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숙녀 여러분!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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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2 유하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551회 작성일 2009-04-24 13:18본문
“신사숙녀 여러분!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체리보이’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사회를 보는 홍해, 남춘의 넉살이 계속 이어진다. 희미한 조명 아래서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은 작은 액션에도 배꼽을 쥐고 웃는다. 60~70년대 흔했던 극장 쇼의 정형화된 우리 공연문화의 모습이다.
과거 회귀본능과 추억을 먹고사는 우리네 일상에서 너무나 그리운 그 시절의 모습이다. 이제는 1년에 한두번 정도 텔레비전 명절특집 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중장년층의 향수 상품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이 청소년들의 재기발랄에 초점을 맞춘 문화트랜드의 변화 탓이다.
그래서 ‘원더걸스,’‘소녀시대’ 는 있어도 ‘쓰리보이’나 ‘체리보이’는 없다.
그나마 이 시대의 지킴이 KBS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 선생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왠지 고독해 보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돋보이기도 한다. 이는 중장년층의
정서를 대변하고, 우리네 일상에 부분적이나마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송해 선생님은 지금도 노래자랑지방공연 스탭 버스 이동 중에도
‘아! 옛날이여’를 외칠 수도 있다. 요컨대 그 옛날 공연 전, 분장실에서 대파를
통째로 넣고 푹 삶은 양지머리고기와 막소주를 마시며 오민우(‘갈대의 순정’작곡가)악단장과 오리지널 ‘소양강처녀’의 김태희 등 출연진들과의 정감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선후배간 확실했던 군기(?)와 끈끈한 정을 나누었던 그 때 그 추억을
상상하실 지도 모르겠다. 쇼단장의 부도로 단원들이 여인숙에서 쫓겨나고
악기를 팽개치고 도망가던 추억, 지금은 어느 누구의 할머니가 되셨을
뭇 여성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그 시절 그 쇼’를 말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배철수가 진행하는 ‘7080콘서트’ 가 이 시대에 돋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 즉 ‘향수 마케팅’ 탓 일 것이다.
정말 다행스런 중년의 시대반영프로이어서 언제보아도 반갑기 그지없다.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역시 그렇다.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우리들
가슴 속에 언제나 끈끈하게 작용하고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기름진 공연문화’다.
필자도 20여년간 극장식카바레의 MC(KBS 2TV “파랑새는 있다.” 극 중 샹그리라 MC 한진희의 실제인물)생활을 하다가 1998년, IMF 부산물(?)로 고향대전에
내려왔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 고향의 공연문화를 창출하고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이벤트전문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년층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공연문화에 무척 애를 쓰며 노력도 해봤다. 솔직히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자신감이 점차 사라져간다.
자본주의에서는 빵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한다.
그러나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나 자신도 그 끈을 놓치지 않으려면,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그 시절의 멋쟁이들이 위치상실로, 또한 세월의 흐름으로 인하여 경로당에서
소일하고 아파트경비원으로 위치변동을 하는 아쉬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모 없는 자식 없고, 스승 없는 제자 없듯이 어른 없는 아이문화는 역시 있을 수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담당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현재만 보지 말고 과거도 생각하는 행정을 펴달라는 부탁이다. 현직 인기인에게도 똑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인기와 유행은 새것이 옛것을 먹고 살고 자라나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7080’ 세대가 있는 것처럼 20-30년 후에는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반드시
가요무대를 장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역사이고 세상이다.
문화예술인 여러분!
우리 다시 무대로 나옵시다.
마이크를 잡고, 춤을 추고 그 시대의 ‘체리보이’가 되어 봅시다.
저도 오늘도 그런 날이 다시 오길 기대하며 열심히 뛰겠습니다.
중년이여. 파이팅!
'대전예총기관지 5월호 기고 내용 中' 2009. 04. 20
52기 유하용 (파랑새기획 대표. 혜천대학 이벤트연출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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