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 / 한국핵정책학회장, 국방대 교수국방부 ‘국방백서 2014’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방백서 2012’와
비교해 보면, 최근 2년 사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한국의 존망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세계의 유수한 북핵(北核) 전문가들은 북한이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적어도 노동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북한 핵과 미사일의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위협은 실제적이며 엄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2012년과 달리 2014년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대량파괴무기(WMD)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고한 국방 태세를 확립할 정책에 대해 별도의 장절(章節)을 편성,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요약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한국은 한·미 공동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발전시켜서 억제와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고, 초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군 독자적으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공동의 맞춤형 억제전략은 동맹국인 미국이 보유한 핵우산,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확장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은 킬체인 능력을 갖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KAMD를 구비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각종 대공 능력을 구축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소형화된 핵 능력은 전략핵무기뿐만 아니라 각종 전술핵무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술핵무기를 적기(適期)에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 자체의 거부적 억제 능력이 요구된다.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데에 따르는 정치적·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즉각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전방위 억제 전략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렇게 억제력만 강화시킨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남북한 간 고위급
대화가 이뤄진다면 북핵 폐기 문제를 처음부터 제기해 핵 폐기냐, 정권 포기냐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남한 적화전략의 일환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핵 포기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숨어서 핵을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핵검증체제 구축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또한 킬체인과 KAMD의 연구·개발과 실전 배치에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일이 필요하므로, 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확고한 법제와 중장기적 예산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행여 핵 억제력 제공은 미국이 할 것이기 때문에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 재연기됐음을 이유로 이러한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다른 국책사업보다 우선순위를 떨어뜨려도 된다는 정치적 논리가 앞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가 북한 핵과 미사일을 확실하게 억제하고, 나아가 포기시킬 수 있는 한국판 전방위 핵억제전략과 능력을 제대로 갖출 때 국가안보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고, 북핵 협상도 힘의 우위에 서서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