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영해와 영공을 지키기 위한 전력 강화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정세가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 간 군사적 대결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 일대
하늘과 바다를 무대로 관련국들의 주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잦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중·일 간에는 오랜 영토 분쟁으로 군비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매일같이 양측 전투기와 함정이 긴급발진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더구나 11월 말 일방적인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발표 이후 한국이 8일 주권확보 차원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방침으로 맞섰고, 일본이 1960년대 처음부터 무리하게 확장해 발표했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이어도와 같이 3국 주장이 겹치는 중첩 지역의 경우 자칫하면 3국의 해·공군이 모두 출격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도
높아졌다.
그만큼 해양·영공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방부가 차세대전투기로
스텔스기인 F-35A 도입을 결정한 데 이어 합동참모본부가 10일 신형 이지스구축함(KDX-3·Batch-2) 3척을 추가 건조하기로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해군 내에서는 전략기동함대(독도·이어도함대) 구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1. 해·공군 전력 강화 수요
급증한국은 60년간 북한과 대치하면서 육군 위주로 전력을 증강시켰다. 100만 명이 넘는 북한의 육군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대비였지만, 해·공군 전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해·공군 전력강화 필요성은 1990년대 이후 독도와 이어도 등 해상주권이
강조되면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외 무역의존도가 90%에 육박해 해상로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중동지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약 87%가 말라카해협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이어도 해역을 통과한다. 해당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해군 함정이 말라카해협까지 출동해 유조선 등 각종 물자수송선을 호송해야 하며, 공군은 제공권을 확보해 이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략기동함대 창설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등 해·공군 전력
사업의 필요성이 급증하는 이유다.
2. 中·日의 해·공군 군비경쟁
가속수십 년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않던 중국이 11월 말 기습적으로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CADIZ를 설정한 데는
해·공군 전력 강화의 자신감이 밑바탕에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항공모함 취역과 스텔스기 개발 후에 CADIZ를 선포한 것은 이
일대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간 국방예산만 보더라도 중국(1744억 달러)은 일본(622억 달러)과
한국(311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의 랴오닝(遼寧)함은 배수량 6만7000t으로 한국 최대 상륙함인 독도함보다 약
5배 이상 큰 중형 항모다. 전투기 26대 등 50여 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J-20·31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등 군의
현대화도 추진 중이다. 일본도 지난 8월 배수량 2만7000t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出雲)함을 진수했다. 일본은 현재 운용하는 6척의 이지스함을
8척으로 늘려 4개 호위대군에 2대씩 배치할 계획이다.
3. 한국 해·공군 전력은해군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자체 건조한 구축함(KDX-1)을 건조했다. 2000년까지는
미국이 1940년대 취역한 후 사용하고 퇴역시킨
기어링급 구축함을 넘겨받아 사용했다. KDX-1 사업으로 3척의 3000t급 구축함을 확보한 해군은
KDX-2·3차 사업을 통해 2000년대 이후 6척의 4000t급 구축함과 3척의 이지스함(7600t)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해군은
서애류성룡함이 건조되기 전인 2010년 8척의 구축함을 바탕으로 제7기동전단을 창설했으며, 그 안에 2개 기동전대를 둬 대양작전의 바탕을
마련했다. 하지만 항모 확보 후 빠르게 해군력을 증강하는 중국과 6척 혹은 8척의 구축함으로 4개 호위대군을 편성한 일본 등 주변국에 비해서는
전력상 크게 열세라는 게 해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군은 1980년대 F-16C/D 전투기 35기를 도입한 이래
1995년부터 KF-16 140여 기를 배치했고 FX-1·2차 사업을 통해 F-15K 60기를 미 보잉사로부터 도입하는 등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1974년부터 도입한 F-4와 1980년대 배치한 F-5의 노후화로 인해 2005년을 기점으로 100기 이상의 전투기가 일선에서
퇴역했다. 이로 인해 공군에서 산출한 전투기 적정기수인 430기를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다.
4. 해군의 중장기 전략
강화 구상제7기동전단 창설을 시작으로 대양해군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해군은 2030년대 이전까지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된 전략기동함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군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30년대 초 해군은 이지스함(Batch-1·2) 6척과 한국형
구축함(KDX-2) 3척,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3척 등 총 18척의 수상함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전략기동함대 구축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2020년대 전력화 예정인 3000t급 잠수함이 함대 전력에 포함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해상전력 증강방안’과 같은 내용으로 전·평시 대북 해양통제와 함께 중·일 사이에서 해양분쟁 억제를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규모로
평가된다.
5. ‘신의 방패’ 이지스 전투체계란이지스
시스템이란 목표를 탐색하는 데서 이를 파괴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처리하는 작전
운영방식이다. 이지스란 말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에서 나왔다. 한국은
세종대왕함을 전력화함으로써 세계에서 5번째로 이지스함을 보유하게 됐다. 이지스함의 핵심
장비는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인 스파이(SPY)-1 이다. 기존의 기계회전식 레이더가 마스트에 설치돼
360도를 회전하는 동안 1번만 레이더 빔을 표적에 비춘다면 능동 통제방식인 스파이-1 레이더는 레이더 센서가 4면(전후좌우)에 부착되어
사방으로 전자기장 빔을 발사해 동시에 최고 200개의 목표를 탐지·추적하고, 그중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6. 지역함대의 영해방어 강화 전략은해군은 작전사령부 예하에 구축함전단인 7기동전단과
잠수함전단인 9기동전단 외에 동해(강원 동해)와 서해(경기 평택), 남해(전남 목포)에 각각 함대(1·2·3함대)를 배치해 북한의 도발에
전초기지 형태로 대비하고 있다. 각 함대는 KDX-1급 구축함(3200t)을 필두로 울산급 호위함(2300t)과 참수리급 고속정(170t)을
보유 중이다. 인천급 호위함(2700t)과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570t)도 배치하고 있다.
7기동전단이 대양작전을 상정해
유도미사일 전력이 강화된 구축함으로 이뤄졌다면, 지역함대는 북한의 작은 함정들에 특화된 함포 및 대잠 전력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한과 충돌이 잦은 2함대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를 두고 고속정을 전진배치해 적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7. 공군의 F-35A 스텔스기 도입지난 11월 합참 참모회의를 통해 차기전투기(F-X)로
미국의 스텔스기인 F-35A 40기를 우선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군 당국은 미 보잉사의 F-15SE를 내정했다가 첨단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갖춘 F-35A로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는 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0기가 들어올 예정이다. 합참은
최초 계획했던 60기 중 20기는 안보환경 변화와 예산을 감안해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수도권 이남 중부지역에 배치될 F-35A는 내부
무장창에 공대지미사일 2발과 공대공미사일 2발을 장착할 수 있어 유사시 한 차례씩만 출격해도 북한의 주요 핵심시설에 공대지미사일 80발을 투하할
수 있다.
8. 공군 전력보강과 독도·이어도 대응2013년 기준으로 공군의 전투기는 450여
기다. 이 중 100여 기가 2019년에 퇴역할 예정이어서 2020년에는 공군이 산출한 적정기수보다 80여 기가 모자라게 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F-X사업을 2020년까지 완료하려 했으나, 스텔스기 도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일정이 늦어졌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2019년부터 배치될
FA-50 경공격기 전력화(60기 도입 예정)를 통해 전력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이 되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도입한 F-16 계열 전투기 180여
기도 수명이 30년을 넘어서게 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공군 내에서는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력으로
한국형전투기사업 추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개발 및 생산비용이 20조 원에 육박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공중전력 확보와 함께 이어도 상공에서의
항공작전을 위해 합참은 2019년까지 공중급유기 4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9. 전략기동함대의 대북 억제
전력역설적이게도 다수의 해군 관계자들은 ‘독도·이어도 함대’란 명칭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하는 군의 특성상, 독도·이어도 함대란 명칭이 대북 억제전력과는 무관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지스함과 전략기동함대가 가지는 대북
억제전력의 비중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선 이지스함은 자체 레이더를 통해 지난해 12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궤적을
지상의 그린파인레이더나 공중의 E-737 항공통제기(피스아이)보다 먼저 파악했다. 유사시에도 전략기동함대는 상륙전단을 호위해 북한 전역에 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구축함과 잠수함에선 사정거리가 1000∼1500㎞에 이르는 함대지·잠대지 순항미사일로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10. 고슴도치 전략과 항공모함 구상해군은 전통적으로 강대국과의 혹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해 ‘이기지는 못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추진했다. 해군이 수상함 전력확충과 함께 비대칭전력으로 분류되는 잠수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대 배치될 3000t급 잠수함은 수직미사일발사관을 갖추고 10여 기의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설계될 예정이다.
해군 관계자는
“강대국과 분쟁 시 모든 전선에서 밀리더라도 잠수함은 은밀하게 침투해 적의 수도를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했다. 항모전단 구성은
필요성과 예산상의 제약으로 2030년대 이후에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소형 항모(배수량 2만t 안팎)는 건조 비용만 수조 원에
달하고 탑재 항공기 확보 등을 감안하면 5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