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고, 실제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기에 확보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존 아비자이드 전 중부사령관이 공동의장을 맡은 미국국방패널(NDP)은 31일 ‘4개년 국방전략 검토보고서(QDR)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USIP)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페리 전 장관 등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개연성 있는 비상사태는 전쟁 또는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내부 위기”라면서 “중국의 정치·군사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해 비상사태에 따른 작전환경의 공통 구상을 만들어 오판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양쪽 진영 간에 혹시 있을지 모를 물리적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파악된다. 패널은 “한반도의 심각한 불안정에 따라 미국은 한국군과의 합동작전 수행을 위한 지상군과 공군, 해군병력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무엇보다 아시아 역내 또는 미국 본토에 주둔한 미군 지상군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전개하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패널은 “북한 내 핵심 목표들을 겨냥한 정밀무기를 신속 배치해 핵 긴장을 완화하고 민간의 희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정보국(DIA)의 자료를 인용해 “비상사태시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주요 시설이 테러리스트와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 등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QDR 계획은 미국이 직면한 도전과제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5월 중순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한반도 정책 세미나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와 모든 종류의 북한 비상사태(all kinds of contingencies)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페리 전 장관은 1999년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괄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내용 등을 담은 ‘페리보고서’를 작성했었다.
◆ 미국국방패널(NDP) =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방부의 4개년 국방전략 검토보고서(QDR)에 대한 평가 및 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의회가 전문가를 위촉해 조직한 자문기구. 초당파적인 국방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으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존 아비자이드 전 중부사령관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