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高 선,후배-지방대 교수및 特히 大邱지역 교수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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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096회 작성일 2013-12-21 23:07본문
"루저·마이너리그 자괴감…
현실의 벽에 꿈조차 버렸다"
大邱지역 교수들 '지방대 위기'
방담
- 대구 지역 교수들은 비어 가는 학교와 지역 사회를 텅 빈 정부 정책에만 맡겨 둘 수 없어 지역학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한 그 노력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철(계명대), 김문주(영남대), 김성해(대구대) 교수.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창원대에 KTX 생기자 교수들 출퇴근
목요일 오후부터 캠퍼스 텅텅 비어
지역균형 발전 큰 그림 없이 해법 난망
김영철 계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고교 때… 편입해서… 졸업하고…
서울로 '3단계 유출' 이미 고착화
남은 아이들 "난 패배자" 깊은 상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큰 꿈 가져 봐야 큰 좌절로 '부메랑'
구조적문제 놔둔 채 자질 탓만
지역 일자리 만들고 공동체와 윈윈하게
인구 250만 명의 대구광역시는 한국에서 20대 남성 유출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지난 해에만 대구지역 20대 남성의 2.3%인 4,059명이 타 지역으로 떠났다. 절대적인 숫자로도 인구 350만 명의 부산(4,837명, 1.9%)에 이어 2위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취재 도중 만난 대구의 한 교수는 "집안의 누가 서울서 한자리 한다고 해야 인정해주는 정서가 여기선 좀 유난하다. 누구 집 아이가 지방대 갔다거나 여기서 직장 잡는다고 하면 혀를 끌끌 차는 분위기다. 반대로 여자 아이는 어지간해선 외지로 안 내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소위 '지방대 문제'가 한국의 교육 문제와 지역 불균형, 근원적으로는 인적 재생산과 관련된 사회구조의 가장 취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라면, 대구는 그 병리적 현상이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지역일 수밖에 없다.
▲김영철(이하 영)=지금 취업 시장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외환위기 당시 지방대 학생들이 경험한 절망감은 정말 컸다. 97년에 졸업하는 애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지금 대구지역 대학생들은 그 때 애들보다 더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김성해(이하 성)=외환위기 이후 청구 우방 보성 등 지방 우량 기업들이 다 무너졌다. TK의 핵심인지라 대구엔 당시만 해도 알짜 기업이 제법 있어서 대구경북 학생들은 서강대 가느니 경북대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역 기업들이 다 무너지면서 갈 곳이 없으니 학생들이 서울로 가게 됐고 중앙 권력을 TK가 잡고 있다는 점도 이를 부채질했다.
▲김문주(이하 문)= 공부 잘하는 20대 대구지역 남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서울로 간다. 지역 대학이 아무리 지원하고 붙잡으려고 해도 다들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고등학교 때 올라가고, 편입해서 올라가고, 졸업하고 다 올라가는 '3단계 유출'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여기 남은 애들은 스스로 '난 뭐냐, 난 루저다'하는 인식이 있다.
▲성=한국 사회에도 미국 사회의 A급, B급, C급으로 구분된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방대 학생들은 C급 노동시장만 겨냥하고 B급은 쳐다볼 엄두를 못 낸다. 그 중 극소수만 A급을 바라보면서 B급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의 마지막 탈출구가 서울지역 대학원이다. 연고대 대학원 졸업하면 그나마 B급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 지방대 애들에게는 '학습된 자괴감'이 있다. 스스로 느끼고, 사회가 그렇게 바라보고, 또 현실이 그러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타당한 좌절감이고 현실적인 거다.
▲문=여기를 떠나 서울에 간다고 능사는 아니다. 도시 난민, 디아스포라가 되기 십상이다. 이들이 서울 주변 C급 노동시장을 떠받치니까. 마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우리 노동시장 떠받치는 것처럼 지방대 졸업자들이 서울에 있는 하위급 노동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다. 대구에 와서 3년 동안 취업동아리를 맡았다. 서울 지역 출판사들과의 인연이 있다 보니 출판사 취업하고 싶은 애들이 도와달라고 찾아왔다. 그 3년 동안 애들과 함께 봉고차 대절해서 파주 출판단지나 마포 출판사들을 열심히 돌곤 했다. 그 아이들 중 일부가 용케 채용이 됐는데 한 달 급여가 120만원에서 150만원이더라. 고시원 방 월세가 50만원 하는데 120만원 받아서 무얼 하겠나. 그야말로 서울 주변을 떠돌 수밖에 없는 난민이다. 그나마 메이저 출판사들은 지방대생이라면 아예 서류전형에서부터 배제시킨다. 취업시장에 들어서서도 자기가 준비한 걸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 당하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경력 쌓아서 더 큰 데로 옮겨가라고 말해주는 정도다. 여기서 귀하게 자란 애들이 서울 가서 다 그 생활하고 있는데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어서 재작년부터는 취업동아리를 맡지 않았다.
이들은 지역 학생들이 일찌감치 '마이너리그'의식을 내면화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긋는다고 지적했다. 대학당국 역시 학생들의 도전을 원치 않고, 또 적극적으로 만류한다. 취업률을 위해서, 대학 평가에서 나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대학을 비판만 하기도 힘들다. 어쩌면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이너'의 현실과 마이너 의식은 서로서로 부역하며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문=강사와 교수 경험을 통해 서울 학생과 이곳 학생을 비교해보면, 목표의식에서 표나게 차이가 난다. 서울 학생들은 목표가 분명하다. 변호사를 하겠다고 해도 자기가 생각하는 전문 분야가 있다. 반면 이곳 학생들은 구체적이지 않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는 서울 학생들과 비교해서 콤플렉스를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 졸업 직전에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졸업할 즈음이 돼서야 고민을 시작하는 애들도 있다.
▲영=여기 아이들은 지방대학의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훈육 받는다. 서울과 다른 세상이란 것을 받아들이는 거다. 이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이 없다. 그렇게 구조화되고 고착돼 가는 느낌이 든다.
▲성=지방대생은 지방대생으로 길러진다. 오랫동안 학습된 성격과 태도를 아비투스라 하지 않는가. 대구대에 들어온 학생은 자기 스스로를 대구대라는 그릇에 담고 더 커지려고 하지 않는다. 큰 꿈 가져봐야 좌절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방대 출신인 내가 뭐해'라는 생각. 사실 수업의 질, 학생 수준 등 교실이라는 공적 공간에서는 지방대와 서울ㆍ수도권 대학의 차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방과후 활동에서 차이가 난다. 방과후에 취업 준비만 하거나 술 먹고 논다. 누가 학술제라도 하자고 하면 '이상한 애들 아냐 그런걸 왜 해'하는 분위기다. 학교생활의 70%를 차지하는 선배, 친구 모임, 술자리 등 사적모임에서 지방대와 명문대의 차이가 벌어진다. 난 학과생 옷 입는 것도 간섭을 한다. 슬리퍼 신고 체육복 차림으로 학교 못 오게 하고, 학교에선 술 취한 모습도 보이지 말라고 한다. '니가 입고 다니는 옷을 보고 니 후배들이 뭘 느끼고 배우겠냐'는 거다.
▲문=지역 대학 취업팀이 하는 주요 작업이 애들 눈높이 낮추는 거다. 애들이 대기업으로 가려는 욕망을 낮추려고 한다. 눈높이를 낮춰야 대학 취업률이 올라가니까. 수시로 니들 눈높이 낮춰라, 지역 중견기업 많다,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란 메시지를 계속 준다. 교과부가 대학 취업률을 평가하니까 대학이 이런 짓을 한다.
▲영=이런 문제는 파주 출판단지 사장이 생각을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탈락된 것이지 개별적으로 탈락된 게 아니다.
▲문=취업동아리를 그만둔 뒤부터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합평회를 자주 했다. 학생들과 시 쓰고 비평 가르치다 보니 2년 만에 신춘문예 당선자가 나오더라. 그런데 그 학생이 등단자 모임에 가니까 사람들이 '너는 어떻게 대구에서 시를 배웠니'물어 보더라는 거였다. 심사위원들도 '서울로 와라. 영남대 대학원 다녀서 뭐하겠니'하는 게 우리 사회다. 누구에게 배우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분위기에서 배우느냐다. 그래서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가끔 든다.
참석자들은 지역 문화 인프라의 결핍과 청년 문화의 부실화가 악순환하면서 청년 유출과 지역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유의 폐쇄성과 정치적 보수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방대학 문제는 지역 와해의 문제,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 전체의 삶의 문제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성=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이건 더 이상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아무 것도 없다. 청년들이 서울로 가는 것이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인 게, 서울가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폼 나게 마실 수 있다. 여긴 프랜차이즈 카페조차 별로 없다.
▲문=젊은이들이 놀 데가 없다. 그리고 문화가 보수적이어서 애들이 싫어한다. '시골'이란 말은 그런 구조를 말하는 거다. 집값이나 교통 문제 등 삶의 질 자체를 보면 여기가 생활하기 더 낫다. 하지만 젊은 애들이 어떻게든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고 역동성을 느낄 수가 없다. 청년문화 자체를 받아들일 인프라를 지역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성=250만 인구에 도서관이 몇 개나 되는지 봐라. 먼저 살던 경기 일산만 해도 동네마다도서관이 있는데 여긴 10개가 안 된다. 그것도 억지로 만든 것들이다. 대구쯤이면 그럴싸한 오케스트라도 있고, 그럴싸한 복합상영관이나 연극단도 있을 만한데 경전철 같은 엉터리 사업에는 돈을 들이부으면서 문화 인프라에 투자할 돈은 없다고 한다.
▲영=솔직히, 여기 정치인이 표를 얻으려면 젊은 애들이 없어야 한다. 젊은 애들 위해서 이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기 무덤 파는 짓이다.
▲문=대학 내에서도 공적 비판 자체가 힘든 구조다. 지역과 학교가 끈끈히 묶여있어서 눈치 봐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공적인 자리에서 총장 비판하거나 학교 본부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다.
▲영=최근 대구 대학들에는 총장 직선제 문제나 재단 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지역 사회의 건강하고 비판적인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이 지역이 갖고 있는 보수적인 의식과 현실적인 문제가 얽혀서 굉장히 타이밍이 좋지 않다. 이 지역 대학에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지역 사회를 더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대학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는 불행한 구조다.
▲성=지방대 교수도 지방대 교수라는 아비투스를 가지게 된다. 거의 모든 연구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나온다. 얼마 전에 3,000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하나 땄는데, 프로젝트 줄 때도 심사하는 쪽에서는 지방대라고 삐뚜름하게 본다. 나는 서울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네트워크가 있으니까 그나마도 따온 거지, 조금만 지나면 다 끊어진다. 그럼 방문 닫고 지방대 교수로 각자도생 하는 거다. 대구대만 하더라도 교수의 40%가 서울에 집이 있다. 월요일 오후에 내려와서 목요일 오후에 올라간다. 20년 30년 그렇게 살 각오를 하는 거다.
▲문=그게 지역 정치인들 구조와 똑같다. 집은 서울 강남에 두고, 선거 때만 내려오는….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거지.
▲성=최근 서울에 본교가 있는 지방 분교를 다녀왔다. 대부분의 교수와 학생이 통근 통학인생이다. 그러니 밤만 되면 학교가 텅 빈다. 그게 학교인가? 학생들이 기회만 되면 서울 본교로 가려고 하듯이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게 아마 범 수도권 대학이라고 불리는 학교들의 실체일거다.
▲문=경남 창원대 캠퍼스 안에 KTX 역사가 들어섰다. 그 후에 그 지역에 살던 선생님들 중 상당수가 서울로 떠났다. 수업 끝나고 5분만 올라가서 KTX 타면, 2시간이면 서울이니까. 목요일 오후엔 캠퍼스에 학생도 선생도 없다. 그런 대학들은 금요일에 수업이 없고, 있더라도 시간강사가 맡는다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참석자들은 지역의 중심에 대학을 두고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금 몇 푼으로 증상을 호도하는 식이 아니라 길고 느린 해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런 근본적인 해법으로만 지방대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거였다.
▲문=이런 부분에 정치가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철학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을 서울에 있을 때에는 이성적으로만 옳다고 생각했는데 지역에 오니까 이건 너무 심각한 생존의 문제더라. 중층의 리그 속에서 지방대학의 위치는 점점 밑으로 추락하고 있다.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여서 대학문제로만 봐서는 절대 못 고친다. 공무원 조직에 지역인재 할당한다고 지방대학 문제가 고쳐질 것 같은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구도를 그려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이건 지역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그래서 이 구조를 어떻게 깨어야 하나. 나는 줄곧 지역 대학을 지역 발전의 중심에 놓자고 이야기해 왔다. 지역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역 대학을 중점적으로 키워야 한다.
▲성=대구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취업마당, 문화마당, 삶의 향기들이 복원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학생도 교수도 다 떠난다. 공동체가 텅 비게 될 것이다.
▲영=일본 문부성은 지난 정부부터 지역 공헌 대학이라는 컨셉을 정해서 각 대학이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갈지, 지역 공헌 대학으로 갈지 선택하게 했다. 큰 9개 대학은 연구 중심으로 가게 하고 나머지는 지역 공헌 대학으로 가게 해서 펀드도 조성하고 지역에 공헌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센터를 만든다고 했다. 지역 안에서 인재들이 순환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거다.
▲성=지역형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 있다 왔는데, 그 동네는 뭐 먹고 살지 싶을 정도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학교에서 먹고 살더라. 예를 들어 학교에 월급은 C급, 노동의 질은 B급인 일자리를 만드는 거다. 그럼 학생들이 월급은 적어도 서울로 안 가려고 한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공장만이 아니다. 공장 지어놓고 무조건 가라고만 할 게 아니라 뭔가 배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지식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줘야 한다.
▲영=서울에 있는 교육부 사람들은 지역 대학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2,000억 원, 그거 안 받는 게 지역 대학으로선 더 낫다. 그런데 그거 안 받으면 중앙에서 돈도 못 받아온다고 선전도 못 한다고 찍힌다. 정부가 주는 돈은 전체 대학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뒷줄에 서는 게 '쪽 팔려서' 받는 거다. 만약 경북대 100원 받고 영남대 300원 받으면 경북대가 부끄럽지 않겠나. 계명대 50원 받았다 하면, 그것 밖에 못 받았다는 사실이 낙인처럼 찍힌다. 교육부가 그런 짓을 하는 거다. 대학 총장 입장에서는 그 게임에 내가 들어가지 않겠다고 감히 말을 못한다.
정부의 지방대 구조조정 안에는 매서운 비판이 쏟아졌다. 천편일률적인 줄 세우기가 박근혜 정부가 중시한다는 창조성이냐는 질타도 이어졌다.
▲영=내가 경북대 출신인데, 당시 지역 사람들이 인식하던 대학 서열은 연고대와 경북대가 거의 맞먹거나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 연대랑 경북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럼 그 동안 연대가 엄청나게 노력했냐. 천만에! 물론 노력이야 좀 했겠지. 하지만 한국 사회 구조가 그렇게 만든 측면이 더 크다. 지옥峙域?좀 잘라야겠다고 해서 줄 세워 보니까 건국대보다 경북대가 낮은 거 아닌가. 그렇다고 자르겠다는 게 말이 되나. 건국대가 잘해서 올라간 거면 말이 된다. 하지만 (서울 편중 수도권 편중의 병리에 편승한) 프리 라이드(Free- Ride)다.
▲문=사실 대학은 공교육이다. 입학생들이 등록금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과실은 사회가 따는데 왜 학생이 등록금 전액을 내야 하나. 대학 자체를 공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어떻게 지역과 연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 중에는 학과실도 없고 조교가 없어서 학과장이 학생들에게 직접 전화 돌려야 하는 곳도 있다. 그런 대학들도 전철만 닿으면 지역 대학보다 훨씬 인기가 높다. 지금 대학평가 기준으로 보면 교육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수도권 대학들이 지역 대학보다 더 우위에 있다.
▲성=대구 정도라면 대학이 스무 개 돼도 충분하다. 지방에서 등록금 부담 없고 C급 월급을 받지만 B급 노동의 질이 보장되는 일자리만 있으면 인구가 유입될 거다. 예를 들어 지방대학 교수 1명당 학생 30명인 것을 교수 1인당 학생 5명으로 줄이면 어떤가. 모든 지방대 문제를 교수 자질 문제, 애들의 열등감 문제로 접근하려고 하니 얘기가 안 되는 거다.
▲문=지금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가 생태다. 1990년대에 녹색평론이 영남대, 바로
대구에서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모델도 1990년대 초반에 대구에서 만들어졌다. 90년대 초
반은 민주화 운동의 잔향이 남아있던 시대인데, 그때 무슨 생태인가 싶을지 모른다. 그런데 대구는 당시 생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배경이 있었고, 서울과 다른 구조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다. 그걸 우리 사회가 받았지 않나. 지역이 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그런 거다. 서울이 생각할 수 없는 실물의 감각이 지역에 있다.
▲영=일본의 지역 공헌 대학들은 아예 수업을 지역 공동체에 가서 하는 것을 장려한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학생들과 공동체가 윈윈하고, 공감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그게 지역 대학이 할 일 아닌가.
▲문=대학은 숨 쉴 공간이 돼야 한다. 시장의 논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때로는 시장을 비판하면서 시장이 고려해볼 만한 또 다른 생산적인 구조를 상상하는 곳이 대학이다.
▲영=지역대학과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누군가 먼저 시작을 해야 한다. 지역 신문은 지역 뉴스를 못 만들고 정치인 얼굴로 채운다. 그래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지역대학 교수들이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데 앞장서자고 해서 지역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학회는 오랜 준비 끝에 작년 정식으로 출범해 50여명의 대구경북 지역 교수와 지역 활동가, 대학원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지역 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환의 도시 대구'라는 책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지역 학생들의 열패감이란 것이 있다면, 그걸 장기적,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문=나는 여기 와서 도대체 어른들은 왜 젊은 애들이 서울로 떠나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했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도대체 누가 대구를 부르는가. '우리가 남이냐'고 누가 말하는가. 대구를 호명하는 사람들은 대구에 별로 유익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대구를 이용하지 말라. 지금, 여기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교과부가 해야 할 일은 그걸 지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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