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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명보 감독과 그의 아이들 및 축구협회 분석 낱낱이 샅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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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370회 작성일 2014-07-1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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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긴급 진단하기 위해 축구 담당 기자들과 전문가가 지난 8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9층 옥상정원에 모였다. 왼쪽부터 홍재민 <포포투> 기자, 박현철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김대길 <한국방송> 축구해설위원, 허승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박종식 기자 @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월드컵 기자·전문가 방담▶ 홍명보와 스콜라리.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 둘은 영웅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8강 스페인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며 활짝 웃었고,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을 우승시키며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 둘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선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도대체 축구가 무엇이기에 이리 야단일까요. 이번 월드컵과 한국 축구의 현실을 날카로운 분석과 재기발랄한 방담으로 만나보시죠.
우리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수없이 많은 논란 끝에 끝내 홍명보 감독이 10일 사퇴했다. 전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을 우리는 누구 하나 즐기지 못했다. 대신 분노하고 짜증내고 땅을 치고 울었다. 국가적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생채기만 안고 결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4년 뒤 똑같은 일을 다시 겪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들과 언론은 축구협회를 가리켜 ‘축피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불러일으킨 적폐로 지목한 관피아에 빗댄 말이었다. 두 차례 총리 후보가 낙마한 뒤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축구협회의 ‘홍 감독 유임’ 결정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으로 작용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 국가대표팀은 무엇을 잘못한 걸까. <한겨레>는 브라질월드컵을 현지에서 취재한 박현철, 허승 스포츠부 기자와 홍재민 <포포투> 기자, 대한축구협회에서 이사를 역임한 김대길 <한국방송> 축구해설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여 월드컵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진단했다. 사회는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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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을 상대로 골을 뽑아낸 알제리의 슬리마니(아래 가운데, 등번호 13)는 수시로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믿고 기다려줘도 ‘해결사’가 없더라
김양희(이하 사회자)한국 대표팀이 1무2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대길 우선 준비 기간이 짧았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을 준비했던 기간은 1년 남짓이었다. 조광래 전 감독은 전격 경질됐고, 최강희 전 감독은 최종예선만 통과시키고 프로팀에 복귀하겠다는 조건으로 대표팀을 맡았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당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성인 축구팀을 맡아본 경험이 없었고, 본인도 감독직을 고사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설득했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홍 감독만큼 국민들에게 이미지 좋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선수들을 뽑았다. 그게 함정이었다. 좀더 다양한 선수들을 K리그에서도 뽑고, 런던올림픽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 중에서도 뽑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또 홍 감독이 박주영 선수를 선발해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자신이 천명한 원칙을 깬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많은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이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박주영 선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홍 감독은 그런 박주영 선수를 과신했다.
홍재민 제가 지도자를 해본 적이 없어 건방진 얘기일지 모르지만 대표팀의 속성 자체가 연속성을 가져가기가 어렵다. 1년에 몇번 모이지도 않아 조직력을 다지기도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과신한 것이 문제였다고 본다.
박현철 시간이 없어 잘 아는 선수들을 뽑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조직력 하나만큼은 확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대표팀은 그것도 아니었다. 홍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번 대표팀과 잘 안 맞았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믿고 기다려주는 유형이다. 문제는 믿고 기다려도 해결해주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대표팀엔 박지성 같은 해결사가 없다. 홍 감독이 자기 팀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여러가지 옵션을 준비해서 상대팀을 놀라게 해야 했다.
사회자 가장 아쉬운 경기였던 알제리전을 보면, 상대 팀이 선발 라인업을 5명이나 바꿨고 포메이션은 6명이나 변동이 있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상대 팀에 대한 전력분석조차 잘못된 게 아니었나.
김대길 한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부진했던 모습을 보인 시간이 알제리전 전반 45분이다. 그거 한방에 훅 간 셈이다. 특히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험이 많고, 상대 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즐겨 구사한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5명이나 선발 라인업을 바꾼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측면을 공격해 무너뜨리면 경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알제리가 그런 작전을 들고 왔는데도, 우리의 대응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대표팀 감독이 상대 팀에 대한 분석을 세밀하게 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협회에 기술위원회라는 분과 위원회가 기능을 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술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이유는 현 협회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협회의 이전 집행부에서 맡았던 기술교육국장을 겸임했다. 국장은 협회의 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으로 수뇌부의 지휘를 받지만, 기술위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하는 일마다 회장, 부회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국장이 소신있게 기술위를 이끌 수 있겠나. 과거엔 기술위가 대표팀 운영에 너무 많이 간섭해서 문제였지만 이번엔 아예 도움을 주지 못했다.
박현철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기술위가 제대로 역할을 안 하면 감독이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지 않나. 상대 팀에 대한 전력분석이 필요하면 기술위에 분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감독에게 있지 않나.
김대길 있다.
박현철 그렇기 때문에 기술위를 탓하기 이전에 홍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기술위가 감독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 문제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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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 <한국방송> 축구해설위원·전 대한축구협회 이사


축협 기술위원회 제 기능 못해
회장·부회장 결재받아야 하는
황보관 국장이 겸임하기 때문
축협 개혁과 체질개선 위해선
대의원제도를 손볼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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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11명 주전만 사진 찍은 한국
23명끼리도 사진 찍던 알제리
주장 구자철 인터뷰하는데
샤워하고 우르르 나가던 선수들
원팀이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기술위원회 조언도 먹히지 않았다?
김대길 이런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위는 대표팀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면 조광래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았을 때, 해외파 선수들 가운데 소속팀 경기에서 잘 뛰지 않는 선수들을 선발하곤 했다. 그래서 당시 기술위는 조 감독이 선발한 선수들의 경기출장 데이터를 정리해 ‘어떻게 이처럼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들을 뽑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감독도 그런 문제제기를 받으면 선수 선발을 재고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위는 그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홍재민 협회 내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술위 사람들도 답답했다고 한다. 대표팀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도, 홍 감독의 입장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기술위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현지에 2명의 분석관을 파견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도 대표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기술위가 제 역할을 못한 이유는 축구계 특유의 선후배 관계도 작용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홍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회택, 허정무 부회장보다 한참 후배다. 같은 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축구계라는 좁은 인적 관계망에서 선후배 사이다. 따라서 황보관 위원장이 협회 수뇌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즉 선후배 관계가 조직체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전임 기술위원장이었던 이회택 부회장은 원로급 선배여서 힘이 실렸다면, 이번 황보관 위원장은 협회 수뇌부보다 한참 후배여서 문제였다. 또 홍 감독이 ‘원팀’(하나의 팀)을 강조했는데, 그 원팀은 기술위를 배제하는 팀 안에서만의 원팀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박현철 홍명보 감독이 자꾸 원팀, 원팀 하는데, 가까이 취재하면서 보면 원팀이 아닌 것 같았다. 몇가지 사례가 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 대표팀은 11명 주전 선수들이 사진을 찍는데, 우리와 맞붙었던 알제리 선수들은 선발 출장 선수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다시 벤치로 와서 전체 23명이 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마디로 팀 전체가 ‘치어 업’을 하더라.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러시아전 이후 훈련을 마친 대표팀 주장 구자철 선수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기도 전에 샤워를 하고 나온 선수들이 우르르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갔다. 일부 기자들이 지나가는 선수들 쪽으로 이동하느라 인터뷰 자리가 어수선해졌다. 결국 주장 인터뷰는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원팀이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말로만 원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홍재민 결과적으로 홍명보 원맨팀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운명적이다. 홍명보 감독 자체가 실패를 몰랐던 사람이었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 경험이 부족한 면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자 경험이 좀 있는 지도자였으면 달랐을까.
박현철 알제리전은 홍 감독도 놀랐던 것 같다. 경기 중에도 계속 홍 감독을 지켜봤는데, 경기 초반 상대가 새 전술을 선보이고 우리 선수들이 허둥대니까 홍 감독도 일어서서 바쁘게 움직였다. 한 골, 두 골을 먹었을 때만 해도 홍 감독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리내 지시하곤 했다. 하지만 세 골을 먹으니까 아예 앉아버리더라. 그때 기자들 사이에서 ‘야, 홍 감독이 앉았어’라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관람석에서 봐도 선수들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감독이라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수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거나,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냥 주저앉았다. 그러자 우리 팀이 한 골을 넣어 1-3으로 추격하자 홍 감독이 벌떡 일어났다. 그때부터 다시 의지를 보이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 골을 먹어 1-4가 되자 홍 감독이 다시 벤치에 털썩 앉았다. 감독 본인도 그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더라.
허승 나는 한국팀이 소속된 H조 대표팀들의 훈련장 분위기를 유심히 봤다. H조 네 팀 모두 언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알제리와 벨기에팀의 훈련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첫 경기를 아쉽게 지고서도 훈련장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로 훈련했고, 감독도 선수들을 독려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사회자 그런 분위기를 감독이 만들었다는 건가?
허승 감독 앞에서도 선수들이 물병 던지며 장난치는 걸 보면, 그런 분위기를 감독이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벨기에도 첫 경기에서 기대한 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반면 한국팀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비겼을 땐 훈련장 분위기가 크게 고조됐지만 알제리에 대패하자 확 가라앉았다.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 있어도, 감독이라면 팀 분위기를 다잡고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대길 그게 다 경험의 차이다. 그런 면에서 홍 감독이 선임한 코치들도 아쉬운 면이 있다. 감독의 경험이 부족하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코치로 데려와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았다. 홍 감독과 런던올림픽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태영 수석코치와 박건하 코치는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들이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경험은 많지 않다. 홍 감독 본인이 프로팀이나 성인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경험 많은 사람을 코치로 데려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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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위)가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시도한 슛이 골대를 빗나가자 땅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포르투알레그리
기성용에 대한 의존도 너무 높았다
사회자 한국 선수들의 뛰는 모습은 어떻게 봤나?
김대길 런던올림픽에 나갔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됐다. 지금보단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월드컵은 실패했다.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 박주영 선수의 중용으로 홍 감독은 논란을 자초했다. 전문가들이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선수를 중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누차 지적했는데도 홍 감독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올림픽과 월드컵 무대는 분명히 다른데도 홍 감독이 그 점을 간과했다.
홍재민 저는 박주영 선수를 동정하고 싶다. 홍 감독이 준비한 전술에선 최전방 공격수가 빛나기 어려웠다. 허리에서 공이 제대로 배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주영 선수가 쉽게 고립되곤 했다. 박주영 선수의 움직임도 안 좋았지만, 기회도 적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이청용이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수준이 낮은 리그(잉글랜드 2부리그인 챔피언십리그)에서 뛰다 보니 나쁜 습관이 생겼다. 템포가 느려졌고, 과감히 패스나 슛을 하기보단 너무 만들어가려는 성향을 보였다. 이청용 선수가 나이로 볼 땐 최전성기에 있어야 할 선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현철 기성용이 좋은 선수지만 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공격할 때 반드시 기성용을 거쳐서 전방으로 가는데, 내가 상대 감독이어도 기성용을 집중적으로 수비하라고 할 것 같다. 현지에서 경기를 보니까, 심판이 보지 않는 곳이나 카메라가 주목하지 않을 때 상대 팀 선수들이 기성용에게 다가와서 툭툭 치고 갔다. 작정하고 기성용만 막으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기성용도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공을 끌다가 패스할 곳을 못 찾아 뒤로 돌리기를 반복했고 컨디션도 나빠 보였다. 기성용의 패스가 통하지 않으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했다. 좌우 측면으로 침투하거나 긴 패스로 공을 전방에 보낼 수 있는데, 홍 감독은 다른 공격 옵션을 준비하지 못했다.
사회자 축피아(축구+마피아)라는 용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축구협회가 지나치게 홍 감독을 싸고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홍재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축구협회는 패거리적인 조직문화, 즉 마피아적인 성격이 있다. 축구계 인력풀이 좁고, 경기인과 비경기인 출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특유의 선후배 문화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대길 축구계 내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얽힌 인맥을 ‘축피아’라고 지칭하는 것 같은데, 결국 따지고 보면 자리싸움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올림픽대표, 청소년대표 등 각급 대표팀 감독과 코치들까지 협회가 정하는 자리들이 많다. 이번처럼 지도자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격 시비가 나올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시스템이 중요하다. 국내외 지도자 경력 등으로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후보군을 만들어서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위원회가 감독을 선임하도록 하면 자격 논란을 예방할 수 있다.
사회자 사실 축구계 파벌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축구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한때 축구협회는 정몽준 명예회장의 입김이 너무 세다는 지적이 있었고, 현 정몽규 회장 체제가 되면서 현대가가 축구협회를 독식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대길 정몽준 명예회장이 워낙 오래 맡았고(1993~2009년 대한축구협회장 역임), 후임인 조중연 전 회장 시절만 해도 정 명예회장의 입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축구협회 선거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중연 전 회장 쪽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면서 정 명예회장 쪽과 갈라섰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승표 피플웍스 대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출마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축협 회장은 24명의 대의원이 선출하는데, 개표 결과 최다득표가 8표였고, 뒤이어 7표, 6표, 3표 차례였다. 지금은 협회가 특정인에게 좌우되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축구협회의 체질개선을 한다면, 대의원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협회장 선출을 비롯해 협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의원 24명에 의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축구계 다수의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선거가 혼탁해진다. 또 10년, 20년을 바라보는 개혁을 하려 해도 이해가 엇갈리는 대의원 눈치 보다가 흐지부지된다. 예를 들어 초·중·고 축구팀의 경기를 주말리그로 바꿔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려 해도, 당장 대회나 경기를 치러야 하는 시·도협회 회장이나 연맹 회장의 반대에 부딪히면 추진이 안 된다. 대의원의 문호를 개방해 좀더 다양한 계층의 축구인들이 협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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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 <포포투> 기자


홍 감독 준비한 전술에서는
허리에서 공이 배급되지 않아
박주영 고립될 수밖에 없어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이청용
2부서 뛰다 보니 나쁜 습관 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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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러시아와 비기고선 분위기 고조
알제리에 대패하자 확 가라앉아
벨기에와의 첫 경기 지고도
밝게 훈련하던 알제리 인상적
감독이 ‘일희일비’ 다잡았어야

세계 축구의 변화상 보여준 네덜란드-스페인전
사회자 분위기를 바꿔 이번 월드컵 얘기를 좀 해보자. 세 분이 브라질에 다녀왔는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박현철 의외로 브라질 사람 중에서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나는 현지 여성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월드컵’(worldcup)이란 단어도 모르는 사람이 꽤 있었다. 물론 현지에선 포르투갈어로 월드컵을 ‘코파 두 문두’(copa do mundo)라고 부른다. 그래도 매체나 광고에서 숱하게 나오는 월드컵이란 단어를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허승 브라질 사람에게 축구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다. 상파울루 시내의 여러 쇼핑몰에 가면, 현지 프로축구팀의 로고가 박힌 상품들이 널려 있다. 심지어 젖병과 젖꼭지 등의 육아용품도 판다. 거의 모든 물건을 다 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의외로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에게 마라카낭 경기장에 대해 물었다. 그 경기장은 1950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 당시 브라질이 우루과이에 패배해 심장마비 2명, 권총 자살 2명, 실신 67명이 나오는 비극이 발생한 곳이다. 그분에게 한참 질문의 취지와 역사성에 대해 물었는데 대답은 간결했다. ‘여기는 오래된 축구 경기장인데 나는 관심이 없다’가 답변이었다.
홍재민 브라질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에 대해 불만이 많다. 브라질 현지에서 만난 기자들이 ‘자기네 집 앞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이 엉망인데, 경기장과 외국인들이 머무는 호텔만 잘 지어놨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경기장과 훈련장 시설이 완비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고 느꼈다. 경기장에서 축구를 볼 때, 한국 사람들은 공이 골대 앞에 가야 탄성이나 환호가 나온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공이 골문 앞에 가지 않아도 빈 공간에 침투하거나 좋은 패스가 나오면 박수가 나온다. 박수나 야유가 나오는 타이밍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축구를 볼 줄 안다는 것을 느낀다.
사회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경기는 무엇인가?
김대길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1로 꺾은 경기다. 세계 축구의 전술적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경기였다. 지난 월드컵에서 패스의 정확도와 점유율 높은 전술을 구사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 축구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다. 그 이후로 티키타카는 한동안 세계 축구의 유행이었다. 그런 스페인을 상대로 네덜란드가 준비를 단단히 했다. 후방에 수비를 5명 두는 ‘파이브백’ 전술로 스페인의 패스축구를 무력화했다. 독일이 홈팀 브라질을 7-1로 누른 준결승전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는 핵심 선수가 빠지고 과도한 긴장감이 경기를 망친 사례다. 전술적인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는 아니다.
허승 잉글랜드-우루과이전이 인상적이었다. 잉글랜드가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해결사가 없었다. 반면 우루과이는 수아레스라는 해결사가 있었다.
박현철 한국-알제리전의 전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 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브라질에서, 그것도 직접 보는 월드컵인데, 세상에 이런 경기를 왜 보러 왔을까 싶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역사상 그 정도로 망가진 경기도 드물 것이다.
도대체 월드컵에서 누가 행복한 건가
사회자 지금까지 축구 얘기를 했지만, 한편으론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가 싶다.
박현철 축구는 묘하게 애국심을 조장한다. 실제 경기장에 가보면 경기 시작 전 20~30분간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나온다. 그러고 나서 선수들이 입장하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욱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국가가 끝나고서 국기를 흔들며 대표팀을 연호하면 어느새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경기장에 오면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다. 흔히 야구가 축구보다 훨씬 상업적이라고 한다. 텔레비전 광고를 하기에도 축구보단 야구가 더 좋다. 하지만 어찌 보면 축구는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야구보다 더 상업적인 면이 있다.
김대길 축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규칙도 매우 쉽다. 지금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국가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돼 있다. 그만큼 축구는 세계적인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은 축구로 세계를 교육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축구로 막대한 자본력을 끌어와 제3세계의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현철 브라질에 다녀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번 월드컵에서 누가 행복할까. 대표팀이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에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즐기고 오겠다고 했다. 기자들도 즐기자고 했다. 사실 월드컵이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 아니냐. 말로는 다들 즐기자, 즐기자고 했지만 경기 끝나고 나서 보면 즐긴 사람이 하나 없다. 손흥민 선수는 펑펑 울었다. 물론 진 것이 억울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손흥민은 정말 최선을 다했고 잘했다. 다음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와 홈팀이면서 역사적인 참패를 당한 브라질은 청문회 개최 얘기도 나온다. 도대체 월드컵에서 누가 행복한 건지 모르겠다. 한국 돌아오니까 대표팀은 팬들에게 엿을 맞고, 홍명보 감독은 욕을 먹는다. 기자들은 악에 받쳐서 기사를 쓴다. 이걸 지켜보는 국민들도 짜증나고, 축구협회와 홍 감독도 욕먹느라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신명있는 민족이라고 했는데,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우리는 여전히 억눌려 있구나,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월드컵으로 그걸 풀어보려 했는데, 그게 안 되니 억눌려 있는 감정이 분출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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