 만행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 그것은 적어도 검찰 내부에 긴급조치 위헌 무죄판결에 불복하는 세력이 온존하고 있거나 또는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외부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뜻한다. 이들은 대법원이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를 확정할 때까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무언가 배후에서 은밀하게 공작하면서 적극적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를 부채질하거나 계류 중인 몇몇 위헌심사 신청사건에서 '긴급조치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도록 획책할 수 있다.
이러한 배후공작과 책동 등은 크게 두려울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줌도 안 되는 불순세력의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허망한 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정권차원에서 공공연하게 긴급조치 '합헌확인소송'이라도 제기하면서 민주세력을 상대로 도전해 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반민주 세력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며, 이 나라의 안정이 몹시 흔들리고 미래의 발전이 매우 위태롭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긴급조치 위헌판결 등에 대한 불복은 검찰 내외의 극소수 불순 극우반동세력의 은밀한 획책일 수도 있고, 정권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거대한 계획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분쇄해야 마땅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하고도 무모한 도전이다. 이에 검찰의 항소이유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상 정당하게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관이며, 이 기관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긴급조치가 면소처분대상이라고 적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조치는 헌법재판소가 판정해야 할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그 어떤 효과적인 반론도 제시하지 못한 채 서울중앙지법이 월권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민주시민이라면 거론하는 것부터가 부끄러운 반민주, 반인권으로 얼룩진 유신독재의 가혹한 고문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예컨대, 유신헌법은 두 차례의 국민투표를 거쳐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적인 헌법'일 수 있다고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치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등 '당시의 안보상황과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결을 거친 것 이상의 국민적 동의'를 받았던, '합헌적이고, 합법적이며,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긴급조치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만 잠정적으로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위헌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당시 수사기관이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던 군사재판은 합법적일 수 있고, 관련자들이 이 법정에서 검찰(군법무관) 작성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지 않고 시인했으므로, 내란예비음모 역시 사실이며, 유죄라고 강변하는 등 반인권적 의식의 극치마저 노출하고 있다. 그밖에도, 당시 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은 민청학련과 무관한 별도조직이며, 그 구성원들에게 가혹한 고문이 있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면서 권진관과 서창석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부적법한 일일 수 있다는 억지마저 늘어놓고 있다. 또, 고(故) 박두칠의 유가족이 청구한 재심을 사법부가 수용하자,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즉각 항고한 바 있다.
이처럼, 검찰의 항소 이유는 일고할 가치도 없는 역사교양의 무지와 일종의 궤변에 불과하여 이 글에서 굳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검찰의 항소가 당사자의 증언, 학계의 연구 성과, 과거사 청산을 담당하는 여러 국가기관의 판정, 각급 법원의 판례 등을 모두 뒤엎거나 뒤집고 있다는 것만을 간단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긴급조치 위헌 등 반유신민주화운동 전부무죄'라는 우리 사회의 합의에 불복하는 검찰의 항소는 유신독재로 불행했던 비극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적 여망을 짓밟은 반역사적, 반민주적, 반인권적 폭거로서 검찰이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지탱하던 핵심세력 중의 하나였던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조금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여야합의로 국회의결을 거친 법률에 따라 과거의 비극을 치유하고자 출범한 '의문사위원회'와 '과거사위원회',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공식 확인과 판정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수많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대상자의 엄청난 희생과 헌신, 고통과 피해 등에 대한 지독한 모욕이며, 명예훼손이자 인격모독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항소, 항고 등 최근에 이루어진 검찰의 공무집행은 공소담당검사 또는 서울지검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공소권을 독점한 정부기관이 국가를 대표하여 행동한 엄연한 법률 행위로서 무언가 정권차원의 움직임에 따른 조치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과거의 군법무관이 민간법정에 다시 출두한 것이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박 모라는 공소담당검사가 재심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즉, "누군가를 만났더니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말했다", "과거의 재판기록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시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의 임의성과 관련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 "원래의 형량대로 선고해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금년 2월 서울고법의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 위헌 판결에 대해 검찰이 상고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사정을 총괄했던 민정수석 권재진(현 법무부 장관 내정자) 또는 서울지검 책임자인 한상대(현 검찰총장 내정자) 등 누군가 고위층의 묵인과 방조 및 성원 등이 없었다면, 또는 정권 차원의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공소담당 평검사가 무슨 이유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미화하고 군사재판을 정당화하려고 발 벗고 나서겠는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말했다는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혹시, 정권 차원에서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무언가 배후에서 은밀하게 공작을 부리고 있거나 또는 긴급조치 합헌확인 소송을 공공연하게 제기하려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러한 우려와 의혹 등을 전달하고 해명과 조사, 문책과 시정 등을 요구하고자 했으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면담이 거부되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공개 질의한다.
1. 긴급조치 위헌판결 등에 불복하는 검찰의 항소이유가 민청학련 등 반유신민주화운동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인가? 민청학련 등 긴급조치 관련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는 위헌무죄 등 전부무죄인가? 일부면소, 일부무죄인가? 내란예비음모 등 전부유죄로서 법적 전과자에 불과한가?
2. 검찰의 항소가 청와대의 정책전환 및 정치적 의지 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 내란예비음모 및 KSCF 등과 관련하여 법집행의 형평성 등을 유린하면서까지 이제 와서 갑자기 관련자를 선별하고 분리하여 항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법부의 재심개시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경찰과의 밥그릇 싸움에서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개발독재 시대의 폭압정치를 미화하고 정당화시킴으로써 유력한 미래의 권력자에게 자발적으로 과잉충성을 바치거나 은근한 추파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상 조사하여 관련자 엄중 문책함은 물론 법집행의 형평성 유린 즉각 시정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3.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위헌이라고 판시하지 않은 한 계속하여 발생할 우려마저 있는 국가기관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대상자 재심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긴급조치 위반자는 물론 80년대의 민주세력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법률상 전과자라는 멍에를 깨끗하게 벗겨줄 기회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가?
청와대는 위 3가지 공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각종 의혹을 해소함은 물론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대립을 조기에 종식시켜야만 할 것이다. 법무부 역시 민주화시대에 역행하여 유신독재를 무리하게 합리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검찰을 올바르게 지휘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항소권 남용 등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중 문책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법 집행의 형평성 유린을 즉각 시정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빌미를 초래한 헌법재판소 역시 각성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위헌심사 신청 자체를 각하하면서 면소대상이라 판시함으로써 검찰이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법적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계류 중인 몇몇 위헌심사신청에 대한 심리에 착수하여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국회청문회 등 검증과정에서 권재진, 한상대 등 고위공직후보자의 유신독재와 긴급조치 및 검찰항소 등에 관한 입장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든 민주세력이 연대하여 반민주적 과거로 되돌아가고자 시도하는 청와대의 무모한 도전을 반드시 분쇄하고야 말 것이다. 그렇다. 이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공연하게 무력을 동원하고 군사개입을 감행해도 공감을 받을 정도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것이 정당한 보편적 인권이자 민주사회의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그 누구도 이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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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현님의 댓글
54 박삼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 저희 선배님에게도 이런 훌륭한 분이 계서서 영광입니다
안은찬님의 댓글
54 안은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녹슨 권력에 빌붙어 남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자리 한번 앉아볼려 발버둥 치는 진상들이 요즘 메스컴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데 ,친일후손이라며 조상땅 찿겠노라고 소송하고 있는 짓거리하는 자들의 미래 모습이 아닌가요? 용기백배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