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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 전문가--브라이언 마이어스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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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3,941회 작성일 2014-12-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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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에도 조용… 한국인‘민족’만 있고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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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가 12일 부산 동서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중 통일부에서 보내온 ‘남북대화’ 책자를 보이며 “남북이 그동안 크고 작은 대화를 많이 하는 와중에도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브라이언 마이어스 부산 동서대 교수가 12일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 2시간여 인터뷰를 통해 북한 선군정치 체제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남북관계 급진전이나 북·미 국교정상화와 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

한국과 인연이 각별한 미국인 중견 학자가 보는 한반도 해법은 좀 독특했다. 남북관계의 복잡한 상황에 대한 진단도, 분석 도구나 방법론도 여느 학자와는 사뭇 달랐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동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상황에 따라 한국 국적 취득을 고민 중인 브라이언 마이어스(51) 교수. 한국에 대한 애정도, 걱정도 많았다. 남북관계의 미래에 대한 그의 기조는 회의론에 가까웠다. 남북관계에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전제 아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는 남북이 70년 각각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양쪽의 역사·사회사 연구에 천착하면서 그가 얻은 잠정적 결론이다. 인터뷰는 12일 부산 사상구 주례동 동서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2시간여 진행됐고,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미·쿠바 간 국교정상화 추진 발표 뒤 추가 이메일 인터뷰 등 두 차례 이뤄졌다. 마이어스 교수와의 인터뷰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묻지도 않는 이념성향에 대해 “보수주의이자, 확고한 반북(反北)주의”라고 밝히더니 쏟아놓는 분석들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정치범 수용소, 김정은의 통치술 등에 대해서다. 국내 일부 보수단체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만한 진단들이다.

“북한을 공포정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정치적 숙청은 온건한 편이고, 스탈린주의 국가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탈북자나 탈북과정,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한국의 언론보도는 과장이 너무 심하다”, “북한이 쉽게 무너지지도 않지만, 붕괴하더라도 탈북 러시는 없다”, “한국민들은 민족만 있지 국가에 대한 사랑은 없어 위험하다” 등등. 전체 맥락을 다 들은 뒤에야 왜 그가 이같이 생각하는지 오해가 풀렸지만 돌이켜보니 학자로서 사실에 접근하려는 태도에서 빚어진 일이라 귀 기울여 들을 대목들도 많았다. 이 같은 그의 도발적인 주장들은 첫 대화에서 시작됐다.

―17일이 김정일 사망 3주기입니다. 3년 탈상하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안정적이라고 봐요. 지금으로 봐서는 내부적 동요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장성택과 측근들이 숙청당했을 때는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고급관리들의 탈북 러시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북한 엘리트 출신의 탈북자가 극히 드문 편이에요. 물론 경제가 해체되어 가고 있지만 북한처럼 선군국가는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아요. 경제 악화가 정권의 권위나 정당성에 큰 영향을 못 미칩니다. 아직도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생각하는 연구자가 있는데 이 경우 망하는 경제에도 정권이 인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어요.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닌 극우 국가일 뿐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인기 많다는 건가요.

“한국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민족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국가와 지도자를 동일시합니다.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만큼 안 좋아할지 모르나 국가의 상징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장성택 처형 뒤 계속되는 숙청작업이나 공포정치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을 증명하지 않나요.

“숙청이 얼마나 심한지 알게 뭐예요. 그게 한·미·일 언론의 문젭니다. 모든 탈북자들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과연 그들이 엘리트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북한을 스탈린주의 국가로 보는 것도 잘못입니다. 북한은 예전부터 숙청이 비교적 온건한 편이었죠. 스탈린처럼 몇 천 명 죽이는 스타일이 아니고 숙청했다가 살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저도 북한 인권을 중시하지만 그런 식의 ‘호러(horror)스토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과장이 많죠. 특히 ‘탈북을 10여 차례 했다’는데 그게 무슨 탈북인가요. 강제송환되고, 처형됐으면 그렇게 자주 나올 수 없죠. 내가 반북주의라고 해도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을 공포정치 국가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네요.

“공포는 나름대로 있지만, 공포로 유지되는 게 아닙니다. 주민들의 자발적 지지, 그게 극우 나라의 장점이죠. 3년간 탈북자 초청 수업을 해왔는데 공통된 얘기는 ‘돈 잘 벌다가 어쩔 수 없이 도망 나왔지만 할 수만 있다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겁니다. 학생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죠. 탈북자들은 돈을 잘 벌면 북한이 더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해요.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 사람들도 그렇게 말할 정도니까.”

대학생들에게만 놀랄 얘기가 아니라 기자에게도 다소 생소한 주장들이 계속 이어졌다. 탈북자나 관련 단체, 정보당국 고위인사들과 인터뷰를 많이 했던 기자 입장에서도 몇몇 같은 사례를 들었지만, 마이어스 교수처럼 보편적 현상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의구심이 들었다.

―라오스로 탈북한 청소년이 송환돼 사형당했다는 보도가 국내에서 나오자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들 인터뷰 화면을 내보냈는데 조작이나 쇼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정치범수용소의 실체는 어떻게 보시나요.

“일정 정도 쇼이기는 하겠죠. 또 그 학생들은 이제 ‘나쁜 출신성분’에 들어가 대학 진학 꿈은 버려야겠죠. 그렇다 해도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이 거의 다 사형당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정치범 수용소도 있겠지만 너무 과장됐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사람들이 꽤 자유롭게 살고 있어요. 북한이 강압으로만 버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스티븐 해거드와 마커스 놀랜드의 연구 결과가 있는데, 탈북했다가 송환된 북한 주민의 75%는 1년 이하의 징역만 받아요. 우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지 오웰의 말처럼 자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중을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 분석의 신뢰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학자에게는 다소 예민한 질문이나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연구자료의 출처와 판단 근거를 대라는 요구에 마이어스 교수는 자신 있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요? 주로 북한선전과 매체를 직접 연구합니다. 서초동 국립도서관 5층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잡지·신문·영화 등을 보죠.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제 소스를 믿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십 전달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보다 좀 더 근거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의 메시지에는 이미 이데올로기가 들어가 있고, 혹세무민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실제 가혹한 북한 현실을 놓치는 건 아닙니까.

“물론 잔인한 면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몇 번 방문했던 동독은 굉장히 어두웠어요. 오직 강압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동독은 그나마 돈이 많아 그런 강압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돈도 없는 북한은 모든 주민을 감시하는 동독식으로는 버틸 수 없으니 민심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민심을 잡는 데도 한계가 오지 않을까요.

“영원히 이럴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죠. 가장 크게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은 선전사업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관리 소홀입니다. 집권하자마자 선전의 질이 크게 떨어졌어요. 김정일 사망 한 달도 안 돼 웃으며 놀이동산을 방문하고,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만나는 김정은을 보며 북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더라고요. 김정은 권위를 격하시키는 것이죠. 선전을 담당하는 김여정도 해외에서 자라 북한식 예절문화가 몸에 배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

―되풀이되면 결국 정권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지 않나요.

“금이 갈 수 있죠. 문제는 민심이 좀 떨어지면 북한이 외부세계와의 긴장 고조로 민심을 다시 잡으려고 합니다. 선군이니까 끊임없이 승리를 거둬야 하는데, 옛날 나치독일처럼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긴장을 만들고 승리를 주기적으로 거둬야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죠. 김정은에 대한 신앙이 약해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메커니즘이 있어요. 북한이 못된 나라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판단하면 북한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계속 도발해야 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에요. 어떻든 선군정치의 길로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존재적 이유가 있는데 필연적으로 도발이 따릅니다.”

―내부 붕괴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겁니까.

“모든 극우의 나라는 극좌의 나라보다 안정적입니다. 안에서 쿠데타나 반란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봅니다. 군사적 패배를 당하면 정권이 망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든 계속 버틸 수 있습니다. 경제나 인권문제로 인한 내부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 붕괴 진단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돼서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 붕괴는 심각한 외부 도발을 일으켰다가 군사적 대패를 당하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너무 큰 도발을 일으켰다가 (한·미 연합군에 의해) 심각한 패배를 당하고, 이게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바로 지금이다’고 했죠. 그런데 과소평가한 부분은 한국 정부의 융통성이었습니다. 국가로서의 자부심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외부 공격을 그렇게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거죠.”

―정부가 당시 잘못 대응했고, 평양까지 원점 타격하는 게 제대로 된 대응이었다는 의미인가요. 상응하는 군사적 응징 주장도 있었고, 과도한 대응 시 전면전 비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쑥대밭을 만들 정도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죠. 미국의 이라크전처럼 너무 쉽게 전쟁하면 안 되지만 뭔가는 했어야, 군사적 응징은 아니라도 국민들이 다 힘을 합쳐 대북시위만 했더라도 달라졌을 텐데, 유엔이 문제를 해결하겠지라는 데 그쳤잖아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 때와 달리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도 국민들이 상응하는 분노를 표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분노하는 게 외국인으로서 보기엔 좀 이상해요. 연평도 분노는 고작 일주일 정도 갔어요. 한국의 국가정신이 결여된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대목에서 나온 ‘국가정신’이라는 개념의 실체가 어려워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마이어스 교수는 “아직 확실하게 정립된 학문적 개념은 아니고 계속 연구 중”이라며 “한국의 국가정신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빚어지는 폐해”들에 대해 공들여 설명해 나갔다.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정치적 실체로서의 국가보다 민족에 더 높은 충성도를 보입니다. 태극기·애국가는 국가 깃발이나 노래 성격보다는 민족의 깃발, 노래일 뿐입니다. 국가나 민주적 가치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공화국 창립을 기념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광복절은 민족 해방 기념일이지요. 한국인들이 국가안보보다 민족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전통 때문인 듯합니다.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분노를 표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정부가 요구하면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싸우느냐’는 말이 나오잖아요.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북한이 보기에 한국인들은 자신의 공화국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 서구에서의 국가형성과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다른데요.

“북한은 한국과 같은 과거를 갖고 있는데도 국가정신이 대단해요. 국가 관련 기념일이 매우 많습니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라도 국가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

마이어스 교수는 우여곡절 끝에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통일과정과 그 이후 한국이 마주하게 될 상황이 훨씬 걱정이라는 논지로 나아갔다.

“통일돼도 북한은 김일성에 대한 충성이 변하지 않아요. 한국은 남북 경제·이념격차를 민족주의를 통해서 조율할 수 있다고 보겠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흡수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김일성에 대한 충성과 김일성이 파괴하려고 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이 양립될 수 없으니까요. 서독은 국가정신이 있었으니까 동요 없이 동독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한국에는 큰 혼란이 생길 겁니다.”

―이념도 문제이나 통일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격차를 미리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경제교류가 중요할 텐데, 남·북·러, 남·북·중의 협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물론 도움되겠죠.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줄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특별한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겁니다.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간 햇볕정책을 통해 많은 남북협력이 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적개심은 하나도 줄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개방은커녕 오히려 선군체제를 강화했습니다.”

―마음이 급한 정부가 5·24 조치의 해제 문제를 놓고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인데요.

“솔직히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 사과해야 협력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게 실수였습니다. 북한이 인정할 가능성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 것을 요구했어야죠. 성사 가능성이 없는 요구를 할 때는 아예 교류협력 재개를 못 한다는 각오를 했어야 합니다. 사과 요구 자체가 비현실적이죠.”

마이어스 교수의 한반도 해법에 대한 답은 “뚜렷한 방법이 없다”로 요약됐다. 남북관계와 북핵 해결 모두 해당한다. 북한이 경제협력 확대, 핵 포기 약속,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등을 하든 안 하든 체제 속성상 ‘대화와 도발’은 쳇바퀴처럼 계속 굴러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다는 의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어느 분야든 해봤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긴가요. 핵 포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럼요.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야 북한은 유지됩니다. 한·미와 관계가 정상화하면 선군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져요. 체제가 무너진다는 의미죠. 북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본질적으로 향상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실제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하지 않죠. 북한에 미국은 적(敵)으로서만 필요한 국가입니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정상화 추진을 발표했는데 북한이 요구해온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북한이 오히려 깜짝 놀라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하지 않으려고 핑계를 댈 겁니다. 선군을 내건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계속 승리를 내세울 수 있어야 해요. 싸우지 않으면 내세울 승리도 없죠. 한·미와 정상화를 하면 선군국가가 과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받아들인다고 해도 내부적으론 ‘미제놈들의 무조건적 패배’로 왜곡 선전한 뒤 머지잖아 다시 비정상적 관계로 돌아갈 겁니다. 한국이라는 적이 없이 북한정권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정권 생존을 위해 미국이란 적을 계속 둬야 합니다. 오바마 정권도 대북관계 개선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1960년대부터 도발을 주기적으로 해온 북한과 쿠바는 다르죠. 오바마 정권이 쿠바에 관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북한과 비교했을 때 훨씬 얌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는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 중인데 남북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인가요. 현상유지나 상황관리도 의미가 있지 않나요.

“대화는 한 가지 효과가 있죠. 북한이 한국을 강경파로 몰아세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하듯 대화를 계속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걸면 안 되지만 대화는 될 수 있는 한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유지 역시 중요한 베이스라인입니다. 전쟁보다는 더 낫죠. 하지만 북한은 다시 도발할 수밖에 없는 나라예요. 그런 북한의 정치메커니즘이 한국을 어렵게 만드는 거죠. 한국이 어떤 정책을 펴든 북한은 도발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의 반발이 심한데 4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로 맞설까요.

“인권결의안 문제가 없더라도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나라의 목표가 뭐냐, 최후의 승리입니다. 주민들의 생활안정? 절대 아니죠. 북한은 줄다리기처럼 주기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완화시켰다 하는 패턴을 되풀이해요. 북한 대표단 3인방의 인천 방문은 잠깐 줄을 늦춘 겁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다, 안 하다 하는 것도 줄다리기의 일환일 뿐이에요. 북한의 도발·대화 패턴은 일종의 상수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줄을 너무 팽팽하게 하면 끊어지듯 전쟁으로까지 가는 도발은 김정은도 피할 것입니다. 한·미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없으니까요.”

마이어스 교수의 회의론에 대해 해법을 다시 추궁하자 “연구자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고 전망까지는 할 수 있어도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며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일로 넘겼다.

인터뷰 = 김상협 차장 (정치부) jupiter@munhwa.com
e-mail 김상협 기자 / 정치부 / 차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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