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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서두른 것이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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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41 진만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267회 작성일 2008-05-0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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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서두른 것이 탈

지난 4월 28일 강낭콩, 고추 등을 심어놓은 영동군 용산면의 밭에서 믿기지 않는 일을 겪었다. 지금까지 예쁘게 싹이 텄던 강낭콩과 대전역 부근에서 사다 심은 고추 모, 고구마 순 등이 하나 같이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목일을 전후한 시기에 감나무 매실나무를 심으면서 강낭콩 씨앗을 일찍 파종해 두었으며, 그 후 2-3주에 걸쳐 고추 모와 고구마 순을 사다 어렵게 심어 놓았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잘 자라고 있던 것들이 폭삭 다 죽은 것이었다. 마치 누가 일부로 농약이라도 친 것처럼 되어 있었다.

 ‘아니 시골 인심이 이럴 수가........’

 처음에는 우리 밭 옆의 납골당을 관리하고 있는 배 씨를 의심했다. 그래도 그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주에 비닐 등을 한꺼번에 태워 그 공해로 죽은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죽은 것은 그렇다 치고 다시 고추 모를 사다 심을 요량으로 영동읍으로 나갈 작정을 하고 일단 용산면의 농약 상으로 가 죽은 고추 모를 보이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 주인과 그 가게에 온 농부들이 <서리 피해>라고 했다. 서리가 하얗게 자주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 때서야 지난 주 동안은 아침저녁으로 매우 쌀쌀했던 것이 떠올랐다. 도시에서는 열섬 현상으로 서리가 내리지 않았지만 산골에서는 지난 주간 매우 기온이 떨어져 식물들이 얼어 죽은 것이었다.


 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그곳 사람들은 고추 모 등을 누구도 심지 않았었다. 아직 시기가 이른 것을 알고 참고 있었던 것이다. 섣부른 농사꾼인 내가 서둘러 모종을 할 때, 그들은 오랜 농사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로 느긋하게 적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넘치면 모자라만 못한 것이 그 아니 진리였던 것이다.

 孟子에 나오는 게으른 宋 나라 농사꾼도 생각되었다. 이웃 사람의 밭에서 잘 자라고 있는 苗를 보고 자기 밭의 苗를 뽑아 올렸다는 알묘(揠苗)이야기 말이다. 助長拔苗처럼 남보다 일찍 키우려다 苗를 다 죽인 것처럼 나도 너무 서두른 탓에 苗들을 다 죽인 꼴이 되었던 것이다.


 애시 당초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고속도로 통행료에 기름 값 따지면 그곳에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손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할 일 없는 백수 신세이고, 부모님 산소를 보살피는 겸 시작한 일인 것이다. 투입한 노동력은 차치하더라도 종자 대금 및 통행료 기름 값을 치면 한 10만 원쯤은 날아간 격이 되었다.


 그렇지만 날씨가 더 따뜻해지는 5월이 되면 다시 씨앗을 심고 苗들을 심을 작정이다. 지난번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이랑을 만들어 놓았고 비닐을 덮어 놓았기 때문에 한결 쉬울 테니까........


 기후 온난화로 여름 같은 봄이라지만 우리나라의 대륙성 기후 탓에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새삼스러운 그런 날씨였다.

                                20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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