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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48 윤 신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672회 작성일 2005-04-1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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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재경 3-1반 등산모임에서 청계산의 과천매봉-매봉을
종주산행을 가졌는데 그 산행기를 아래와 같이 싣습니다.
다음 달에는 대전에 있는 친구들과 계룡산에 오를 예정입니다

48회 윤 신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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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나 제7차 산행기 (2005. 4. 10)

행선지: 청계산 (과천 매봉-만경대-매봉-길마재 정자-원터골) 날씨: 갬-맑음

생강나무 꽃이 어우러진 능선 길
얼마 전 양양의 큰 산불 때문에 모두가 비가 오기를 기다리기는 했었지만, 오늘 새벽까지도 비가 여름 장마 때처럼 줄기차게 쏟아졌다. 날이 밝으면서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하늘은 여전히 컴컴하다. 물론 그렇다고 등산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빗속에서 조금 ‘불편한 복장으로’ 조금 더 ‘힘들게’ 걸을 뿐이다. 그 때 마침 남식이 확인 차 전화를 걸어 왔기에 물론 예정대로 갈 거라고 대답해 주었다.

8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서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비가 딱 멈추었다. 자연의 조화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천 종합청사 역에 닿으니 약속시간 5분전이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기에 돌아보니 권용석이 미소 띤 건강한 얼굴로 출구에서 나오고 있다. 조금 후 이유현과 강희인이 올라 왔고 뒤이어 이은호와 박남식도 도착했다. 모두들 다시 만나 것을 반가와 한다. 용석은 등산을 무척 즐기는 것으로 아는데 이 모임에는 처음 나왔다. 이래서 오늘 우리 일행은 6명이다.

지하철역을 밖으로 나오니 하늘엔 구름이 끼어 있지만 비는 말끔히 걷혔고 기온도 적당하다. 모두들 등산하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라고 한 마디씩 한다. 편의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바로 청계산으로 향했다 (오전 10:00). 뚝 밑을 따라 늘어선 재래시장에도 봄을 알리는 푸성귀들이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다. 끝에 있는 슈퍼에서 서울막걸리를 두 병 샀다. 그리고는 지하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 산 쪽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5분 뒤 문원동 5-6호 약수터에 닿았다. 약수터의 물줄기는 원래 수량이 저리 많은 건지 아니면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우린 작은 개울 위에 걸쳐놓은 판자를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희인의 말대로 땅은 보송보송한 것이 발바닥이 닿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을 준다. 이 쪽으로 가는 등산로는 초입부터 급한 오르막길로 시작된다.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겨우내 칙칙한 무채색으로 뒤덮였을 이 산에도 봄은 그 축제의 준비를 이미 시작한 듯하다. 푸른 소나무들을 뒤로 한 키 작은 진달래들은 가지 끝마다 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는 녀석들은 벌써 한 두 송이씩 꽃을 피우기도 했다. 길 양 옆의 나무들은 줄기에서 새 잎이 돋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그 잎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색깔이 짙어지다가 우리가 온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었구나 하고 느낄 때쯤이면, 여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을 게다.
.

능선의 한 자락을 넘어오는 길목에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이정표 마냥 서 있다. 일행을 그 앞에 서게 한 뒤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나왔지만 그것도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 여기에 올리기로 했다. 일행은 네거리를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숨가쁘게 발길을 옮기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숲속으로 눈을 돌리면 검거나 짙은 고동색 나무 줄기들 사이에 마치 노랑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생강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3월말 경 북한산에 올랐을 때에 그곳에도 이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는 지금이 한창인가 보다.

그런 경치를 완상하는 사이, 우리는 능선의 초입에 도착했다. 땀도 식힐 겸 나무 벤치 위에서 쉬면서 잠시 숨을 골랐다 (10:30). 과천 매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그런데도 맨 앞에서 올라가는 은호의 모습은 마치 신선처럼 전혀 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매일 꽤 긴 거리를 걷는다는 유현과 일주일에 2-3회씩 등산을 하는 희인도 모두 걸음걸이가 가볍다. 오늘 산행에 참가하려고 새벽에 성남-홍제동 간의 먼 길을 왕복한 남식은 잠을 설친 사람답지 않게 잘도 걷는다. 그리고 오늘 처음 나온 용석은 소문대로 땀도 별로 흘리지 않고 앞서 나간다.

과천 매봉 밑에는 힘이 부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우회로가 나 있지만 우리는 그 길을 그냥 지나쳐 봉우리로 올라간다. 위로 올라갈수록 생강나무의 노란 빛이 그 밝기를 더해 간다. 어디선가 <꿩! 꿩! >하는 장끼의 소리가 들려 온다. 녀석들도 짝짓기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내가 주위의 사진을 찍느라고 약간 주춤하는 사이 일행은 희인과 용석을 선두로 그 가파른 길을 다 올라가 버렸다. 우린 그렇게 과천 매봉에 올랐다 (10:50)

기온 자체는 그리 낮지 않은데, 산 봉우리라서 그런지 바람이 차다. 이제부터 일행은 청계산의 주능선을 향하여 동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여기에서부터 전망대(과천 쪽이 잘 내려다 보이는 바위)까지는 유(U)자 모양의 지형으로, 한참 아래로 내려가면 평탄한 능선길이 계속되다가 끝 무렵에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 가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난 등산을 할 때마다 여기처럼 아직 하산할 시간이 아닌데 내리막길이 나타나면 <나중에 얼마를 다시 올라 가려고 이리 내려가나? > 하는 생각에 꼭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내리막길의 경사가 매우 심하다. 용석이 일행에게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걸어 내려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서 내리막길에서는 절대로 뛰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올 연초에 회사 직원들을 인솔하여 영하 27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지리산 정상에서 안전기원제를 올렸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우리는 위에서 말한 저지대를 통과한다. 이 등산코스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나무들의 가지 끝이 조금씩 푸르게 보인다.

큰 비가 내린 뒤끝이라 그런지 오늘 이 코스엔 등산객이 별로 없다. <청계사>라고 쓰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는 표시이다. 우리들의 말소리 사이로 무언가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독경소리와 함께 청계사에서 나오는 목탁 소리다. 여러 사람들이 산사의 예불소리가 아름답다고 예찬하듯, 조용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참으로 정겹다.

그리고 조금 후 아까 말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평탄한 길을 걸어온 뒤라 곱절로 힘이 든다. 건너 편으론 주능선의 봉우리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솟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 모습은 암벽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조금 후 일행은 45도 정도로 가파르게 경사진 길을 기어 올라 전망대에 섰다 (11:50).

과천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에 맺힌 땀이 순식간에 마른다.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저 아래 골짜기 밑으로 보이는 작은 연못(?)에는 물이 가득해 파란 빛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과천 저수지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조정지라고 한다. 어제 비가 도움이 되었겠지. 잠깐 숨을 돌린 일행은 5분 뒤 520봉 3거리에 닿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 자리엔 막걸리 장수가 전을 펴고 오가는 길손을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계획이 있어 그 지점을 그냥 통과하여 왼쪽으로 꺾어 석기봉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석기봉까지는 똑바로 600M의 거리다. 길은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을 조금 내려 가다가 다시 오르막길로 연결되는데 이 길은 주 능선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길인 셈이다. 10여분 뒤 일행은 석기봉에 도착했다 (12: 15).

석기봉은 원래 한 봉우리였는데 지금은 정상 부근을 반듯하게 잘라내어 웬만한 초등학교의 운동장 같다. 청계산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은 대개 이 자리에서 간식이나 점심을 한다. 사실 오늘 아침에 막걸리를 산 것은 여기서 1잔씩만 목을 축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당-판교 방향을 마주보는 가장자리에 자리를 폈다. 그리고 아까 산 막걸리 2병을 따르니 정말 한 사람당 딱 1잔씩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20여분이 지나갔고 우린 사진을 몇 장 찍은 뒤에 정상으로 향했다 (12:40). 고속도로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 여름날 비가 쏟아지기 직전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과천 쪽에서 오는 길과 달리, 주 능선은 사람들의 왕래가 훨씬 많다. 그래서 그런지 길이 축축하게 젖어 있고 응달 쪽은 질퍽거리기까지 한다. 게다가 바위길이 이어져 있어 걸음걸이도 조심스럽다 (이 때문에 나중에 하산하여 산 중에서는 술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 다행히 군데군데 밧줄을 매어 놓아 잡고 내려 올 수는 있었지만 이른 봄 산행의 골치거리인 진흙탕 길을 여러 군데 지나야 했다. 만경대에는 희인과 은호 그리고 필자만 올라갔다. 20분 뒤에는 매봉 바로 밑에 이르렀다 (13:15).
매봉으로 올라가면 틀림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릴 테니 우린 굳이 그 지점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는 용석의 제안대로 바로 길마재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이곳에도 곳곳마다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본래 향기가 짙은 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내린 비에 씻겨 나갔는지 냄새가 그리 진하지는 않다. 내려오는 길 옆에 있는 청계 8경중의 하나라는 바위에 서서 그 아래로 보이는 경치를 구경했다.

길마재 밑 정자에 닿았다 (14:10). 몇 달 전에는 낙엽이 흩날려 쓸쓸해 보이던 길마재는 통나무 계단을 새로 만드느라고 온통 파헤쳐 놓아 어수선하다. 그러나 그 주위에도 봄이 오는 자취는 분명하니 며칠 뒤 저 공사가 끝나고 나면 아마도 그 계단 어딘가에는 봄 나비가 앉아 졸고 있을 게다.

정자를 지나 원터골로 내려오는 길가의 계곡에선 겨울잠을 깬 계류가 소리도 요란하게 흐른다. 이름에서 시사하는 것처럼 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본래 그 수량이 풍부하고 맑았을 텐데, 비록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보통 때 같았으면 바닥을 드러냈을 했을 이 계곡에 이런 정도의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이가 낮아지면서 양지바른 쪽의 진달래는 모두 활짝 피어 있다.

14:25 원터골에 도착했다. 아침에 과천에서 출발한 시각이 10:00였으니까 휴식시간을 30분 빼더라도 오늘은 꼬박 4시간을 걸은 셈이다. 유현의 만보계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총 2만보는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원 입구에서 신발의 흙먼지를 턴 뒤 유현이 개발해 놓은 두부집에서 서울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늦은 점심을 했다. 오늘 점심은 처음 나온 사람이 내야 한다면서 용석이 샀다. 다음 달에는 대전의 계룡산을 찾기로 했다. 양재 역으로 나오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노래방에서 1시간쯤 뒤풀이를 했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길어졌다는 봄날도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발길은 뻐근했지만 오늘도 유쾌한 산행이었다.

2005년 4월 11일 (월) 윤 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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