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 클래스의 이공계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에서 노벨상을 꿈꾸고, 김정주(넥슨 회장)나 이해진(NHN의장) 선배
같은 ‘롤모델’을 보며 야망을 다질 수도 있는 ‘카이스티안’으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25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
카이스트 궁리관 유기화학 실험실에서 만난 선대영(20·화학과 2학년) 씨는 진학 동기를 묻자 ‘학부생 아이디어도 존중해 주는 연구 분위기’를
꼽으며 뿌듯해했다.의대·치대 진학 열풍과 이공계 기피 현상에도 불구하고 카이스트에는 여전히 전국 각지의 상위권 이공계
수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학생들은 “어렸을 때 과학과 수학에 ‘꽂힌’ 이후 카이스트 진학을 꿈꿔왔다”며 “과학고나 과학영재고 출신들은 카이스트
진학을 목표로 삼는 친구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은 “
머리좋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하는 독창적인 소신파가 많이 온다”며
“이들의 독창성과 고집, 도전적인 면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국내 최초, 최고의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다. 1971년 서울 홍릉에 ‘한국과학원’으로 설립된 뒤, 1989년 외곽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143만㎡의 캠퍼스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해 800여 명 내외의 신입생을 뽑는다. 현재 학사 4490명, 석·박사 과정 6654명 등 모두 1만1144명이 재학
중이다.
국립특수대학인 카이스트의 장학혜택은 파격적이다. 학기당 300여만 원의 등록금은 1학년 면제이고, 이후에도 학점
2.7이상만 넘으면 전액 장학금으로 대체된다. 연구중심 대학답게 학부 졸업생의 70% 가량이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박사 3학기 이상 코스를 밟는
학생들은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 대체 혜택도 누린다.
지난해 신입생 868명의 출신 고교 분포를 보면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있는 부산 출신 신입생이 18%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울 16%, 해외(외국인 및 외국고 출신) 13%, 경기
11%, 경남 6%의 순이었다. 과거엔 수학·과학 실력이 월등한 과학고·영재고 출신 일색으로 선발이 이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요즘은 학교장
추천전형, 수능시험 전형 등을 통해 일반고 출신 신입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스트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바탕으로 대전도 최고의
‘명품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카이스트와 대덕특구 소재지인 대전 유성구는 전국에서 인구 대비
석·박사 비율이 가장 높아 ‘박사 동네’로 불린다. 대덕특구 내 250여 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는 물론, 1400여 개 기업체에
종사하는 석·박사 인력이 2만1189명(2012년 기준)에 달하는 ‘지식 도시’이다. 음식점에서 ‘박사님’ 하고 부르면 10명 중 6∼7명이
뒤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곳이 이곳 대전 유성구 일대이다.
지난해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입학한 새내기 김수현(여·20) 씨는 “무학과제로 운영되는 1학년 동안 일반고 출신이라
친구도 없고 아는 선배도 없어 막막했지만 ‘반’형태로 다양한 출신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운영되는 학제
시스템과 기숙사 생활,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적응하면서 지금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