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11조에는 평등의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여성, 장애인 문제 등 평등의 원칙이 강조되는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도 평등의 원칙이 존중되고 있다. 대표성을 잘 반영하지 못해 소중한 유권자의 표의 가치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1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도 인구 상하한선 편차가 50% 이상인 경우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하는 원칙이지만 구체적인 현실에 있어서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적은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 선거구 수와 관련하여 대전시민은 시세가 비슷한 광주나 울산시민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 연말 주민등록상 인구통계는 대전이 148만 4000여 명, 광주는 143만 5000여 명으로 대전의 인구가 광주보다 5만 명이나 많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수는 광주가 8개인데 비해 대전은 6개에 불과하다. 울산은 주민등록상 인구가 112만 9000여 명으로 우리보다 35만 명가량 적은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구 수는 6개로 대전과 같다. 광주와 비교할 때 대전이 인구가 더 많은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대전시민은 광주시민에 비해 4분의 3 값어치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 1명이 1년에 가져올 수 있는 국비예산을 대략 100억 원으로 보므로 지역구 국회의원 2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1년이면 200억 원, 4년 임기 동안 800억 원의 예산을 광주가 더 가져간다는 것이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옛말에도 ‘제 밥 그릇은 자기가 찾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권리를 소홀히 하고서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잘 대변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2년 전 대전시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행정안전부에 서구의 분구를 건의하기도 하였고 대전발전연구원에서는 행정구역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까지 하였다. 그렇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투표성향을 종잡기 어려운 충청도의 선거구 증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별로 매력 있는 화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19대 총선 1년 전인 내년 4월 11일까지는 선거구가 확정되어야만 한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선거구 획정의 문제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동안 선거에 임박해서 각 정당 간, 의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하게 타협하는 수준에서 무원칙하게 획정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그동안 법정 시한 내에 이뤄지기보다는 선거에 임박해 허겁지겁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선거구 획정이 선거에 임박해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25조에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총선 1년 전에 국회의장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국회규칙에서는 이를 연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인 법률에 근거 없이 하위법인 국회규칙에서 변경한 것은 잘못이므로 위헌명령심판청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의해 1년 전까지 결정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선거구를 늘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8개월뿐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와 최소한 같은 국회의원 선거구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입주가 시작된 도안신도시의 경계획정을 두고 서구와 유성구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구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인가를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구 50만에 가까운 서구가 분구되어 선거구가 하나 늘어나고 유성이 두 개의 선거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인 경계획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3년 전 광주의 경우는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을 위해 광산구의 행정구역을 조정한 바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은 시민들의 자존심을 높이고 지역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정파를 초월해 지역 정치인들 모두 한목소리를 내서 꼭 관철시켜야만 할 것이다. 중앙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해 학술행사도 개최하고 언론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여론을 조성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표의 등가성 실현을 통해 제대로 사람대접 받기를 희망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김영진<대전대 법학과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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