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4월 30일 국회는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규정을 포함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년연장법)’을 통과시켰다. 고령화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여론이 작용한 결과였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생산성 저하를 불러오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수많은 논란에도 법은 통과됐고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상시근로자 고용 사업장을 시작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정년 60세 조기 도입 촉진 등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6월 기준으로 300인 이상 상시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3.2%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연공성이 높은 대기업의 임금 구조는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에 따른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지만 아직 이를 시정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구조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제 중 하나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 등을 다루고 있다. 기업 부담은 덜고 고용은 늘리기 위한 타협안 도출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노사정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려 결과는 안갯속이다. 정년연장법 시행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이를 둘러싼 논점을 정리해봤다.1. 정년제 어떻게 바뀌나현재까지는 법에 정년과 관련한 의무 규정이 없다. 고령자고용 촉진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다.
또 법에는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지만 노사합의나 취업 규칙에 따라 정년을 정한 경우, 정년을 근거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기업별로 정년은 천차만별이고, 정년이 없는 기업도 많다.
2016년 1월 1일부터는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법적 의무가 된다. 법 시행 시점까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법 시행 시점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간주된다. 2016년까지는 상시 근로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이 시행 대상이다. 2017년부터는 상시 근로자수 300인 미만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도 시행 대상에 포함된다.
2. 왜 도입되나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3년 정년제를 도입한 기업의 정년연령은 55∼58세에 분포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구 고령화에다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와 복지비용
확대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년을 연장해서 중장년 근로자들이 더 오래 근로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는 게 60세 정년 의무화 제도의 취지다.
3. 위반할 경우 어떤 처벌 받나60세 정년은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년연장법은 위반한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조항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60세 미만의 근로자가 나이를 이유로 해고되었을 때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해당 회사는) 행정처분과 민·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4. ‘낀 세대’에 대한 구제책1959년, 1960년생 등은 60세 정년을 보장받게 되는 1961년생보다 한두 살이 많아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처럼 ‘낀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각 기업이 60세 정년제를 조기에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지원금 대상을 확대하고, 2014년부터 지원 한도를 근로자 1인당 연간 600만 원에서 정년 60세 이상 연장 사업장에 840만 원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책을 펴고 있다.
2015년부터는 정년 60세 이상 연장 사업장에 대한 지원금을 840만 원에서 108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한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령자 고용연장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외에도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정년 60세 조기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낀 세대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5. 60세까지 해고 가능성 없나60세 미만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에도 해고 이유가 ‘나이’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60세 이전까지 해고 가능성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 해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징계에 의한 해고도 있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어긋나지 않는 경우에 한해 60세 미만 근로자도 해고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6.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삼성, 현대중공업, GS칼텍스, 포스코 등이 정년 60세를 시행 중이다.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3월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56세부터 매년 임금을 10%씩 삭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전체 직원 2만5000여 명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했다. 그 대신 58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월부터 전체 직원 3000여 명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58세부터 기존 급여의 80%를 받는다.
포스코는 2011년에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늘렸고, 이후에도 희망자에 대해서 1년 단위로 재채용을 거쳐 60세까지 일할 수 있게 했다. SK그룹은 주요 17개 계열사 중 10개 사의 정년이 60세다.
7. 인건비 부담 얼마나 늘어나나고용노동부가 2013년 한국비용편익분석연구원에 의뢰해 내놓은 ‘정년연장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기업이 60세 정년제를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2016년에 최소 6330억 원에서 최대 8252억 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최소 5조7770억 원에서 최대 9조9383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기업이 고령층 근로자의 생산성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에는 2016년에는 1164억∼1518억 원, 2020년에는 1조1461억∼1조824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기업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직성이 높은 임금체계를
하루 빨리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8.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은60세 정년제 도입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 국회 역시 정년연장법을 통과시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012년 6월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 1896곳 중에서 338곳(17.8%)이었다. 2013년 6월 1989곳 중에서 368곳(18.5%)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1년 동안 소폭으로 확대되는 데 그쳤다. 2014년 6월 2055개 사업장 중 476곳(23.2%)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어 도입률이 다소 확대됐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업장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9. 외국의 정년제도는미국은 1986년부터 정년 설정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정년제 자체가 고령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조기 퇴직을 방지하기 위해 67세 전에 퇴직하면 연금을 5∼6.7% 감액하고, 67세 이후에 퇴직하면 연금을 8% 증액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영국은 연령을 이유로 한 해고를 막고 있다. 다만, 65세 이상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영국은 이른 퇴직을 방지하기 위해 퇴직연금 조기 수령을 금지하고, 퇴직 연장 시 연금을 10.5% 증액하는 유인책을 펴고 있다. 2028년까지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67세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1998년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한 데 이어 2013년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했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늘렸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령자 고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은 65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정책을 시행 중인데, 2029년까지 정년을 67세로 또다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또 63세 이전에 퇴직하면 연금을 3.6% 감액하고, 이후에 퇴직하면 연금을 6% 증액하고 있다.
10. ‘청년취업난 가중’ 비판은 맞나정년이 연장되면 청년고용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이 57.4세인 점을 고려하면 정년 연장에 따라 신규채용은 줄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장년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가 반드시 상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년 연장을 통해 장년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면 청년고용 확대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을 보면 장년 고용률이 높을수록 청년 고용률도 높게 나타난다”며 “이에 따라 OECD는 2005년 세대간 고용대체론을 폐기하고, 양 세대의 고용을 각각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단,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을 연장할 경우 대체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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