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전제조건 언급 안해… 관광재개 가능성에 무게방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가 12일 전제조건에 대한 특별한 강조 없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 입장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과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신변안전 보장 강화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까다로운 ‘3대 전제조건’을 빼놓지 않고 거론했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재개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린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정부가 5·24 대북제재 조치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도 유화적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과의 의견 조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여전히 ‘관광 재개를 검토 중’이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정부의 이전 입장에 비하면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전제조건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같은 날 남북경협 관련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전제조건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류 장관은 지난 11월 평화재단 창립 10주년 행사에서는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제안의 성사를 희망하듯 북한이 수용하면
대화 테이블에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방침의 변화 가능성이 예고된 셈이었다. 류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관광객 안전문제 등을 포함해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에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수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부터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포함해 남북현안을 북측과 협의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위 당국자가 전향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문제를 풀기 위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북측과의 대화 필요성에 강한 방점을 둔 것도 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의 호응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삼은 북측의 태도 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데다, 지난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면서 대북정책에도 강경한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10일 류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
정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면서 북한 압박에 더 강조점을 뒀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와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정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보영 기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