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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읽어 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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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2 한상길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796회 작성일 2002-11-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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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흰 고무신

아버지가 발이 좀 불편하시다는 것을 여섯 살 때 쯤 알았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절름발이라고 놀렸다
아버지는 항상 텁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차림이셨다
초등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아버지와 다른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참 싫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길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모르는 척 땅만 보고 지나 치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시면서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나른한 봄 어느날
심한 열병으로 정신이 아롱아롱 허공을 맴도는 기분이 되어
나는 급기야 혼수 상태에 빠졌다
나를 발견한 아버지는 어쩔 줄 모르시다가
불덩이가 된 나를 업고서 이내 병원으로 내달리셨다
마음이 급하니 자꾸 발을 헛디디셨다
병원이 있는 읍내까지는 고개 넘어 시오리 길
숨이 턱에 닿는 것도 잊은 채 고갯길 올라
발끝이 땅에 닿는 듯 마는 듯 내려 오셨다
진흙 땅 눈 녹아 미끄러운 길을
신발은 등걸에 걸려 벗겨지고

의원에서 주사 맞고 약봉지 들고 돌아오는 길에
황톳길 산길에 나동그라진 흰 고무신을 보았다
핏자국이 선명한 아버지의 맨발과 팔꿈치도 눈에 들어 왔다
찢어진 아버지의 흰 고무신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나를 압박해 왔다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소 멍에처럼 달고 계신 우리 아버지
외롭고 쓸쓸한 아버지 가슴에 그간 수없이 돌 팔매질을 한 나
모든 것이 범벅이 되어
서러운 눈물은 자꾸만 흘러 내렸고,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이미 아버지를 미워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아파서 우는 줄 아셨을 것이다
체온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포근한 등에서
나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처음으로 느꼈다.
“아버지, 사랑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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