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용 가능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1. 5남매의 장남인 A 씨는 최근
불효자가 됐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아버지가 파킨슨병과 당뇨 합병증으로 지역 병원에 입원하게 돼 다섯 남매가 번갈아가면서 간병을 맡기로
했는데,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주말에나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A 씨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터라, 해외 출장이라도 잡히면
2주 이상 아버지를 뵙지 못하는 상황도 잦았다. 아버지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제도 커졌다. 5남매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터라 A 씨에 대해
장남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평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가족간 다툼도 빈번해졌다. 결국, A 씨는 아내와 상의 후 아버지를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아버지를 서울로 모시고 오는 날 A 씨는 초췌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2. 70대 중반인 B 씨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가 미끄러져 척추뼈 압박골절로 입원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자기 탓만 같기 때문이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해 움직이지 말고 절대 안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고령인 자신은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것만 같다. 딸들은 돈 걱정하지 말고 간병인을 고용하라고 하는데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간병인을 구해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B 씨는 평생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아내가 병실에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울컥한다.
우리
사회의 빠른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등으로 간병 부담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비용은 연간 2조 원에 달하며,
가족 간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합하면 그 비용은 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서 확산한
이유에는 후진적인 간병문화도 포함됐다. 간병문제는 비용 문제뿐 아니라 가족은 물론 경제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된
이웃나라 일본은 가족 간병을 위해 퇴직하는 ‘간병 퇴직’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이들로 인한 인력유출로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
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옛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원’이다. 이 제도는 병원의 간호인력을 2배 수준으로 확충해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인력이 환자에게 간호 외에 간병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는 제도다. 2013년
7월 13개 병원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134개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실제 A 씨와 B 씨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혜택을 본 사례다. A 씨는 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신청,
다행스럽게도 서울의료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허가를 받았다. 가족 간병보다 효과도 좋았다. 간호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면서
아버지의 왼쪽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고, 발가락 끝에서 괴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족이 번갈아 간병을 했다지만, 전문의료인이 아닌 탓에
환자의 피부 상태를 꼼꼼히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간호사들은 식사 제공 시 환자의 몸을 들어 올리는 것에서부터 자세 변경 시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 기저귀 교환 시 엉덩이가 끌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 목욕과 샴푸 등 모든 상황에서 아버지의 상태부터
먼저 확인했다. 자연스럽게 A 씨의 아버지 상태는 좋아졌다. A 씨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 간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B 씨의 아내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혜택을 받았다. B 씨는 서비스 첫날 아내를 가족 없이 혼자
병원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에 집에서 밤새 걱정했지만, 다음날부터 전문 간병서비스를 편하게 받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현재 B 씨의
아내는 건강하게 퇴원한 상태다.
A 씨와 B 씨뿐 아니라 서비스 이용환자 85%가 주위에 권하거나 다시 이용할 의사를 보였다. 또
환자들에게 잦았던 욕창·낙상 비율뿐 아니라 병원 내 감염과 폐렴 발생 비율도 감소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3년 7월 시범사업
병원에 국고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됐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34개 병원 227개 병동
9801병상에서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400개 병원으로 늘리고, 2017년에는 1000개 병원,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8년 시행예정인 상급종합병원 및 서울 소재 병원(간호 3등급 이상)에서 올해 조기에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
이달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6인실 공동 간병비
2만∼3만 원, 4인실 공동 간병비 3만 원, 개인간병비 7만∼8만 원을 낸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현재 입원료보다 4000∼7500원
정도(종합병원 6인실 기준)를 더 내면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서비스를 병원의 간호인력이 제공하는 것으로서 치료와 관계없는
사적인 심부름은 입원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시행 중인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s.or.kr)→병원 및 검진기관
→ 포괄간호서비스 병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