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國防 vs.馬원춘-^남북정상회담 時 親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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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623회 작성일 2018-04-29 17:16본문
[취재파일] 호형호제는 이들처럼…南 송영무·北 마원춘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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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굳은 표정이었는데…北 인사 손 덥석 잡고 나온 송영무 국방장관
이번 정상회담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는 시작부터 관심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정상회담의 파트너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게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그러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가는 군의 사기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송 국방장관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꼿꼿이 서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했고, 마무리에 고개를 살짝 움직이며 가벼운 목례를 했을 뿐입니다. 어떤 감정 기복도 읽히지 않는, 국방장관으로 무난한 대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저녁 무렵 송 장관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환송 행사를 위해 만찬 참석 인사들이 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송영무 장관이 북한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손을 덥석 잡은 뒤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상으로만 보면 가까운 친구나 동생 손을 잡고 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오전에 굳은 표정의 송 장관이 저녁에는 왜 이렇게 변한 건지 궁금한 대목이었습니다.
● 손잡고 나온 北 인사는 '마식령 스키장 설계자' 마원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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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장관이 손을 잡고 나온 인사는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이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국토부 장관에 해당되는 직위라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가면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핵심 인물입니다. 현장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서서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장면도 있고, 백두산에 올랐을 때도 바로 옆에 서 있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북한 최고 관료 가운데 한명이었습니다.
마원춘 국장은 마식령 스키장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두산건축연구원의 설계원 출신답게 건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평양 만수대거리 주택단지 건설 현장의 책임자이기도 했다는데, 한마디로 북한의 도로, 철도, 건축 등의 건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만찬 자리를 김현미 장관과 한 테이블에 배치 것도 남북의 업무 상대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같은 테이블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마 국장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겁니다.
● 송영무 "지금까지 적으로 만났지만, 대화해보니 정이 통하더라"
마원춘 국장의 손을 왜 잡고 나온 건지 묻기 위해 송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국방부 출입 기자도 아닌 기자의 전화를 당연히 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콜백이 왔습니다. 송 장관은 당시 있었던 일을 담담하면서도 가감 없이 설명했습니다. 송 장관이 본 마 국장의 첫 장면은 자리를 못 찾아 우왕좌왕 헤매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지정석이었던 만큼 이름표가 있었는데, 누군가 그걸 치워버려 자리를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꽤 일찍 와 있었던 송 장관이 마 국장의 자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통성명을 하고 연배를 보니 송 장관이 형님뻘이었습니다. (송영무 장관은 1949년생이고, 마 국장이 1956년생이니까 연배로는 7살 차이가 납니다.) 양국 정상의 건배 제의가 잇따르고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각 테이블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저는 북한 사람들하고 처음 만나본거고, 제 인생에 연평해전 때 북한 사람들을 적으로 만났지. 얘기해본 적도 없었어요. 웃고 다니면 안 되고, 국방장관으로 무게 잡고 있으려고 했는데, 정상들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 분위기도 업 돼더라고요. 마 국장도 테이블에서 저랑 가깝게 있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저를 형님이라고 하고 술을 따르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적으로 만났던 북한 사람들과 실제 대화를 해보니 정이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송 장관은 말했습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외국 사람 만나는 것보다는 정이 통하는 감정이 들지요. 우리 좌석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있었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있었고. 이런 분들은 북한 분들과 만나본 경험이 있더라고요. 거기 있는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사람 가운데 베스트 몇 사람 뽑아서 왔기 때문에, 남북 관계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송영무 "음식에 담긴 의미 설명하며 마원춘과 파안대소"
각자 남북의 정부 부처를 대표하는 만큼 업무와 관련한 얘기를 하는 건 자연스러웠습니다. 마 국장이 군인은 시설물을 결국 파괴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자, 송 장관은 편견을 깨라고 얘기해줬다고 합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그 사람 얘기가 국방부 장관은 파괴하지만 자기네는 건설하는 사람이라고 그러기에 군인이 다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잘 지어놓은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군인이 있지, 왜 때려 부순다고 생각만 하느냐고 하니까 형님한테 말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마 국장이 건설 담당인 만큼 남북의 철도 건설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당신은 건설이니까 우리 경부선에서 신의주까지 철도놓는데 최대한 노력하라고 얘기하니까 형님이 그러시다면 발 벗고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갔어요.
송 장관은 만찬 메뉴에 담긴 의미를 마 국장이 잘 몰라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말했습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메뉴를 보니까 왜 이런 게 나왔는지 마 국장이 잘 모르는 거예요. 통영 문어 요리는 통영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이어서 올라온 거다. 스위스식 감자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공부를 해서 그걸 택한 거라고 말해줬어요. 달고기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부산 출신이어서 거기서 어렸을 때 드셨던 생선이어서 나온 거라고 설명했어요. 마 국장은 그게 닭고기인지 알았대요. 그래서 내가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찍어서 이렇게 생긴 게 달고기라고 설명해줬어요.
= 한반도의 봄이라는 디저트는 독도가 있다고 일본 장관이 시비 걸었는데, 일본 사람들이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했더니 마 국장이 막 파안대소 했어요. 이런 것을 하나씩, 하나씩 우리 정부랑 대통령께서 신경 많이 쓴 거니까 한국에 대해서 좋게 생각해달라고 했지요.
● 마원춘, 형님 조르듯 "담배 피우러 같이 나가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 국장도 송 장관에게 각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던 그 장면은 같이 담배 피우러 나가던 장면이었습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인터뷰
= 나는 담배 안 피우는데 자기는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하더라고요. 담배를 같이 피우는 사람끼리는 동료 의식이 생긴다며 담배 한대 피우러 가자고 하면서 저를 자꾸 끌고 가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벌써 공식 행사가 시작돼서 내가 담배 피우러 같이 못가겠다. 나는 지정된 좌석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내가 전용 카메라에 우리 사진 찍었으니까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악수하고 헤어졌어요. 특별히 저랑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저는 북한 사람과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었는데 근데 그 사람이 저를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 영상에 보니까 장관님이 손을 덥석 잡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 헤어지기 뭐하니까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 장관은 북한 사람들은 사실 자신을 참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자신에 대한 여러 분석을 다 하고 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으로 만났던 북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즉석에서 동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본인도 신기해하는 눈치였습니다.
● 북한과 친구로 지내는 방법 알려준 남북 정상회담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들이 가장 명확하게 느꼈던 것은 북한과도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였던 것 같습니다. 한때 총칼을 겨누었던 적이었지만, 양국 정상이 과감한 스킨십으로 누구보다 가까운 동포임을 확인해줬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마원춘 국장을 동생삼은 것은 둘 사이 인연만은 아닐 겁니다.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렬한 증오를 가졌던 군인 출신의 송 장관도 마음을 트고 진솔한 대화를 했더니, 북한 사람과 친구가 되고 동생도 삼을 수 있었던 겁니다. 송 장관이 마 국장의 손을 덥석 잡고 나오는 장면은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북의 화해, 협력이 계속돼 송 장관이 마 국장에게 약속한대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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