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밀 유출이 민간경제 영역뿐 아니라 방위·전략물자 산업으로 확장되는 추세여서 정보·안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이버 테러에 노출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민간경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및
산업기밀 유출 사건이
국가 간 ‘사이버 전쟁’ 양상으로 치닫는 위험성도 높아가고 있다.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하는 이유는 국익과 안보 때문이다.
각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융합되고 국가경제와 안보의 경계 구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 유출은 국가 차원에서 심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는 점에서다.
첨단기술을 만들어내는 만큼이나 지키는 게 중대한 과제가 된 셈이다.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거나
거꾸로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2013년 12월에는 미래 전장의 핵심 무기인 전자기펄스(EMP)를 방어하는
첨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국가정보원이 가까스로 막은 바 있다.
EMP 관련 국방기술은 국방부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2020년대 초반까지 무기체계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첨단 영역에 속한다.
지난 8일에는 현역 장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방위력 개선사업 군사기밀을 빼낸 후
국내외 업체에 유출한 방위산업체 임원 등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누설한 기밀에는 2급 기밀인 차기 호위함 전력 추진 관련 자료와
소형 무장헬기 사업 관련 자료 등 3급 군사기밀 30건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주고받은 정보가 군사기밀보호법상 기밀에 해당돼
누설될 경우 명백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해 중형에 처했다.
방산업체 직원 김모 씨 등은 무려 21개 외국업체 및 4개 국내업체에 수집한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7일에는 항공기 전파방해 무력화 기술(항재밍·Anti-jamming) 등
공군의 각종 기밀을 불법 수집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전 탈레스코리아 대표이사 P(65·프랑스인) 씨와 방위산업체 A사 부사장 김모(58) 씨가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누설된 기밀들은 대부분 합동참모회의에서 생산된 군사3급 비밀이다.
지난해 1월에는 760억 원대 포탄제조 기술과 설비를 미얀마 군부에 불법 수출한 무역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0년 9월 미얀마 방위산업국(DDI) 측과 760억 원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뒤
105㎜ 곡사포용 대전차 고폭탄 등 6종의 포탄 생산 설비와 원자재를 공급하고, 실제 포탄 생산이 가능하도록 도면·공정도 등을 넘긴 혐의다.
DDI 국장 테인 타이 중장 등은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미국 행정부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포함되기도 했다. 유출된 포탄 제조 기술이 언제라도 북한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판단이었다.
최근 발생한 미국 영화사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과 이어진 미국의 북한제재 강화는 민간영역의 사이버 전쟁이 국가 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의 단적인 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비례적 대응’을 천명하기 무섭게 강력한 대북 금융제재 등 추가제재를 추진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민간영역이 막대한 영업피해를 보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렇잖아도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고 이미 수차례 피해를 경험한 한국이 이제는 전통적 안보뿐만 아니라 ‘신(新)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육·해·공·우주에 이어 ‘제5 전장’인 사이버 영역에서 저강도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박 대통령도 “최근 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같은 비대칭위협에 맞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군사분야에 적극 도입하는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대응능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19일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며 대책을 지시했다.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사이버 공격을 많이 받고 있고,
갈수록 방위산업·전략물자 불법수출 등 신종 국익침해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염두에 둔 지시로 풀이된다.
방승배·박준희 기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