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논설위원
1995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자민련을 창당한 김종필(JP) 前 총재가
충청권으로 첫 유세를 하러 갈 때
동행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천안 역전에서 첫 유세를 한
김 전 총재는
특유의 걸걸한 저음으로
김윤환 당시 정무장관이 언급한
‘핫바지’론을 거론하며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을 핫바지라고 합디다. 우리가 핫바지유?”라며 ‘충청권 핫바지론’을 제기했다.
이날
지역 신문들은 톱기사로 JP의 언급을 대서특필했고
JP는 이후 선거유세에서 핫바지론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역 민심은 이미 불이 붙었다.
선거 결과 자민련은 충청, 강원 광역단체장 4곳을 석권했다.
이듬해 총선에서는 50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부상했다.
JP의 정치 감각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DJP 공조
이후 별다른 정치적 파워를 갖지 못했던 충청권이 최근 꿈틀거리고
있다.
예전에는 수적 열세 때문에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노린 것이었지만
지금은 수적인 우위를 앞세운 ‘대망론(大望論)’이다.
2013년 10월 말 현재
대전·세종·충남북 등 충청권의 인구는 526만8000명인데 비해
광주·전남북 등 호남은 525만900명으로
충청이 1만7000여 명 많다.
충청권은
세종시와 탕정·천안·당진 등 산업단지의 영향으로 매달 3000명씩 늘어나는 데 비해 호남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앞으로 인구
격차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충청권은 25석으로 열세다.
최근 충청권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구 개편을 통해 의석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고 헌법소원도 청구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현재 정원이 300명인 국회의원 가운데 충청을 늘리려면 호남이나 비례를 줄여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권을 줄일 경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충청권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부의장,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인제 의원, 이해찬 민주당 의원,
유정복·서승환·유진룡 장관에 최근 서청원 의원까지 가세했다.
충청 대망론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2017년 대선 직전인
2016년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