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필독-55세 이상 선택-은퇴 이후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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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53 한준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928회 작성일 2017-09-26 06:37본문
[행복산책] 긴 휴가, 준비되셨나요?
입력 : 2017.09.25 03:12
노는 데 익숙지 못한 한국인… 긴 추석 연휴 어떻게 지낼까
훨씬 긴 '정년 후 인생 휴가'는 권태와 고독 대책 마련이 중요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인맥보다 깊은 인간관계가 중요
이번 주말은 많은 사람이 기다려온 시간이다. 장장 열흘이 넘는 휴가의 시작. 학수고대하며 일 년 전부터 이번 휴가 계획을 세운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하와이나 바르셀로나에 반쯤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조금 '걱정'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다. 쉬는 것은 좋지만, 열흘간 무엇을 하지? 어쩌면 이런 양가적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소수가 아닌 조용한 다수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전문 영역은 일이지 노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다고 해도 이번 연휴는 거창한 이벤트 없이도 훌쩍 지나갈 것이다. 밀린 잠 좀 자고, 송편 먹으며 드라마 재방송을 보다 보면 곧 다시 출근이다. 하지만 잠이나 TV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아주 긴 '인생 휴가'가 많은 한국인에게 찾아온다. 큰 병환이나 사고가 없다면 30, 40년 이상이 될 수 있는 정년 이후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데, 경제적 영역만큼 중요한 것들이 있다. 평생 일한 시간보다도 더 길 수 있는 시간 내내 줄곧 씨름할 상대는 권태와 고독이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안정될수록 일상에서 권태의 비중은 커진다. 권태를 사치스러운 불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최근 이모션(Emotion·정서)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미국 성인 약 63%가 한 달에 수차례 권태와 무료함을 느끼며, 이 경험은 외로움, 분노, 슬픔 등으로 서서히 번진다고 한다. 여자보다는 남자, 기혼자들보다는 미혼자들에게서 권태는 더 많이 나타났다.
시카고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시(Hsee)는 권태는 인간의 수많은 행위(모임·회의·심지어 전쟁)의 숨겨진 동기라고 주장한다. 전쟁이 권태의 산물이라는 생각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권태가 주는 부정적인 결과를 사람들이 과소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설문한 뒤, 또 다른 설문을 하기 전까지 15분의 휴식시간을 주었다. 이 빈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방금 완성한 설문지를 제출하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거나(휴대폰 사용은 금지), 왕복 10분이 걸리는 다른 건물에 가서 설문지를 제출하고 오는 것이다. 대다수의 피험자는 옆 건물에 다녀오는 불필요한 수고를 피했다. 하지만 부정적 정서는 앉아서 시간을 죽이기로 한 피험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쉬는 것과 권태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외로움의 방패가 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다. 한국인은 유난히도 '사람 욕심'이 많다. 여러 사람을 알고, 또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 인맥 넓히기를 주목적으로 하는 만남으로 한 주를 채운다. 하지만 이런 만남은 사람이 아닌 손에 쥔 명함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사장, 국장, 교수 같은 글씨가 그 명함에서 사라지면, 그렇게 많던 주변 사람들 또한 함께 떠나는 경우가 많다. 정년 후 겪는 대표적인 허망함이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탓하기에 앞서, 사회적 에너지를 인간관계 의 넓이보다 깊이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기다리던 10월의 보름달이 모양을 잡아가고 있다. 벌써 선크림을 챙겨 놓은 사람들은 멋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오시길. 그러나 연휴 준비가 미진한 사람들도 할 일이 있다. 이번 열흘을 1만일이 될지 모를 아주 긴 휴가의 예행연습 시간으로 삼아본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휴가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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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4/20170924019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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